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이런 장독대가 또 어디 있을까?
2021년 8월 18일 수요일
음력 辛丑年 칠월 열하룻날
또다시 산골집은 적막이 감돈다. 지난 5박 6일간
산골식구인 둘째네가 와서 함께 지내며 즐거웠고,
신났고, 정겨웠는데 어제 아침나절 삶터인 도시로
올라갔다. 올때는 좋아도 이렇게 가고나면 마음이
훵한 느낌이고 또 한동안은 '좀 더 잘해줄걸, 좀 더
챙겨서 보낼걸' 하는 그런 후유증이 마음에 남는다.
또한 산골식구 막내네가 왔다가도, 아들 녀석이나
조카 딸내미가 다녀가도 우리 부부는 늘 이런 느낌
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날이면 꼭 지나간 세월을
더듬게 된다. 지나버린 세월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20년전부터 불과 얼마전까지 장모님 모시고 우리
세 자매와 세 동서가 조카 딸내미와 함께 이곳에서
오손도손 즐겁게 살던 그때를 그리게 된다. 이제는
모두 다른곳으로 떠나고 우리 부부만 남아 이곳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으니 늘 외로움이 마음에 남아
있는 것이다. 어제는 아내도 촌부도 이런 마음이라
읍내에 나가 아우들에게 택배를 보내고 장을 봐 온
것 외는 아무 일도 하지않고 그냥 쉬었다. 우리의
마음을 어찌 알았는지 하늘에서는 부슬부슬 가을을
재촉하는 비를 내려주었다. 저녁무렵 현관에 서서
비내리는 걸 보다가 바로 앞에 있는 장독대 부근에
시선이 멈췄다. 종일 한 일이 없으니 일기의 화두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의 촌부 일기
화두는 장독대와 부근에 핀 꽃들이다.
20년만에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장독대를 옮겼더니
아내가 무척이나 좋아한다. 현관문을 나서면 곧바로
장독대가 있으니까 편리하기도 할 뿐더러 그 보다도
종일 햇볕이 머물러 있어 발효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그 뿐만이 아니라 장독대 주변은 봄날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꽃이 피고지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 좋다.
아마 이런 장독대는 그리 흔치는 않을 것 같은데...
지금 산골집 장독대의 주변에 어떤 꽃들이 피었는지
한번 살펴볼거나...
현관 데크와 이어진 장독대 입구에 더덕 덩굴이 타고
올라갈 수 있게 양쪽에 지지대를 설치해 윗쪽 부분은
나뭇가지를 휘어 아치형을 만들어 놓았다. 그랬더니
양쪽에서 더덕 덩굴이 휘감고 올라가 아치 부근에서
만났다. 마치 칠석날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만나
해후를 하듯이 서로 뒤엉키더니 꽃이 피기 시작했다.
생김새가 꼭 초롱같이 생긴 더덕꽃이 장독대 입구에
초롱불을 밝히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피는 것이 정말
예쁘다. 요즘 틈날 때마다 가만히 더덕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꽤나 큼지막한 벌들이 다른 꽃은 마다하고
더덕꽃만 들락거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참 재밌다.
장독대 입구 왼쪽에 만들어놓은 자그마한 꽃밭에는
오래전부터 백일홍이 피었고, 요즘은 풍접초와 함께
분꽃이 피어있다. 머잖아 피게 될 과꽃도 꽃몽오리가
생기고 있다. 그 옆에는 씨앗을 뿌리지도 않았고 또
모종을 심지도 않은 꽃들이 저절로 자라 꽃을 피우고
있다. 그 중에 눈괴불주머니꽃은 아주 특이하게 생긴
모습이다. 오른쪽에는 키가 큰 꽃들이 너도나도 꽃을
피워 뽐내고 있다. 층층이 대롱대롱 가느다랗게 종이
매달려 있는 모습을 연상하게 하는 잔대꽃이며, 이제
시작되는 가을에 접어들면서 피는 하얀색의 참취꽃,
바람불면 떨어질 듯이 아슬아슬한 꼬깔 모양으로 핀
물봉선꽃은 노란색과 분홍색으로 피는 것이 예쁘다.
뒷쪽에는 이제 거의 끝무렵에 가까운 꺽다리 참나리
꽃과 금꿩의다리 꽃은 씨앗을 맺을 준비를 하고 있고,
얼핏 봐서는 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산당귀꽃도
피고 있다. 그 외 꽤 많은 야생화가 피고지는 산골집
장독대는 온갖 꽃들의 향연속에 갇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