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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일복 많은 촌부, 하늘이 돕는 걸까?


2026년 7월 23일 목요일

음력 丙午年 유월 초열흘날


어제 이른 아침, 식물원에 일을 나가는 날이라서

일찌감치 6시 55분에 배낭을 걸머진채로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섰다. 새벽까지 내린비는 잠시 그친

것인지 소강상태인지는 모르지만 젖을 듯 말 듯한

이슬비가 조금 부슬거렸다. 자동차 시동을 걸기도

전에 저만치 먼 앞산 허리를 휘감고 있는 구름이

눈에 들어왔다. 요즘 늘 보는 광경이기는 하지만

아주 몽환적이라서 멍하니 바라보고 서있었다.


식물원에 갔더니 모처럼 동녘 하늘 구름사이로,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고개를 내밀어 비췄다.

반가웠다. 금강송 아랫쪽 산수국 군락지를 살펴

보려고 나서는데 그림자가 앞서가는 것 아닌가?

해를 등지고 있어 생기는 현상이고 흔하디 흔한

것인데 어제 따라 이상하게 그림자가 신기했다.

물체가 빛을 가려서 그 물체 뒷면에 드리워지는 

검은 그늘을 그림자라고 사전에서는 정의한다.

그림자는 빛이 있는 곳에서 물체가 빛을 가릴 때 

생기는 어두운 영역으로서 빛의 직진성과 광원의

크기·거리 같은 조건에 따라 그 형태와 선명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심리학에서는 자아가 쉽게 인정

하지 않는 무의식적 측면을 가리키는 개념이라고

한다. 지금껏 그림자에 대하여 무심코 지나쳤지만

우연히 생각이 나서 AI에게 물었더니 이렇게 답을

주었다. 어쨌거나 편리한 세상이라 좋긴 한데...

잠시잠깐 산수국 꽃을 살피는데 또 비가 내렸다.

이렇게 장마철은 시도때도 없이 비가 내린다.


요즘같은 장마철에는 식물원에서 외부일은 하지

못하게 한다. 나이가 든 시니어들이라서 미끄러짐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비오는

날에는 휴게공간에서 탐방객에게 나눠줄 꽃씨를

봉지에 담는 일을 한다. 벌써 며칠째 이 일을 한다.

예전에 약국에서 약사들이 약봉지에 약을 넣듯이...

산수국, 꽃창포에 이어 어제는 벌개미취를 넣었다.


우리 나이는 가능한 한꺼번에 땀을 많이 흘리면서

하는 일은 피하라고 한다. 그렇지만 어디 그게 말

처럼 쉬운 것인가? 장마철엔 공기가 습하다보니

자연스레 땀을 꽤 많이 흘리게 된다. 어제 오후도

그랬다. 식물원 일을 마치고 집에 오니 부슬부슬

이슬비가 내리다 그쳤다. 잠시 소강상태인 틈을

타서 밭정리를 했다. 봄에 심어 얼마전까지 뜯어

먹고 나눔도 많이 했던 상추, 몇 그루 안되긴 해도

수확을 마친 브로콜리 그리고 열무와 얼가리배추

진잎까지 모두 뽑아냈더니 손수레 한가득이었다.

퇴비장에 버려야 하는데 최선생이 그곳에다 밭을

일궈 채소를 심어놓아 아랫쪽의 빈공간에 버려야

했다. 정리하는 밭이랑은 겨우 서너 이랑이지만

잎파리 하나 남김없이 뽑아내고 말끔히 치웠더니

시간이 꽤 걸렸다. 장마철이라 무척이나 습하여

땀이 비오듯 줄줄 흘렀다. 온몸이 흠뻑 젖었다.


장마철에는 비를 맞으면서 일을 하지는 않지만

전날 예초기작업, 어제 밭정리 작업은 타이밍이

절묘했다. 일복이 있는 촌부일까? 아니면 하늘이

도운걸까? 장마철에 비가 소강상태인 틈을 타서

한 일인데 일을 할 때까지는 비가 내리지 않아서

괜찮다가 일을 마치고 나자마자 비가 쏟아져서

하는 말이다. 일복있는 사람은 하늘도 돕는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해야하는 일이고

마냥 방치할 수도 없는 일을 해치웠으니 참 좋다.


장마철이긴 하지만 요즘에 촌부는 수확의 기쁨을

누리며 보람을 느끼는 일상이다. 어제도 그랬다.

자연마트 장바구니에 오이, 방울토마토 한가득...

물을 좋아하는 오이는 장마철이라서 그런지 매일

따야할 정도로 주렁주렁 많이 열리고 잘도 자란다.

조선오이라서 때를 놓치면 이거야말로 늙은오이,

노각이 된다. 원래 품종 노각이 있어 조선오이는

늙게 놔두지않고 따고 있다. 시기를 놓친 몇 개는

노각이 되라고 놔두었더니 꽤 굵게 자라 익고있다.


뿐만아니라 방울토마토 또한 거의 매일 따야한다.

색깔이 다른 세 종류인데 주로 노랑, 빨강이 많다.

제1화방이 다 익기도 전에 제2화방도 함께 익어

하루 따는 양이 상당하다. 생으로 먹고 이따금씩

갈아 음료처럼 마시기도 한다. 많아 나눔도 한다.

해마다 '남아도는 방울토마토를 저장하는 방법이

없을까?' 하던 아내가 저장방법을 찾았다고 했다.

리큅에 말리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서 즉시

실행에 옮겨본다고 했다. 수분은 날리고 영양소는

응축시키는 효과가 있는 좋은 저장방법인 듯하다.

이렇게 건조시켜 냉동보관을 하면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며 싱글벙글이다. 그동안은

수분이 많은 열매채소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말릴 생각을 전혀 못했다면서...


오늘은 24절기 중 열두 번째 드는 대서(大暑)이다. 

아침 기온 19도, 한낮 기온은 24도에 머물거란다.

더위가 가장 심하다는 의미를 지닌 절기 대서인데

폭염이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다. 남녘에는 엄청

덥다는데 이 산골은 밤에 창문을 닫고 자야하니까

살기좋은 고장임은 틀림이 없는 듯하다. 그나저나

오늘 아침에는 소강상태인 듯한데 낮에는 장맛비가

또 오락가락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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