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고마운 후배
2021년 5월 31일
음력 辛丑年 사월 스무날
어젯밤에 또 비가 내렸다. 강판으로 씌운 지붕위에
떨어지면서 후드득거리는 소리에 잠시 창문을 열고
내다봤다. 캄캄한 밤이라 뭐가 보이는 것은 없지만
빗소리가 그렇게 싫지는 않았다. 다만 벌써 며칠째
비가 오락가락을 반복하는 것이 약간 걱정은 된다.
봄장마가 든 것일까? 봄가뭄이 드는 것보다 낫기는
하지만 너무 자주 비가 내리는 것도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하늘의 뜻을 그 누가 막겠는가?
어제는 저녁무렵까지는 날씨가 그야말로 쾌청하여
좋았다. 고마운 후배 덕분에 마음까지 훈훈하였고
너무나 기분이 좋은 하루였다. 아내도 흐뭇했단다.
며칠전 후배로부터 이렇게 문자를 봤았다.
"선배님 이번주 주말 찾아뵐까 하는데...
시간이 되시는지요?
그냥 사모님과 함께 식사나 할까 해서요.
오는 토요일 또는 일요일 시간정해주시면
찾아뵙겠읍니다."
이제 집에만 있는 촌부라서 곧바로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집에 늘 있으니 시간은 되네.
혼자 오는지 동행이 있는지?
우리는 아무때나 괜찮으니 자네가 날짜와 시간을
정해서 알려주시게나~"
그렇게 하여 드디어 어제 아침나절 후배가 산골에
사는 선배인 촌부를 찾아서 두어 시간 남짓 걸리는
170여km를 달려 산골집에 왔다. 너무 반가웠고
고마웠다. 이미 출발을 하기전에 음식점까지 미리
검색해 정해놓고 온 것이었다. 내려온다는 연락에
아내와 상의하여 음식을 어떻게 준비를 할 것인지
생각을 해놓았는데 형수님 힘들다며 모처럼 밖에
나가서 먹자고 했다. 아내는 후배의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감동적이라고 했다. 차에서 내려 트렁크를
열더니 쇼핑백 두 개를 꺼내 촌부의 손에다 들려
주는 것이 아닌가? 그냥 와도 되는데 또 선물까지
들고왔다. 선배랍시고 늘 신세만 지는 것 같아 늘
미안한데 말이다. 고맙게 받긴 했다.
이곳 산골에서는 그래도 산채정식을 꽤나 잘한다고
소문이 자자한 음식점을 검색했다며 그곳으로 가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우리도 이따금씩 손님 접대를
하게 되면 가는 봉평에서는 고급 음식점에 속하는
그런 집이다. 모처럼 아내와 함께 후배 덕분에 좋은
곳에서 좋은 음식을 먹으며 후배와 대화를 나눴다.
솔직히 촌부는 이렇게 해보지를 못했다. 그렇지만
이 후배는 촌부가 산골살이를 시작한 이후 20년의
세월동안 한결같이 이따금씩 안부를 물어오면서
때마다 선물을 보내오는 너무나 고마운 후배이다.
이런 후배라서 비록 산골밥상이긴 하지만 따뜻한
집밥을 대접하고 싶었는데 또 신세를 졌으니 이를
어쩌냐면서 아내는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함께 든다고 했다. 아무때나 오면 그렇게 해준다고
다짐을 하며 장아찌 세 종류를 조금씩 담아주었다.
산골에서 딱히 줄 것이 없으니 그나마 아내가 손수
담근 장아찌라도 챙겨주는 수밖에... 그렇게 고마운
후배와 짧은 만남이었지만 기쁜 시간을 함께 하여
너무나 좋았다. 이 아우는 학교 10년 후배이면서
광고회사에서 함께 근무했던 후배이다.
"아우!
반갑고, 고맙고, 감사하네.^^
그리고 또 미안하네."
흐뭇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낸 산골 부부,
늦은 오후 밭으로 나갔다. 모처럼 날씨가 좋아서
밭일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햇볕이 따갑긴
했지만 며칠째 밭일을 못했으니 시작하기로 했다.
손수레에 지난 가을 걷어놓은 부직포를 밭고랑에
깔기로 하고 싣고 밭에 나갔다. 아내가 돌돌 말린
부직포를 밭고랑에 풀면서 앞서 나가면 뒤를 따라
촌부가 망치를 들고 ㄷ자 핀을 박아나갔다. 이렇게
하면 밭고랑에 잡초가 나오는 것을 방지하게 되어
김을 매느라 고생을 할 필요가 없다는 아내 권유로
3년째 이 방법을 하고 있다. 큰밭의 밭고랑에 다
깔고나니 해는 저물고 ㄷ자 고정핀이 모자라 작은
밭은 다음으로 미뤄야했다. 오늘은 모처럼 아내와
멀리 외출을 해야하니 내일 철물점에서 ㄷ자 핀을
사다가 마저 마무리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