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집수리공이 되어...
2021년 8월 10일 화요일
음력 辛丑年 칠월 초사흗날
아무래도 불과 며칠전까지 푹푹 찌던 날씨가 한풀
꺾인 것같다. 이곳 산골이야 한여름에도 한낮에는
여느 고장이나 마찬가지로 덥기는 마찬가지, 허나
해가 서산으로 지고나면 선선하여 열대야는 없다.
그랬던 날씨가 어느새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하다.
찬바람이 난 것 아닌가 싶다. 한낮에 통창을 열어
놓았더니 시냇물이 흐르며 찬공기를 발생시키는지
너무 시원한 바람이 집안으로 몰려와 한기를 느껴
이내 창문을 닫고 말았다. 다른 고장 사람들이 이런
느낌을 아시려나 모르겠네. 산골의 이 특혜를...
하루종일 소나기가 오락가락하여 밭일을 비롯하여
바깥일을 할 수가 없었다. 계획대로라면 예초기를
짊어지고 단지의 풀을 잘랐을 텐데 그럴 수가 없어
뭘 해볼까 생각하다 간만에 집수리공이 되어보기로
했다. 몇 해 전에 본채 지붕과 데크 지붕 이음새의
사이에 하자가 생겨서 데크쪽 통창 사이로 빗물이
스며들어 한동안 고심을 했었다. 여러 업자가 와서
진단을 하고 수리를 하느라 비용도 꽤 들어갔으나
모두 허사였다. 결국 지난해 봄에 지붕 전체 공사를
했다. 요즘 많이 시공하는 강판을 기존 지붕 위에
덮어 씌우는 공법이었다. 그 이후로 더 이상 누수는
없고 오히려 단열이 더 잘 되는 것 같다. 지붕공사는
마무리를 했지만 그 이전의 누수 흔적은 마무리를
못해 늘 찜찜했다. 집안 거실은 지난 봄에 목공예를
취미로 하고 있는 손아래 동서 이서방이 해주었다.
그러나 데크쪽 지붕 양쪽 날개부분 안쪽은 누수로
루바가 썩어 구멍이 생겨 훵했다.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는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인데 자꾸 그 틈 사이로
새가 들어가기도 하고 벌이 집을 짓는지 들락거려
늘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도 어찔할 바를 몰라 그냥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업자를 부르자니 비용이
만만찮고 직접하자니 손재주가 없는 사람이라서
엄두를 못내고 시간만 흘렀다.
드디어 용기를 냈다. 사실 알고보면 별 일도 아닌데
미리 겁을 냈던 일이다. 장비를 챙겨서 데크로 옮겨
놓았다. 갑자기 데크가 공사판이 되었다. 일 못하는
사람이 원래 판을 크게 벌이는 것이라고 했던가?
다행히 지난 봄 거실 천정을 수리를 하며 사다놓은
루바가 있었다. 먼저 훼손된 부분 면적을 측정하여
원형톱으로 루바를 잘라서 끼워 맞춘 다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세로목으로 고정시켜서 드릴로 긴 못을
박았다. 틈이 있는 부분은 실리콘으로 마감을 했다.
그렇게 양쪽을 다 마무리를 해놓고 보니 그런대로
깔끔하게 잘 된 것 같아 흐뭇하다. 왜 진작 못했을까
하는 후회와 동시에 20년전 건축할 당시 100년도
끄떡없다며 큰소리를 쳤던 그 목수가 떠올라 옆에
있으면 귀싸데기를 한 대 후려 갈겨주고 싶은 그런
심정이었다. 혹시라도 전원주택을 지으려는 분들은
이 촌부처럼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아주 작은 부분
하나라도 꼼꼼하게 챙기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늦은 오후에 밭을 한바퀴 돌다보니 그새 고추가 잘
익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드문드문 붉은 고추가
보였다. 기분이 좋아 들어가 들여다 보았다. 재밌다.
신기하다. 흐뭇하다. 고추농사를 한두 해 짓는 것도
아닌데 유난히 올해는 더 관심이 많고 애착이 간다.
지금 이대로만 잘 자라 잘 익어준다면 촌부의 고추
농사는 역대급 풍년이 아닐까 감히 단언을 해본다.
키가 너무 자라 지지대 크기보다 더 크다. 고추끈을
한 줄 더 묶어줘야만 할 것 같은데... 너무 많이 묶어
주는 것 같아 망설이게 된다. 혹시 태풍이라도 오면
꺾일까봐 묶어주는 것이 맞는 것이겠지?
김장 채소 심기전까지 틈이 좀 있어 열무와 얼가리
배추 씨앗을 뿌려놓았더니 꽤 많이 자랐다. 열무는
뽑아도 될 것 같다. 농약을 치지 않아서 벌레들이
먼저 시식을 하여 그 흔적이 남아있긴 하지만 바로
이런 것이 더 건강한 먹거리가 아닌가 싶다. 뽑아서
아내에게 맛있게 열무김치를 담가보라고 해야겠다.
얼가리 배추는 좀 더 자라게 두어야겠다. 아직 많이
어리다. 그나저나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에는 모두
뽑아야 하는데 그때까지는 적당하게 자랐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