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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AZ 2차 백신 접종일

 

2021년 8월 31일 화요일

음력 辛丑年 칠월 스무나흗날

 

어느새 여름이 지나가는가 했더니 8월도 다 갔다.

오늘이 8월의 끝자락이다. 잠시 주춤했던 비가 올

것이란다. 지나고보니 8월은 비로 시작하여 비로

끝날 모양이다. 지난 한달 동안에 비가 내리지 않은

날은 닷새, 그나마 봉평 설다목 산골은 예년과 달리

큰 비는 없어 다행이다. 허나 이맘때 너무 잦은 비는

그다지 반갑지는 않다. 느닷없이 가을 장마가 들어

시도때도 없이 소낙비를 쏟아놓는 비날이 이어졌다.

이런 날씨가 이어짐은 농부님들은 물론 텃밭농사를

짓는 촌부의 마음 또한 편할리가 없다. 하늘의 뜻을

어찌 거역할 수가 있을까마는 큰 비로 인한 피해는

없었으니 그것만으로 다행이라 여겨야겠지?

 

기승을 부리던 폭염의 여름은 온데간데 없이 물러

가고 따라서 8월도 다 가는 이즈음 과꽃이 예쁘게

피어 가을을 마중하고 있는 것 같다. 과꽃의 꽃말이

'믿음직한 사랑'이라고 하는데 이 꽃말처럼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며 서로를 믿고 사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이 몹쓸 놈의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하여

다들 너무나 살아가기가 힘들어 상호간의 믿음마저

상실된 것 같은 세상이 되어가고 있으니, 때가 되면

어김없이 피는 저 꽃들이 부럽기만 하다. 오죽하면

잠시 피었다 지는 저 꽃이 부럽고 꽃말처럼 살기를

바라겠는가?

 

오늘은 AZ 2차 백신접종을 하는 날이다. 지난 6월

중순 1차 접종을 하고나서 두달 보름만이다. 아내는

며칠전 별 탈없이 접종을 마쳤다. 1차 접종을 했을

때는 목과 어깨. 팔에 욱신거림이 약간 있긴 했으나

접종 당일 저녁에 타이레놀을 먹고 자서 별 탈없이

지나갔다. 어제는 아내가 제발 일은 하지말고 그냥

푹 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렇지만 눈에 보이는

일을 보고 손놓고 편히 있을 수 있겠는가? 며칠전

장작용 나무를 잘라놓았으나 갑작스레 내리는 비로

인해 그냥 방치해 두었던 것을 장작집으로 옮겼다.

기껏 고생하며 잘라놓은 것을 또 비를 맞히면 안될

것 같았고 언제 해도 해야만 하는 일이라서 아내의

당부를 어겨가며 장작집으로 옮길 준비를 했더니

어쩔 수가 없다며 아내가 함께 도와주어 잘 끝냈다.

 

또한 며칠전 밭에서 붉은 고추를 따와 카페 바닥에

은박지 돗자리를 깔고 검은 그물망을 덮어 숙성을

시켰던 고추를 건조기에 넣었다. 첫 번째 딴 고추는

아주 잘 건조되어 색깔이 고루 곱게 나왔다. 이번은

저번보다 양이 조금 많다. 그래서 이번에는 건조기

채반에 한가득씩 채워 넣었다. 지난번 아내가 했던

하나하나 정렬을 하듯이 채반에 담았던 것처럼 할

수는 없었다. 지난번엔 양이 적어서 그랬던 것이고

또한 아내의 꼼꼼한 성격 때문이기도 했던 것이다.

하여간 이번 것이 다 건조될 무렵이면 밭에서 익고

있는 고추를 따야 할 것이다. 요즘처럼 궂은 날씨에

건조기가 없었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

 

모처럼 하루종일 쉬면서 아주 오래된 영화를 TV로

봤다. 시간을 보내기엔 안성맞춤이었다고나 할까?

그러다 밭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올해 처음 심어본

파프리카가 노랗게 익은 것이 보였다. 주변에도 꽤

많이 익어가는 것들이 보인다. 지난봄 마을 형님댁

형수님께서 모종을 주시면서 세 가지의 색깔이라고

하셨는데 잘못 주셨는지 모두 다 노란색인 것 같다.

색깔이야 상관없다. 아주 노랗게 잘 익은 주먹만한

파프리카 하나를 첫 수확해 아내에게 갖다주었더니

"우리가 파프리카도 길러 따 먹게 되네!"라고 하며

엄청 좋아했다. 지금 밭에 열린 것들이 본격적으로

익게 되면 상당할 것 같다. 이 또한 나눔을 하게 될

것 같기는 하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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