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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텃밭농사 이모저모

 

2021년 9월 24일 목요일 

음력 辛丑年 팔월 열여드렛날

 

이번 추석 연휴 동안은 밭일을 하지않고 꽤 열심히

논 것 같다. 모처럼 산골집이 식구들로 꽤 북적였다.

이젠 모두 제각기 삶터로 돌아가고 다시 우리 부부

둘만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우리 둘만의 일상은 늘

그랬듯이 적막강산이요, 고요와 정적을 친구 삼아

살아가는 자유로운 삶이다. 우리의 삶은 틀에 박힌

것이 아닌 그날그날 필요에 따라, 이리저리 마음이

가는대로 살아가는 것이라고나 할까? 산골살이를

하다보니 어떤 구속이나 속박을 받을 필요가 없어

좋은 것이다. 이 나이에 간섭이나 제약을 받는다고

하면 슬플 것 같다. 이젠 하고싶은 것만 하고 반대로

하기싫은 건 하지않고 사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산골살이가 자유로운 것 아니겠는가?

 

며칠 사이에 오이덩굴은 쇠할 대로 쇠하여 보기가

민망할 정도이다. 그런데도 노각이 익어가고 꽃이

피고 오이가 열려 매달리고 있다. 벌써 오래전부터

걷어내려고 했는데 조금 더 조금만 더 욕심을 부려

지금까지 왔다. 구차한 변명같지만 노각을 너무나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더 두고 본 것이다. 하나가

열려서 익어 따면 또 하나가 열리고 익고... 이렇게

자꾸 반복을 하니 걷을 수가 없었으나 이제 더 이상

욕심을 내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다.

 

간간이 내린 비와 매일 아침 비가 내리듯이 내리는

이슬에 가을 채소들이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아내가 걱정을 꽤나 많이 했던 배추는

현재까지는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다. 밭을 비우는

시기가 달라 세 차례로 나눠서 씨앗을 뿌린 무우는

첫 번째 뿌린 것은 무우청이 엄청 크고 실하고 이미

뿌리도 꽤나 많이 자라 밖에서도 보일 정도로 삐져

나오고 있다. 두 번째 것도 꽤 많이 자라서 총각무

만큼인데 세 번째 씨앗을 뿌린 것은 이제서야 겨우

잎파리가 한 뼘 수준이라 무우 역할을 제대로 할까

모르겠다. 김장 때까지 뿌리가 들지않으면 무우청

김치를 담가서 먹으면 되니까 두고 볼 일이다.

 

지난해 너무 일찍 씨앗을 뿌려 크게 자라 억센 것을

김장에 사용하다보니 탐탁치않았다는 아내의 말에

올해는 시기를 늦춰 씨앗을 뿌린 청갓은 이제서야

떡잎이 지고 본잎이 나와 제법 많이 자랐다. 김장때

까지 자라면 아내가 원하는 만큼 적당할 것 같다.

이번 추석에 열무김치를 담가먹고 처제들이 오면 

조금씩이라도 뽑아 보내려고 했던 열무는 시기를

잘못 맞춘 것 같다. 워낙 많이 열리던 방울토마토를

늦게까지 거두느라 줄기를 걷어낸 그 자리에 뿌린

열무가 이제서야 겉절이를 할 만큼 자랐다. 아마도

다 자라면 상당히 많은 양이 될 것 같은데... 

 

그동안 식구들이 와서 노느라 수확시기를 놓친 것

같은 호랑이무늬 줄콩을 땄다. 아내에게 말도 없이

혼자 따고 있었더니 왜 혼자서 따느냐고 성화였다.

하긴 텃밭농사 대장님께 보고도 없이 시작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이 콩은 풋콩이 맛이 좋아 그동안

몇  차례 수확하여 냉동보관을 해놓고 밥에 놓아

먹고 있다. 참 맛있고 영양이 좋은 콩이다. 오히려

수확시기를 놓친 것이 잘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씨앗을 부탁한 몇 분이 계셔서 나눠드리려면 양이

좀 많아야 하니까 말이다. 이번에 수확한 것은 익은

것과 풋콩이 거의 반반이다. 씨앗용으로 쓸 잘 익은

콩은 햇볕에 잘 말려서 우리가 쓸만큼은 남겨두고

몇 분께 나눠 분양하려고 한다. 이 콩은 작고하신

어머님을 추억하는 콩이라서 다른 분들과 나눔을

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농작물도 마찬가지겠지만 풋콩은 손이 많이

가는 것이다. 일일이 꽁깍지를 하나하나 까야하는

수고로움이 있어야 맛있는 풋콩을 먹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저녁을 먹고 아내와 함께 따온 줄콩을

모두 깠다. 두고두고 먹을 풋콩, 씨앗용 익은 콩도

제법 많다. 이제 밭에 남은 것은 적당히 큰 다음에

한번만 따면 올해 줄콩농사도 마무리가 된다.PicsArt_09-24-01.28.4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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