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예초기를 짊어지고...(2)
2021년 5월 25일
음력 辛丑年 사월 열나흗날
이른 아침,
아내가 지금껏 매일 아침나절에 하던 걷기운동을
기상을 하자마자 하겠다며 집을 나섰다. 요즘에는
날씨가 더워져 아침나절 따가운 햇볕을 받으면서
걷는 것이 힘들고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꽤 오래된
아내의 걷기운동은 단지를 돌며 걷는 것이다. 우리
단지는 걷기운동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약간
경사진 형태라서 자연스레 오르막 내리막이 있고
평지인 주차장, 우리가 자작나뭇길이라고 부르는
곳은 짧지만 오솔길 느낌이다. 모두 해봐야 그다지
긴 길은 아니지만 주변에 나무가 많은 산속에 있는
단지라서 느낌이 좋은 것은 물론이고 걷기운동을
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아내가 나갈 무렵에는 이미 촌부는 두 군데의 밭을
거쳐 단지를 한바퀴 돌아온 뒤였다. 집에 들어와서
물 한잔을 마시고 나서 무슨 일을 할까, 아님 그냥
빈둥거릴까 망설이다가 번뜩이는 생각이 있었다.
바로 큰밭 축대밑에 울타리처럼 일렬종대로 쭈욱
서있는 조팝나무 너저분한 가지를 좀 다듬어 볼까
싶었다. 지난해 가을에 뭐가 그리 바빴는지 해마다
웃자란 부분을 잘라주었는데 그것을 하지 못했다.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지난 겨울 폭설의 무게를
못이겨서 한쪽으로 휘어지고 늘어지고 자빠져 볼상
사납게 보였다.
대형 전지가위를 들고 자르다가 보니 들쭉날쭉 영
모양새가 아니다. 그보다 작업하기가 까다롭기도
하고 힘이 들었다. 그동안 해마다 이 일을 할 때도
대형 전지가위로 해왔다. 전날 풀을 깎느라 무리를
하여 어깨와 팔이 아파서 힘이 들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운동하던 아내가 그런 모습을 보고 다가와서
엔진톱으로 하면 안되냐고 했다. 지난해 그 방법을
써봤지만 조팝나무 가지가 가늘어 톱날에 끼어서
포기했던 것이다. 아내의 말에 순간 생각나는 것이
칼날 장착한 예초기를 사용하면 되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이틀째 예초기를 짊어지게 되었다. 전날은
끈을 장착한 예초기로 풀을 깎고, 어제는 칼날을
장착한 예초기로 조팝나무 웃자란 가지를 자르게
되었다. 일의 능률은 올라서 좋았지만 꽤 무겁고
기다란 예초기 대를 들고 올려다보며 나뭇가지를
자르려고 하니 무척 힘이 들었다. 꽤 거리가 되어
그렇게 두어 시간 작업을 하였더니 뻑적지근하다.
운동을 하던 아내도 와서 뒷정리를 하며 도왔다.
선선한 아침에 일을 하고 늦은 아침식사를 한 다음
뒷마무리를 했다. 아주 깔끔하게 잘 되었다. 그간
주로 중앙통로를 다녔던 아내의 걷기운동 코스가
더 늘어났다. 전날 단지내 길에 난 잡초도 깎았고
통행이 불편했던 조팝나뭇길도 터놓았으니 말이다.
햇볕이 조금 누그러진 늦은 오후,
또다시 끈을 장착한 예초기를 짊어졌다. 힘들 텐데
다음에 하라는 아내의 만류에 기왕 시작한 일인데
잠시 하면 마무리 되는 것이니까 걱정말라고 했다.
전날 예초기 작업을 하며 몇 군데 미뤄둔 곳을 마저
해치우고 싶었던 것이다. 밭가, 수영장옆, 엄마네옆
그리고 둘째네 마당과 축대인데 그렇게 넓은 것이
아니라서 한시간 남짓 작업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를
했다. 그러다보니까 이틀새 예초기를 세 번씩이나
짊어지게 된 것이다. 삐쩍 마른 촌부의 체격에 비해
예초기 무게가 무겁고 작업하는 것이 약간 힘들긴
했으나 깔끔하게 잘 정리가 된 단지의 모습이라서
마음은 더 없이 가볍고 좋다.
오늘은 방금전부터 비가 내린다. 이른 아침 아랫쪽
단지로 올라오는 진입로 입구에 늘어져 자동차를
몰고 오르내릴적에 시야를 가리는 잡목을 자르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다행히 다 정리하고
난 뒤라서 비를 많이 맞지는 않았다. 오늘쯤 비가
내리지 않으면 밭작물에게 물을 줘야야 했었는데
때마침 비가 내려주어 한가지 수고를 들게 되었다.
다행이다. 비가 내리는 날은 공치는 날이라서 그냥
푹 쉬어야겠다. 잡초를 잡겠다고 이틀간 예초기를
짊어지고 일했으니 오늘은 쉬면서 충전하는 날로
정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