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농사는 시기가 중요해!
2021년 8월 28일 토요일
음력 辛丑年 칠월 스무하룻날
농사는 시기(타이밍 timing)가 아주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 어제였다. 요즘은 가을 장마로 인해
시도때도 없이 비가 이어져 이른 아침 일어나자마자
날씨 정보부터 검색한다. 그 시각엔 잔뜩 흐리기만
할 뿐 비는 8시반부터 내린다는 예보였다. 망설였다.
어떤 일부터 해야할까? 아내는 코로나19 2차 백신
접종후 별 탈은 없지만 2~3일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겠구나 싶어 매일 아침마다 하던 걷기운동을 며칠
하지말고 쉬라고 했더니 늦잠을 자는 것 같아서 푹
자라고 깨우지 않고 혼자 밭으로 나갔다.
우선 호랑이무늬 줄콩을 땄다. 다른 콩은 잘 몰라도
이 콩은 익어서 여문 것 보다는 풋콩이 더 맛이 좋아
씨앗으로 쓸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풋콩으로 따려고
한다. 아내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해까지는
다 익은 후에 따다보니 상한 것이 많아 기대했던 것
보다 수확을 많이 못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수시로
살펴보면서 익기전에 풋콩을 따기로 했다. 얼마전에
첫 수확을 하여 제법 오랫동안 조금씩 밥에 놓아서
먹었는데 이미 다 먹었다고 아내가 제때 잘 땄다고
했다. 이번에는 양이 꽤 많았다. 어제 시기를 잘 맞춘
것 중의 첫 번째가 줄콩을 딴 것이다.
시간이 좀 어중간하긴 했지만 연일 비소식이 있어
고추를 따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고추를 따기 위한
준비를 했다. 카페안에 둔 손수레를 가져와야했다.
붉은 고추를 따서 싣고 내려가기 위해서는 손수레가
필요한 것이다. 집안에서는 소리가 들리진 않겠지만
혹시 손수레 덜컹거리는 소리에 아내가 잠을 깰까봐
조심조심 밀고 올라왔다. 먼저 큰밭에 들어가 고추를
따기 시작했다. 같은 날 심었는데 작은밭보다 큰밭은
익는 속도가 좀 늦다. 아무래도 주변에 나무가 있어
그런 것 같다. 큰밭에서 두 바구니째 따고 있을 무렵
"어디 있어?"라고 하는 아내의 부르는 소리가 났다.
고추밭에 쪼그리고 고추를 따며 큰소리로 "고추밭에
있네!"라고 했더니 이내 아침에 마시는 주스를 들고
밭으로 왔다. "이거 마시고 하셔! 늦잠을 잤지 뭐야!
고추 딸거면 깨우지 혼자 그러고 있어?"라고 했다.
"이 사람아! 곤히 자는 사람을 왜 깨워! 백신 접종을
하고 무리하면 안되니까 그냥 놔 둔기제!"라고 하며
웃었더니 "금방 옷 챙겨입고 올께. 좀 쉬고 있어!"
라고 하더니 들어가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환상의 복식조가 되어 둘이 하다보니 일이 수월하게
금방 끝났다. 지난번 보다 양이 훨씬 많았다. 아내는
아침 준비하러 집에 들어가고 촌부는 손수레를 밀고
카페에 내려가서 은박돗자리에 고추를 부려놓았다.
어제 두 번째 시기를 잘 맞춘 것이 바로 붉은 고추를
딴 것이다.
늦은 아침을 먹고나서 아내와 함께 카페로 내려갔다.
그때 이미 비가 시작되어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아내가 웃으면서 하는 말이 "당신 오늘 기가 막히게
타이밍을 잘 맞췄네! 혼자 수고했는데 늦잠을 자서
마안하구랴!"라고 하여 "함께 했는데 뭘 그라노?"
하며 아내와 함께 은박지에 잔뜩 부려놓은 붉은 고추
꼭지를 따기 시작했다. 그 다음 물수건으로 일일이
하나씩 흙먼지를 닦아서 펼쳐놓고 그 위에 그물망을
덮어놓았다. 한 이틀 숙성을 시키는 과정인 것이다.
그리고나서 아침에 딴 호랑이무늬 줄콩을 함께 깠다.
이또한 지난번보다 훨씬 많다. 일을 마치고 뒷정리
하고나서 시간을 보니 어느새 오전이 다가고 점심
먹을 시간이 지나버렸다. 오후에도 비가 이어졌고
비를 맞으면서까지 일을 할 필요가 없어 여유롭게
푹 쉬었다. 이른 아침부터 서두른 것이 다행이었다.
어쩌다 들어맞은 결과이긴 하지만 아내의 말처럼
타이밍이 기가 막히고 절묘했다. 혼자 중얼거렸다.
"맞아! 농사는 시기가 중요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