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어설픈 정원사가 되어...
2021년 6월 6일
음력 辛丑年 사월 스무엿샛날, 현충일
오늘은 현충일이다. 이 나라의 국토방위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신 분들의 애국심을 기념하는 날이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신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순국선열과 전몰장병들의
숭고한 호국정신과 위훈을 추모하며 그분들의 넋을
기리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요 근래 이따금씩 이런 생각을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한다. 만약 지금처럼 은퇴를 한 후 도시에서
살고 있었더라면 어떻게 했을까? 딱히 할일이 없어
꽤나 지루하여 방황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나마
이곳 산골에서 이런 시기를 맞이하게 되었음이라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이런 시기, 이 나이에 할일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행운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로 퇴직을 하고 집에서 나름 분주하게 움직여
집일을 하게 된 것이 어언 3주일이 지나가고 있다.
남들처럼 그만두면 뭘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은 전혀
하지는 않았다. 텃밭농사를 비롯하여 단지를 관리
하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혀
딴생각 할 겨를이 없는 촌부라서 다행이란 것이다.
이제 텃밭농사는 심을 건 다 심었고 거름도 주었고
지지대를 세운다든지 유인 그물망을 설치한다든지
하는 부수적인 일도 거의 마쳤다. 한 열흘 가까이는
텃받농사로 생기게 되는 일은 없고 급할 것도 없다.
그래서 요즘은 시나브로 단지 이곳저곳을 하나 둘
손을 보려고 한다. 어제는 그동안 한번도 전지를 한
기억이 없는 영산홍 다듬어 주는 일을 하기로 했다.
단지 곳곳에 영상홍 군락이 있으나 제멋대로 자라
가지가 뻗치고 늘어져서 아주 자유분방한 모습이라
너저분하게 보이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이른 아침부터 대형 전지와 막대기 톱을 들고 나선
것이다.
사실 그동안 주목, 옥향, 쥐똥나무, 조팝나무와 같은
조경수는 전지를 하며 관리를 했으나 이 영상홍은
그냥 자라는 그대로 두고 꽃이 피면 아름답다, 정말
예쁘다라는 말만 했었지 정작 관리를 해줘야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며칠전 아내가 좀 다듬어 줘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그때서야 자세히
살펴보니 너무 제멋대로 자라 볼상이 사나워 조금
다듬어야 보기가 좋겠구나 싶었다. 제대로 전지를
하는 법을 배운적이 없다. 나름대로 적당히 다듬는
것인데 생각해보니 과감하게 잘라내는 것도 전지의
한 방법인데 그러지를 못한다. 자라는 나무가 너무
아까워 대충대충 보기싫게 자란 것만 정리를 했다.
정원사는 예쁘게 모양을 잡아가며 전지를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큰맘먹고 아주 과감하게
잘라내면서 나름대로 모양새도 잡아봤으나 어설픈
아마추어 1일 정원사의 솜씨라서 상당히 서툴다.
허나 다듬어 놓은 나무를 본 아내가 너무 깔끔하고
아주 시원해보여 좋다며 잘 다듬었고 수고했다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많이 어설프게 보이긴 하지만
남들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니까 우리가
좋으면 그걸로 만족한다. 하다보면 솜씨도 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