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곤드레밥 먹고 밭에 물주기
2021년 7월 28일
음력 辛丑年 유월 열아흐렛날
지난 장마철엔 시도때도 없이 소낙비가 내리더니
이제는 찜통더위의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린다.
코로나19는 잡힐 기색없이 오히려 신규확진자가
연일 1,000명대를 이어가고 있으니 걱정스럽다.
이런 와중에 정치권은 국민들의 불안은 안중에도
없고 다들 대통령이 되겠다고 서로 물고 뜯으며
난리법석이다. 여당도, 야당도 온갖 추한 모습으로
집안 싸움을 하는가 하면 여.야가 서로 흠집내기를
하느라 연일 열을 올리는 꼴들이 정말 볼썽 사납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상태에 치르지고 있는
도쿄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잘 싸워 승전보를 전해오고 있다. 이래저래 많이
지친 국민들에게 잠시나마 모든 것을 잊고 웃을 수
있게 해주는가 하면 위안도 되는 것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올림픽 선수단에 박수를 보낸다.
한낮의 폭염 덕분(?)에 올림픽 중계를 잘 보고있다.
간간이 바람도 쐴 겸 뙤약볕이지만 밭을 돌아보곤
한다. 밭작물이 폭염에 지쳐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이럴때 소나기라도 한바탕 쏟아부으면 좋으련만...
그저 촌부의 바람일 뿐이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목말라하는 밭작물에게 물을 줘야겠구나 싶었다.
아내에게 저녁을 좀 일찌감치 먹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햇볕이 있을 때 물을 주면 안되니까 아예
저녁을 일찍 먹고 해가 넘어갈 무렵 물주기를 하면
좋을 것 같았다. 아내가 저녁준비를 하는 사이 밭에
나가 호스를 연결해 밭고랑으로 물을 흘려보냈다.
조금이라도 땅속으로 물이 스며들면 좋을 것 같아
그렇게 해봤는데 괜찮은 것 같다.
밭에 있는데 그새 밥이 다 되었는지 아내가 저녁을
먹으라며 불렀다. 식탁이 아주 간결하고 깔끔했다.
바쁘다고 하여 간단히 차렸단다. 곤드레 나물밥에
오이지냉국, 양념장과 반찬으론 우엉볶음, 무생채,
콜라비 깍두기, 꽈리고추조림을 준비했다고 했다.
가자미를 한 마리 구울까 했는데 시간이 바쁘다고
하여 생략했으니 미안하지만 이렇게 먹자고 했다.
간단해 보여도 있을 것은 다 차렸는데 뭘 그러냐며
양념장에 쓱쓱 비벼 맛있게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산골밥상이 이 정도면 훌륭한 것 아닌가?
식사를 마치고 나갔더니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물주기에는 안성맞춤인 때였다.
고추밭부터 시작했다. 이제 키가 꽤 많이 자랐고
고추도 주렁주렁 많이 열려있어 조심스럽게 물을
줘야한다. 아주 재래식 방법이긴 하지만 이 방법이
좋은 것 같다. 마을 아우에게 배운 것인데 호스에
알루미늄 파이프를 끼워 밭고랑으로 호스를 끌고
다니며 물주기를 하는 방법이다. 그냥 호스를 잡고
물을 주는 것보다 더 수월하고 빠르게 줄 수 있다.
그리고 양쪽으로 두 이랑씩 한번에 네 이랑을 주게
되어 상당히 능률적이며 효율적인 방법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꽤 긴 밭이라도 혼자서 충분히 호스를
꼬이지않게 끌고다니며 물주기를 할 수 있어 좋다.
언젠가 촌부의 물주기 하는 걸 보고 스프링쿨러를
설치하면 될 것을 왜 그 고생을 하고 있냐고 했다.
그러면 좋긴 하겠지만 수시로 물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또한 우리 정도의 텃밭농사에 이것저것 다
갖출 필요까지는 없다는 생각에 이렇게 하고 있다.
이 정도쯤 고생을 하지않고 농사를 짓는다면 아마
재미도 없을 것이며 그뿐만 아니라 제대로 보람을
느끼지 못하지 않을까 싶다. 구차한 변명인가?
하여간 물을 주었더니 좋아서 싱글벙글하는 듯한
밭작물들 모습이 너무 좋아보이고 촌부의 마음도
흐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