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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역시 사람 손이 가야 해!

 

2021년 7월 7일 

음력 辛丑年 오월 스무여드렛날

 

오늘은 24절기 중 열한 번째 드는 절기 소서(小暑)

이다. 말 그대로 '작은 더위'로 본격적인 여름 더위

시작을 의미한다. 주로 장마철에 접어드는 때이다.

이 시기에는 채소와 여름 과일이 풍부하게 나오고

농사는 조금 한가한 시기라고 해야겠지 싶다. 이미

남녘지방은 많은 장맛비가 내려 피해가 생기는 것

같아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제발 올 장마에는 피해

없이 잘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고 바람이다.

 

지난 이틀은 이따금씩 흐리긴 했지만 비가 내리지

않아 다행이었다. 오늘부터는 장마가 북상하여 또

비를 뿌릴 모양이다. 날씨 예보는 연일 비소식이다.

본격적으로 지루한 장마가 시작이 된 것인가 보다.

며칠전 두 번째 고추끈 묶기를 해놓고 피복을 입힌

고무밴드로 고정을 시키지 않았다. 괜찮을 것 같아

그냥 두었는데 아무래도 안될 것 같아서 어제 아침

고추밭에 나가 일일이 고정을 시켜놓았다. 묶어놓은

고추끈 사이에 고무밴드를 하나씩 조여놓는 것인데

이렇게 하면 비바람이 불어도 자빠지거나 꺾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가 있다. 아무래도 올해는 잦은 비에

고추가 웃자라고 꽃이 적게 피는 것 같다. 그러니까

고추가 열리는 양도 적은 듯하다. 일조량이 적어서

그런 것일까? 그래도 큼지막하게 자란 고추가 제법

보이고 꽃도 피고 자그마한 고추들도 생기고 있어

다행이다. 장마가 빨리 지나가고 일조량이 좋아져

고추가 많이 열렸으면 하는 욕심을 부려본다.

 

어제 오전에는 간간이 햇살이 비치긴 했지만 흐린

날씨에 바람까지 살랑거려서 바깥일을 하기에 좋을

것 같았다. 그렇잖아도 며칠전에 주차장 윗쪽 주목

전지작업을 하다가 비로 인해 마무리를 못했는데

마저 하면 좋을 것 같아 아침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내려가 장비를 챙겼다. 사다리, 전지가위 두 종류에

엔진톱도 준비했다. 워낙 크게 높이 자라 윗부분을

베어내기로 했다. 비탈진 경사면이라서 아랫쪽에

사다리를 놓고 전지를 해도 손이 닿지않아서 어쩔

도리가 없어 윗부분을 잘라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사다리를 타고 전지작업을 할 수 있는 높이까지만

남기고 윗부분은 잘라버리고 잘 다듬어 놓았더니

오히려 더 보기가 좋아진 것 같다. 전문 조경사가

아닌 완전 아마추어라서 일을 쉽게 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위험하거나 힘이 드는

것은 가능한 피하고 싶다. 나무의 가지 하나하나를

전지가위로 일일이 다듬어야 하는 전지작업은 쉬운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은 작업이다. 전문 조경사가

다듬어 놓은 것과 비교하면 얼토당토 않은 솜씨다.

그러나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고 내가,

아내가, 우리식구들이 좋으면 되는 것이라 여기며

열심히 나름의 방법으로 마무리를 하고나서 혼자

중얼거렸다. "역시 사람 손이 가야 해!"라고 했다.

그런대로 보기가 좋다. 그러면 되는 거라고 스스로

만족하게 된다. 보기좋고 깔끔하면 되는 것이니까...

 

저녁무렵 단지를 한바퀴 돌다가 목공실앞 꽃밭에

그새 잡초들이 군데군데 자라 뽑고 있는데 아내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우리 단지는 좀

비탈지고 긴 형태라서 집에서 큰소리로 외친다고

해도 아랫쪽 카페부근에서는 잘 들리지가 않는다.

그래서 전화를 하거나 메시지를 하곤 하는데 아마

밭에 있겠거니 했던 모양이다. 무슨일인가 싶어서

마무리하고 올라왔더니 주방에서 고소한 냄새가

났다. "이거 시식 좀 해보라고 불렀소. 드셔 보슈!"

라고 했다. 고향 남해에서 온 밤호박으로 도너츠를

만든 것이다. 견과류까지 섞어서 아주 그럴 듯했다.

부드럽고 고소한 것이 맛도 아주 좋고 식감도 좋다.

"밤호박으로 이런 것도 만들었나? 솜씨 좋다야!"

라고 칭찬을 하며 연신 집어먹었다. 아마 밤호박이

있는 동안은 아내의 솜씨 발휘는 계속 이어지겠지

싶다. 또 어떤 메뉴가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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