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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장마가 시작되었다는데...

 

2021년 7월 4일 

음력 辛丑年 오월 스무닷샛날

 

어제부터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간밤에 거세게 내리는 빗소리는 무서울 정도였다.

그렇게 장대비가 쏟아지더니 강수량도 많은 듯...

시냇물이 불어나서 폭포수처럼 흐르는 것을 보니

아마도 100mm는 족히 내린 것 같다. 이른 아침

일어나자마자 부랴부랴 밭으로 쫓아나가 보았다.

밤새 워낙 비가 거세게 내려 비피해가 생겼을까봐

걱정이 되었으나 다행히 피해는 없다. 두 줄 묶기를

해준 고추도 빗물을 잔뜩 머금었지만 괜찮다. 다른

농작물들도 오히려 비를 맞고 더 싱싱하게 잘 자란

것 같다. 오이는 노란꽃이 피고 제법 많이 그물망에

달려있다. 방울토마토 역시 꽤 많이 열려 몇 개는

벌써 불긋불긋 익고 있다. 호박도 제법 많이 열려서

멀칭비닐에 누워 있다. 브로콜리는 꽤나 크게 피어

머잖아 잘라 수확을 해야할 것 같다. 양상추는 그새

오무리기 시작했고 가장 먼저 수확의 기쁨, 나눔의

즐거움을 준 상추는 그새 자라 또 뜯어야 할 것 같다.

두 번째 줄 묶어준 대파도 아주 보기좋게 잘 자란다.

거의 15년만에 모험삼아 심은 옥수수도 엄청 크게

쑥쑥 잘 자란다. 그물망 울타리를 쳤으니 맷돼지의

피해는 없으리라고 생각되어 오랜만에 심어보았다.

우리의 텃밭농사 중에서 가장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고추는 그런대로 좋은 느낌이다. 키도 많이 자랐고

고추도 꽤 많이 달렸다. 장마가 별 탈없이 지나가고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어제 낮엔 비가 내리기 전이라서 잔뜩 흐린 날씨에

바람까지 살랑거려 바깥일을 하기에는 괜찮을 같아

전지가위 두 종류와 낫, 사다리를 챙겼다. 까페앞쪽

주차장 주목나무를 좀 다듬어 주는 일을 하기로 한

것이다. 두어 해 정리를 해주지 않았더니 제멋대로

가지가 삐죽삐죽 뻗어나가 너무 볼상 사납게 보여

다듬어야지 하면서도 그럴 여유가 없이 지금까지

왔다. 요즘 밭일이 조금 뜸한 틈을 타 단지 정비를

시작하게 되었고 드디어 녀석들 순서가 된 것이다.

키가 엄청 크고 높게 자라서 사다리까지 동원해야

할 정도이다. 큰맘먹고 높게 자라는 것을 멈추게

하려고 윗부분을 톱이 붙은 장대 전지가위로 베어

버렸다. 지금 이상 자라면 더 관리를 할 수가 없어

고민을 하다가 사다리를 놓고 촌부의 손이 미치는

부분을 베어내고 전지가위로 잘 다듬었다. 세 그루

전지를 하고나니 반나절이 지나갔고 오후에는 비가

시작되어 남은 세 그루는 아무래도 장마가 그쳐야

마무리를 해야만 할 것 같다. 너저분했던 모습에서

깔끔하게 잘 다듬어진 모습으로 변한 것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든 나무든 사람 손길이

닿아야 하는 것이구나!'라고...

 

아내는 촌부가 바깥에서 전지작업을 하는 사이에

나름 꽤나 분주하게 지냈단다. 반장님댁에서 주신

3kg 남짓한 보리수 열매를 씻어 청을 담가놓았고

지난번 장에서 사온 고들빼기를 다듬어 맛김치를

담갔으며 또한 고구마 줄기를 데쳐 껍질을 일일이

까서 건조기에 말려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밤호박

씨앗을 버리지 않고 견과류로 먹는다며 말려놓은

알뜰함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제 장마가 시작되어

바깥일을 못하는데 책을 읽으며 마음의 양식이나

채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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