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막내네가 이삿짐 싣고 가던 날
2021년 7월 22일
음력 辛丑年 유월 열사흗날
더위가 정말 대단하다. 이맘때 더위가 엄청 심하게
기승을 부리면 우리는 '삼복 더위, 복중 더위'라고
말한다. 장마가 끝나기가 무섭게 연일 35도를 넘나
드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어제는 세 가지로 구분
하는 더위 삼복(三伏) 중 가운데인 중복(中伏)이고
오늘은 절기상 여름 절기의 마지막이자 24절기 중
열두 번째 드는 절기, 대서(大暑)이다. 그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속담을 보면 이 무렵 더위가 얼마나
심했으면 대서 더위에 '염소뿔도 녹는다'라고 했다.
오죽 더위가 극심하게 기승을 부렸으면 그 딱딱한
염소뿔이 녹을 정도라고 표현을 했을까? 참 재밌는
표현이다. 가끔 날씨에 대한 그 옛날 선조들이 만든
속담을 살펴보면 아주 기가 막히는 표현들이 많은
것을 볼 수가 있다. 뿐만 아니라 해학적인 표현들도
있어 선조들의 재치발랄한 모습까지 엿보게 된다.
이런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름 꽃은 예쁘게
핀다. 수많은 꽃들이 피고지고 있지만 요즘에 한창
많이 피는 꽃은 루드베키아이다. 외래종이긴 해도
이제 우리나라에 제대로 정착한 꽃이 아닌가 싶다.
루드베키아는 원산지가 북아메리카이며 30여종의
닮은 꽃들을 총칭하여 부르는 이름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몇 종류의 국화과 꽃들을 들국화라고
총칭하여 부르는 것과 같은 것이다. 루드베키아가
재밌는 것은 잎이나 줄기의 생김새는 같은데 꽃이
피면 제각기 다른 생김새의 꽃이 핀다는 것이다.
번식력이 좋기는 하지만 금계국처럼 줄기가 약해
꽃이 피었을 때 비바람이 불면 잘 자빠지는 것이
흠이다. 다양한 모양의 꽃은 오래가고 예쁘긴 하다.
어제는 다니러 왔던 막내네가 아내가 정성껏 만든
시원하고 맛있는 잣국수를 점심으로 먹고 과수원이
있는 영주로 갔다. 사실 이번에는 이삿짐을 가지러
온 것이다. 그동안 일부의 필요한 짐만 조금씩 가져
가곤 했었다. 이번에 과수원에 새로 집을 지어 거의
모든 짐을 마저 가져가게 된 것이다. 이제 이곳 집은
세컨하우스라고 할까, 별장이라고 할까? 그동안은
집이 여기에 있고 짐이 있어 이따금씩 다니러 오곤
했는데 새집을 짓고 이제 완전히 이사를 제대로 한
것이라서 예전 만큼은 자주 오게 되지는 않을 것만
같아 섭섭한 느낌이 든다. 참으로 오랜 세월 이곳을
함께 일구고 가꾸느라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는데
둘째네에 이어 막내네도 떠나고 이제 아내와 둘이
남게 되었으니 외로움이 더해지는 그런 느낌이다.
이삿짐을 나르면서 마음은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우리만 남는다는 생각에 외로움이라고
할까, 쓸쓸함이라고 할까? 아내와 둘이서 막내네가
이삿짐을 싣고 떠나는 모습이 안보일 때까지 한참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새집으로 입주하는 막내네에게
축하를 해주어야 하는데... 조만간 시간을 내서 한번
다녀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