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간만에 엄마와 영상통화를...
2021년 8월 4일
음력 辛丑年 유월 스무엿샛날
볼일이 있어서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하여 영월에
다녀왔더니 반나절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일을 본
시간은 잠시인데 가고오는 시간이 몇 배 더 걸렸다.
시간 낭비가 너무 심하다고 할까? 누구를 탓하랴?
스스로의 판단 착오에 너무 안일했던 내 탓인걸...
지금껏 너무 나 자신이 아직 총명하다고 생각했고
언제 테스트를 했는지도 모르는 세 자리숫자 IQ를
믿었던 것이 문제였다.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아주
단순하게 살고 싶다. 어차피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선택한 산골살이니까 말이다. 뒷산에 오르내리고,
텃밭농사를 짓고, 꽃이나 기르고, 풀들과 다투는
단조롭고 단순한 그런 삶을 살아가야겠다. 그래도
이따금씩 글을 쓰는 것은 이어 나가야겠지?
고작 왕복 120km를 운전했을 뿐인데 오래 간만에
자동차를 몰아서 그런지 꽤 피곤했다. 잠시 오수를
즐기고 나서 밭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눈에 들어온
것은 또 풀이다. 부추밭에는 어느 것이 부추인지 잘
모를 정도로 분간이 안 갈 만큼 풀들이 자라고 있어
신경이 쓰였다. 드문드문 꽃이 피기 시작하고 있다.
옆으로 이어지는 조선파밭은 그나마 한결 덜한 것
같다. 잡초라고 불리는 풀이 촌부의 신경을 건드려
호미를 들었다. 여기도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며칠째 비가 오락가락하여 그런지 호미가 없어도
그냥 머리채를 잡듯이 손으로 잡아당겨도 쑥쑥 잘
뽑힌다. 얼마 안되는 면적이라서 손쉽게 해치웠다.
돌아서면 또 고개를 내밀겠지만 일단은 깔끔해져서
마음이 개운하다.
촌부는 오래전부터 예의에 벗어나는 줄은 알지만
장모님을 엄마라고 부른다. 남들이 뭐라고 해도...
오랜만에 요양원에 계신 엄마와 영상통화를 했다.
화면으로 뵙는 모습이 깔끔하시고 웃기도 하시고
말씀도 잘 하셔서 한결 마음이 놓인다. 아내는 물론
촌부도 자주 엄마 생각에 함께 살던 때의 이야기를
하곤 한다. 밥을 먹다가도, 자동차를 타고 외출할
때도, 장에서도...'이건 엄마가 잘 드셨는데, 이맘땐
하도 가지를 생으로 드셔서 말리곤 했는데, 엄마는
운전석 뒷좌석이 가장 안전하다며 항상 그 자리만
고집하셨는데, 외식을 하자시며 당신 드시고 싶은
것은 말씀도 안하시고 너희들 먹고싶은 것 먹자고
하셨는데...' 그 당시에는 왜 그러시냐며 짜증스런
말투로 핀잔도 더러 했던 것이 지금에 와서야 너무
후회스러워 반성을 하게 된다.
뭐 드시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씀하시라고 해도
없다고만 하셨다. 옆에서 영상통화 도와주시느라
전화기를 들고 계시는 사회복지사 선생님도 웃고
계셨다. 당분이 많은 단 것 말고 부드러운 것으로
알아서 사다주면 챙겨드리겠다고 하며... 예전부터
엄마는 옷에 대한 관심이 많으셨는데 요양원에서도
그러시는 모양이다. 사회복지사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밝은색의 티셔츠를 좀 사다주었으면 했다.
함께 계시는 다른 할머니께서 밝은색 티셔츠 입은
것이 좋아보이셨는지 부러워 하시는 눈치셨단다.
오늘은 모든 일을 제쳐두고 원주에 다녀와야겠다.
비록 면회는 못하지만 티셔츠 몇 벌과 간식거리를
사다드리고 오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다. 이따금씩
엄마와의 통화나 영상통화를 하고나면 그냥 마음이
울컥하곤 한다. 통화할 때는 밝은 모습으로 웃기는
이야기도 하면서 너스레를 떨곤 하는데... 아무래도
자식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죄책감이 들어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