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행복이 뭐 별것인가?
2026년 7월 19일 일요일
음력 丙午年 유월 초닷샛날
전날 새벽에 시작해 어제 하루종일 오락가락했고
지금껏 장맛비가 내리고 있다. 얼마나 내렸을까?
7시 현재 설다목 산골의 누적강수량은 79mm,
다른 고장은 많은 비로 인해 비피해가 속출한다고
하는데 남의 일처럼 생각되지가 않는다. 비피해를
입은 분들께 위로와 함께 빠른 복구를 기원하면서
더 이상 피해가 없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비가 추적거리는 이른 아침, 18도에 머문 기온...
우산을 바쳐들고 세 군데의 밭을 한바퀴 둘러봤다.
비로 인한 피해는 없지만 빗물이 무거워서 그런지
여기저기 축 처진 모습들이 많이 안스러워 보인다.
그렇지만 피해는 아니라는 생각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집으로 들어오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행복이란 뭘까? 우리는 행복한 삶인가?"라고...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거짓없는 마음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않고 선한 마음으로 배려하고 살면서
평범한 일상을 실천하여 보람을 느낄 수가 있다면
그게 바로 나를 위하면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한 행복으로 향하는 지름길이겠지 싶다.
큰 욕심없이 우리가 짓는 농사에 만족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이 순간은 분명 행복함이 아닐까 싶다.
이제 장맛비가 적당히 내렸으면 하는 어제였다.
그렇지만 하늘은 그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다음주 내내 오락가락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다.
비가 내리는 것도 반기는 농작물이지만 이젠 해를
바라는 것이겠지 싶다. 주인장 마음, 촌부의 바람도
마찬가지다. 하늘의 뜻에 따르는 것이 순리지만...
장맛비 내린 날에도 촌부의 자연마트 장바구니는
채워진다. 수확시기가 된 채소는 그냥 두면 안된다.
비가 내려도 비를 맞으면 수확을 해야하는 것이다.
아내는 비를 맞으며 고생을 하느냐고 걱정했지만
비를 맞는 것은 문제가 되지않는다. 수확의 기쁨이
모든 걸 상쇄하고도 충분히 남으니까 하는 말이다.
혹자들은 가끔 이렇게 말한다.
꼴랑 2~300평도 안되는 밭농사 그것도 채소농사
짓는 촌부가 무슨 농사 고수처럼 말하느냐고 한다.
한 톨의 씨앗을 뿌리고 한 그루의 모종을 심어길러
튼실하게 자란 것을 수확하는 기분과 마음을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다. 팔뚝만한 크기의 노각, 오이가
주렁주렁 매달려 적당한 크기가 되었을때 따는 그
손맛, 예쁘게 자란 애호박 따는 느낌, 기다란 크기
가지의 맨질맨질한 촉감, 둥글둥글한 여러가지 색
방울토마토가 주렁주렁 매달려 잘익으면 맨손으로
하나하나 따는 그 기분, 자연마트 장바구니 한가득
묵직하게 담아 들고 집으로 들어오는 마음은 경험
해보지않은 이는 그 기분,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이다.
이렇게 수확한 이후 뒷정리는 모두 아내 몫이라서
아내 또한 촌부 못지않게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비록 작은 농사이지만 이렇게 소소한 것에서
만족을 하며 보람을 느끼는 것이라서 분명 행복을
누리는 것이라고 감히 말하곤 한다.
수확의 기쁨만이 행복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무려 2m 넘는 지지대 끝까지 올라간 방울토마토,
단계단계 화방마다 주렁주렁 맺달린 모습이 너무
좋고 정말 감격스럽다. 촌부 손길로 정성을 다한
결과이다. 색깔별로 잘익어가는 모습은 예술이다.
3년째 짓는 옥수수 농사, 콩알만한 씨앗을 넣어서
2m가 넘는 키로 자라 줄기에 옥수수를 배고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감동, 감탄, 감격 그 자체이다.
처음 길러보는 애플참외 밭에는 넝쿨 사이사이에
노란꽃이 피고 자그마한 열매가 앙증맞게 열린다.
얼마나 수확을 하게 될런지는 몰라도 그저 좋다.
마찬가지로 땅콩도 처음인데 아주 잘 자라고 있다.
농사 고수의 농법을 컨닝했는데 좋은 결과있겠지?
뿌리보다 순을 먹으려고 심은 고구마도 쭉쭉 뻗는
줄기가 밭 한가득 풍성하다. 오이와 노각도 그렇다.
봄부터 지금껏 우리는 물론 나눔도 많이 했던 상추,
이제 환갑, 진갑이 다 지나 끝물에 이르렀다. 너무
아까워 꽃대가 오른 아랫쪽 연한 잎을 뜯어먹는다.
봄상추를 아직 뜯어먹는 집이 어디 또 있을까 싶다.
열무, 얼가리배추는 이제 다 뽑아야겠다. 장맛비에
진잎이 생기는 것 같다. 아깝지만 그냥 둘 수 없다.
비가 그치면 상추, 열무, 얼가리배추는 뽑아야겠다.
그 곳에 8월 초순 김장용 배추, 무우를 심어야 한다.
어쨌거나 이렇게 밭에서 자라는 농작물을 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는 산골부부이다. 지금의 이
행복을 위해 우리는 26년전 과감하게 도시생활을
접고 산골행을 택했던 것이라서 참 잘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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