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꽃과 함께하며 농사짓는 촌부
2026년 7월 21일 화요일
음력 丙午年 유월 초이렛날
며칠 내린 장맛비로 인해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마치 폭포처럼 요란하다. 냇물이 많이 불어났다.
이 시냇물 요란하게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면 늘
트라우마가 되살아난다. 20년전 이맘때 하루에
580mm의 폭우가 쏟아져 수해를 당해 한 보름
고립되어 고생했던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장맛비가 내리면 시냇물 살피는 것이
습관처럼 되고 말았다. 산골살이가 이런 것일까?
이른 아침에는 소강상태인지 비가 내리지 않았다.
밭을 둘러보고 또 몇 그루 쓰러진 옥수수를 세워
일으켜 놓았다. 밤에 잠시 비가 내렸던 이후에는
내리지 않은 듯하지만 축축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더 이상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장맛비에 지친
촌부의 바람일 뿐이다. 날씨예보에는 오늘도 계속
비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보이다. 그래서인지 다시
이슬비가 부슬거린다. 19도로 시작한 기온이다.
어제 오후에 식물원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왔더니
작은밭쪽의 길가에 심어놓은 꺽다리 해바라기가
꽃이 피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심었는데 훤칠하게
커다란 키의 해바라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참 좋다.
꼭대기에 크게 핀 노란색 꽃 또한 멋지고 예쁘다.
해바라기 꽃을 보면 젊은 시절에 큰 입이 남달랐던
배우 '소피아 로렌'이 출연한 영화 'Sunflower'가
생각난다. 70년대 영화인데 하도 오래되어 내용은
떠오르지 않지만 해바리기 꽃이 쫙 펼쳐진 장면만
기억한다. 아내는 해바라기 꽃이 지고난 뒤 열매,
해바라기를 꺾어 씨의 껍질을 벗겨 견과류로 먹을
것이라며 좋아한다. 지난 봄에 모종을 얻어올 때는
키작은 꽃해바라기라고 했는데 자라고보니 그게
아니었다. 제대로 해바라기를 길러 꽃을 보게 됐다.
해바라기를 비롯한 여름꽃이 여기저기 피는 산골,
하도 희한한 현상을 본다. 지난해까지 빨간색 꽃이
하늘을 바라보고 피던 백합(개량종인 듯)이 올해는
옅은 노란색에 가까운 색깔로 꽃을 피웠다. 지금껏
야생화를 비롯 허브, 일반 화초를 많이 길러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AI에게 물어봤지만 제대로
된 답을 구하지 못했다. 정말 희한한 현상이지 싶다.
그러려니 해야할까? 엊그제 풀정리를 하다가 남겨
놓은 도라지도 예쁜 꽃이 활짝 피었다. 어디서 씨가
날아와 자랐는지 모른다. 수영장 아랫쪽 밭에 심은
도라지 씨앗이 날아와 자라는 자손인가? 어쨌거나
꽃을 볼 수 있음이라 좋긴 하다.
요즘같은 여름날에 농사짓는 보람을 느끼는 촌부,
얼마전부터 오이, 노각,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기에
손맛은 물론 기분까지 벅차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주렁주렁 매달려 색깔별로 익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그렇지만 잘익은 것을 한 알 한 알 따는 것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느낌, 그 감흥을 모를게다.
매일 이렇게 딴 방울토마토는 우리 부부의 여름날
건강을 책임진다. 그뿐만아니라 나눔도 하게 되어
산골부부 마음을 풍성하게 하여 뿌듯하기도 하다.
오늘도 자연마트 장바구니 한가득 채워 들어왔다.
방울토마토, 오이, 아욱잎 그리고 사진에는 없지만
잘익은 노각까지 풍성한 수확을 했다.
나흘을 쉬고나간 식물원,
다른 여름꽃들도 촌부를 반기는 듯했지만 혹시나
지고 없으면 어쩌나 했던 산수국의 만개한 모습을
볼 수 있어 다행이고 좋았다. 금강송 나무 숲속에
자리한 곳에 펼쳐진 산수국윽 군락이 장관이었다.
아무나 경험 못하는 촌부의 일터는 이렇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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