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무지개를 만났네!
2021년 8월 19일 목요일
음력 辛丑年 칠월 열이튿날
빨주노초파남보...
어릴적 무지개 색깔을 배우며 읊조리던 일곱 가지
색깔의 줄임말이다. 그 말을 어제 저녁무렵 정말로
오랜만에 외쳐보았다. 일찌감치 저녁식사를 마치고
아내와 함께 산책삼아 자작나뭇길과 작은밭을 거쳐
큰밭에 들어가 옥수수가 잘 익었나 확인하고 천천히
밭을 둘러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며
단지를 한바퀴 걸었다. 매일 하는 저녁 산책은 우리
부부의 소중한 일상 중의 하나가 되었다.
어제 저녁 산책은 여느날과 달리 특별함이
아닌가 싶다. 정말 오랜만에 무지개를 만났다.
아내와 산책을 하다가 뒤에서 아내의 걷는 모습을
한 컷 찍을까 하고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으로 찍는
순간 화면에는 뒷산이 보이는 먼 하늘가에 무지개가
보이는 것이 이닌가? 기쁨 마음에 앞서가는 아내를
보며 "무지개다~" 했더니, 아내가 "어디, 어디야?"
라며 돌아보았다. 곧바로 손을 들어 뒷산을 향하여
가르키며 "저기, 뒷산 철탑쪽을 보라구!"라고 했다.
무지개를 본 아내는 "우와~ 좋은 일이 있을란가?"
라고 하면서 좋아했다. "좋은 징조 인갑다, 그쟈?"
라고 하며 아내와 함께 한참동안 무지개를 바라봤다.
"빨주노초파남보..."하면서...
어린아이 마냥 무지개를 만나 기분이 좋아지면서
문득 영국의 유명한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의 詩가
생각났다. 마치 촌부가 詩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무지개
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
내 가슴은 설레이누나
나 어렸을 때도 그랬고
어른이 된 지금에도 그렇고
늙어서도 그러기를 바라노니
그렇지 않다면 죽음이나 다름없으리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노니, 내 생애의 하루하루가
경건한 마음으로 이어지기를...
무지개를 만난 이야기는 이만 접어두고,
어제는 얼마만인가는 잘 기억나진 않지만 생각컨데
아마도 15년은 족히 넘었을 것 같은 기쁨을 누렸다.
지난 봄에 반신반의하며 옥수수 모종을 밭가에 조금
심었다. 그동안 멧돼지의 출몰 때문에 심지않았는데
큰 마음을 먹고 심은 것인데 무럭무럭 잘 자라주었다.
밭가에 그물망을 쳐놓은 효과를 제대로 본 것 같다.
드디어 옥수수가 적당히 잘 여물어 딸 시기가 된 것
같다. 어제 아내와 함께 저녁 산책하는 길에 잘 익은
것으로 보이는 옥수수 두 개를 골라 따와서 쪄봤다.
옥수수 알갱이가 탱글탱글, 입안에서 톡톡 터지면서
맛있는 단맛이 혀를 자극했다. 정말 맛이 좋다. 사실
촌부는 20년 세월 동안 강원도 산골생활을 해오며
쪄서 먹는 찐옥수수는 그다지 썩 즐기지는 않았다.
아내가 옥수수 알갱이를 일일이 까서 다른 식재료와
섞어서 만드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렇지만 아내는
옥수수를 엄청 좋아하여 제철에 나는 옥수수를 쪄서
냉동보관을 해두고 시나브로 해동시켜 뎁혀 먹는다.
올해는 우리가 기른 옥수수를 수확하여 먹게 되어 더
한층 기쁘고 뿌듯하고 보람을 느끼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