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잡초도 뽑고, 물도 주고...
2021년 7월 23일
음력 辛丑年 유월 열나흗날
대서(大暑) 더위가 정말이지 대단하다.
하긴 그 옛날부터 딱딱한 염소뿔이 녹을 정도라고
까지 했으니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까지 들긴 한다.
장날이라 아내와 함께 잠시 읍내 장에 다녀왔는데
움직이는 것만으로 숨이 턱턱 차고 땀이 삐질삐질
날 정도였다. 이런 날엔 집에 있는 것이 상책이다.
산골집은 아무리 더워도 집안에 들어서기만 하면
시원하다. 오죽하면 함께 살았던 때 조카 딸내미가
"큰이모네는 정말 시원해, 한여름에도 모기가 입이
돌아갈 정도야!"라고 까지 했었다. 그래서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에어컨도 없이 지내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산골의 숲속이라 그런지 열대야도 없으니
이또한 살기좋은 곳이라고 자랑질을 하곤 한다.
장마가 끝나기가 무섭게 밭에는 물론이고 정원에는
잡초들이 살맛이 나서 지들 세상인냥 엄청 무성한
모습들이다. 겨우 열여섯 그루 심어놓고 밭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블루베리밭과 윗쪽의 도라지밭은
가관도 아니다. 블루베리, 도라지를 기르는 것인지
잡초를 기르는 것인지 분간을 못할 정도이니 무슨
말을 하겠는가 말이다. 얼마전 블루베리를 시험삼아
두 가지 방법으로 길러보겠다고 했다. 지난해 심은
여섯 그루는 잡초를 뽑아주고, 올봄에 심은 열 그루
밭은 더덕은 물론 잡초 속에 함께 길러보려고 했다.
소위 말하는 초생재배, 그러나 아무나 하는 농법이
아닌 것 같다. 더덕이야 필요한 것이고 이미 이전에
자라던 것이라서 그렇다 치더라도 바랭이, 쇠뜨기,
그 외 이름도 모르는 온갖 잡초들이 자리를 차지해
블루베리밭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민망스런 꼴이다.
촌부의 성격상 도저히 볼상 사나워 두고 볼 수 없어
낫으로 베고 호미로 캐내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에
이틀 동안 그 일을 하느라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마무리를 했다. 또 잡초가 자랄 테지만 일단은 아주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아무래도 오는 가을 더덕을
캐내고 부직포를 깔아 덮어버릴까 싶다. 허나 윗쪽
도라지밭은 엄두가 안난다. 더 심하다. 호미를 들고
잡초 잡기를 시작을 할 것인가 아님 말 그대로 그냥
두고 초생재배를 하여 잘 견뎌 이기는 것들만 골라
수확을 할 것인가 망설이고 있다.
올해는 그 어느해 보다도 아내가 고추농사에 크게,
잔뜩 기대를 하고 있다. 다른 채소들의 양을 줄이고
고추를 지난해 보다도 거의 배에 가까운 양을 심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 아내의 기대에 부응
하는 것이 촌부의 몫이라서 정성껏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불과 얼마전까지 시도때도 없이 쏟아
지던 소낙비도 자취를 감췄다. 장마가 끝난 것이다.
그런데 뒤를 이어 연일 폭염이 장난이 아니다. 이곳
산골이야 다른 고장에 비해 심한 것은 아니겠지만
한낮엔 찜통 더위라서 농작물들이 축 늘어져 있다.
고추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게 자주 쏟아져서 걱정
까지 했던 소나기가 끝난지도 대엿새는 된 것 같다.
이렇게 폭염이 심할 땐 이따금씩 시원하게 내리는
소나기는 아주 좋은 것인데... 그저 촌부의 바람일
뿐이다. 연일 30도가 넘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잘
자라고 고추가 주렁주렁 달리는 것이 무척 고맙다.
다만 작은밭에 비해 큰밭의 고추가 적게 달리는 것
같아서 걱정을 했더니 아내는 도를 통한 사람처럼
"하늘과 땅이 주는 만큼에 만족해야지 어쩌겠소?"
라고 했다. 그 말에 "그래도 이 사람아! 기왕 짓는
고추농사가 잘 되어야 하지 않겠나? 안 그러나?"
라며 욕심을 부리기도 한다. 그래서 궁리끝에 어제
저녁무렵 밭에 나가서 두어 시간 물을 듬뿍 주었다.
특히 고추는 이제 많이 자라 키도 크고 고추도 많이
열려있어 물을 주는 것도 조심스럽다. 애써 길러온
것이 다치거나 열린 고추가 떨어지면 속이 상하기
때문이다. 밭에 물을 듬뿍 주고났더니 목말라하던
농작물들이 흡족해 하는 것 같아서 촌부도 덩달아
흐뭇하여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