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빈둥빈둥 세월 까먹기
2021년 7월 26일
음력 辛丑年 유월 열이렛날
이른 아침에,
잠시 밭에 나가서 가지, 오이, 들깻잎을 따온 것이
어제 촌부가 한 일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폭염이
기승을 부려 바깥일을 하는 것도 겁이 나는 요즘,
어쭙잖게 일하다가는 본전도 못찾을 정도로 덥다.
그렇다고 딱히 뙤약볕에 나가서 일을 해야만 하는
일도 없다.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이른 아침 햇살
퍼지기전과 저녁무렵 햇살이 조금 누그러지는 때
잠시 나가 일을 하곤 한다. 아내의 엄명이라 절대
어기면 안된다. 한낮에 바깥일을 하다 들키게 되면
불호령이 떨어지고 만다. 그러다보니 자꾸만 느는
것은 게으름이다. 아내의 당부는 틀린 말이 아니다.
겨우 텃밭농사를 지으면서 무리해 병이라도 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이 되고 마는 것이니 절대
한낮에는 낮잠을 잘지언정 바깥일은 하지말자고
한다. 맞다! 이제 우리도 적잖은 나이라서 무리를
하게 되면 큰 낭패를 보는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특히 요즘같은 폭염에는 더더구나 조심해야 한다.
반가운 소낙비,
집에만 있으니 답답하고 갑갑하여 잠시 밭을 돌아
보고 들어온다. 아무래도 저녁무렵에는 물주기를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이틀전 밭에 물주기를 하긴
했지만 워낙 더위가 심하여 멀칭비닐이 달궈져서
뜨끈뜨끈 했다. 잘못하다가는 잘자라고 있는 중인
농작물들이 더위에 문제 생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아내에게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밭에 나가서 물주기를 해야겠다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내 하늘에는 먹구름이 몰려와서 햇볕을
가려버리고 어디선가 제법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곧바로 빗방울이 후드득거려서 열어놓았던 창문을
닫아야 할 정도였다. 그런데 소낙비가 내리는 것이
정말 기쁘고 너무 반가웠다. 밭에 물주기를 하려면
두어 시간은 걸리는데 일을 줄여주었으니 너무나
반갑고 고마운 하늘이 아니겠는가?
한낮으로는,
폭염을 핑계삼아 빈둥빈둥 세월 까먹기하는 요즘,
꽤 무료하지만 올림픽 기간이라 경기중계를 보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종일 TV를 켜놓고 쇼파에
기대고 앉아 보다가 꾸벅꾸벅 졸다가 잠이 들기도
한다. 이래서는 안되겠구나 싶어 책을 들어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게으름이 일상이 되어가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딱히 관심을 갖는 종목의 경기도
없이 그냥 우리나라 선수의 경기는 방송국마다 다
중계를 해주어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가면서 본다.
그러다가 바람도 쐴 겸 밭을 한바퀴 돌아보고 온다.
그러다보면 정작 메달을 따는 경기를 놓지고 만다.
다행히 오후에 여자 양궁 단체전은 제대로 다 봤다.
또 인상적인 경기는 17세 탁구 신동 신유빈 선수와
58세의 중국계 룩셈부르크 여자 선수와의 경기는
정말 재밌고 인상적이었다. 둘 다 대단하고 멋졌다.
저녁에는 루마니아와의 축구경기를 너무 재미있게
봤다. 지난번 뉴질랜드와의 경기가 아쉽긴 했지만
모처럼 신나는 경기를 보게 되어 감동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