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바빴지만...
2021년 8월 2일
음력 辛丑年 유월 스무나흗날
7월에 이어 8월도
풀과 함께 시작을 하게 된다.
도라지밭에 잔뜩 나온 풀을 잡느라...
큰밭, 작은밭은 신경을 곤두세우며 농사를 짓는데
나머지 자그마한 밭들은 좀 등한시하여 그런지
잡초가 더 많이, 더 잘 자라는 것 같은 느낌이다.
풀을 뽑고나니 3년생은 드문드문 몇 그루가 없다.
명절 차례상에 올릴 만큼이나 되려나 모르겠다.
그나마 2년생 밭은 그래도 제법 보이기는 하지만
워낙 풀과 뒤섞여 자라고 있어 자칫 잘못하다가는
풀을 뽑는 것이 아니고 도라지를 뽑을 것 같았다.
핑계같지만 도저히 더 이상 손을 댈 수가 없다.
에라, 모르겠다. 이 밭은 그냥 포기다.
2년생 녀석들은 풀하고 친구하라고 두었다.
8월 시작과 함께 좀 바빴다.
남에게 내세우기도 좀 그런 일이다.
어찌할 바를 몰라 미루고 미루었던 일...
그러나 하긴 해야 하는 일이라서 결단을 내려
되든 안되든 일단 저지르고 보자고 시작했다.
아침나절에 시작했는데
점심무렵이 훨씬 지난 뒤에서야 끝이 났다.
온갖 도구며 장비가 총동원되어 너저분했다.
일 못하는 사람이 어질러 놓기만 잘한다는
그 말이 맞는 말인가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많이 어설프긴 하지만 그렇대로 깔끔해졌다.
아내가 칭찬을 했다. 어째 창피한 기분이 든다.
"큰 숙제 하나 해결했네! 수고많이 하셨수!"
어찌되었거나 오랜 숙제 하나를 해치운 느낌이다.
뭐든 하면 된다는 것을 알면서 이럴까 저럴까 하며
망설이거나 주춤거릴 필요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이 세상 모든 일은 안되는 것이 없는 것인데 말이다.
남들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닌 내 삶이고 우리 삶인데
체면이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너무 남을 의식하며
살아오는 것은 아닐까 싶다. 틀림없이 그랬던 같다.
남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면 거짓이겠지만 나를
위해, 우리를 위해 살아가자고 다짐했다.
늦은 점심을 먹고나서 동원되었던 도구며 장비를
모두 정리하고 났더니 안도감에 피로가 몰려왔다.
집수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낮잠을 청해볼까 했지만 그것도 잘 안된다.
쇼파에서 띠굴거리다가 밖에 나와 꽃구경을 했다.
그것도 잠시 이내 비가 쏟아졌다. 엄청 거세게...
소낙비인가 했더니 제대로 된 비가 내린 것이다.
폭염으로 달궈진 대지를 푹 적셔주는 단비였다.
밭작물들도, 꽃들도, 나무들도 생기가 도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