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그물망을 치고 싶지는 않지만...
2021년 7월 29일
음력 辛丑年 유월 스무날
이른 아침 산기슭에 있는 더덕과 두릅밭 그물망을
손질했다. 근래 시도때도 없이 고라니가 이 밭에서
무얼하는지 모르지만 들락거리는 것이 보여 그냥
방치할 수가 없었다. 워낙 우거져서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혹시 더덕 잎이나 덩굴을 뜯어먹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은 무성하게 자란 온갖 풀을
어찌할 수가 없다. 그 속에서 더덕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언덕배기 산기슭의 비탈에 더덕 씨앗을
뿌려놓은 것이 어언 9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아주
가끔 손님이 오시면 몇 뿌리 캐서 먹은 것이 전부,
아마 자라고 있는 더덕은 꽤 많을 것이고 제법 컸을
것이다. 씨앗을 뿌려 놓기는 했지만 그 이후 어떠한
손질을 하지않아 자연산 더덕이라 해도 될 것이다.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지만 밭가에
그물망을 치는 것은 별로 탐탁치않다는 생각이다.
사람의 세계든 야생동물의 세계든 변화가 생기는
것은 뭔가 커다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밭에 그물망을 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채소 씨앗을 뿌려 싹이
트면 이따금씩 새순을 꺾어먹는 일이 있긴 했었다.
그땐 그것이 고라니의 짓이라는 것을 잘 몰랐었다.
해가 갈수록 그 정도는 지나치게 심했다. 하는 수가
없어 밭가에 그물망을 치기 시작했다. 특히 멧돼지
때문에 고구마, 감자, 옥수수를 심을 수가 없었다.
그물망도 없이 뚱딴지(돼지감자)를 심었다가 밭을
아수라장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은 멧돼지의 소행이
있은 이후에 텃밭에는 그물망을 더 보강해 놓았다.
그런데 산기슭 더덕밭은 그물망을 쳐놓기는 했지만
텃밭처럼 단단히 해놓지는 않았다. 설마 야산이나
마찬가지 모습인데 멧돼지, 고라니같은 야생동물이
침범하겠는가 싶었다. 촌부의 섣부른 판단이었다.
다 캤는가 싶었던 뚱딴지가 땅속으로 번식을 하여
남아있어 잔뜩 자란 것을 멧돼지가 알고 내려와서
난리법석을 해놓았고 고라니 녀석들은 무엇 때문에
오는지 잘 모르지만 시도때도 없이 자주 내려온다.
지난해 멧돼지 피해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피해가
없어 그냥 그대로 두었는데 최근에 고라니 출몰이
눈에 띄게 잦은 것 같다. 안되겠구나 싶어 재활용
긴 스키폴대를 골라 촘촘히 박고 그물망을 단단히
묶어 놓았다. 하긴 이래봐야 소용이 없을 수도 있다.
목공실 옆과 주차장 주변은 그물망을 치지 않았다.
우리가 수시로 지나다니는 곳이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녀석들도 알고 그 쪽으로는 오지않을 것이란
촌부의 생각인데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이제 밭이란 밭은 모두 다 그물망을 쳐야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가 있는 형편이니까 참으로 한숨이
나오는 현실이다. 예전엔 야생동물 때문에 농사를
못짓겠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왜 야생동물이
사람들이 사는 곳까지 침범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산에 먹이가 없는 것도 아닐텐데... 아마 먹이사슬
문제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디선가 봤던 기억이
난다. 고라니, 멧돼지의 천적이 없다보니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게 되는 것이라고... 이또한 인간들이
마구 자연훼손을 하여 그런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솔직히 그물망을 치고 싶지는 않지만
어쩔 수가 없어 쳐야하는 현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