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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할머니 손맛 소환하는 추억의 노각무침


2026년 7월 14일 화요일

음력 丙午年 유월 초하룻날


어제와는 사뭇다른 오늘 아침이다.

기온은 어제 아침과는 별반 다름이 없지만

하늘 모습이 완전 다르다. 잔뜩 울상이랄까?

오후에 장맛비 소식이 있어 그런 것이겠지?

아침 기온 20도, 습하고 눅눅하여 끈적끈적,

한바탕 소나기라도 쏟아지면 시원하겠는데...

조금만 기다리면 비가 내릴 텐데 조바심이다.


날이 갈수록 점점 풍성해지는 촌부의 자연마트

장바구니, 오늘은 세 번씩이나 수확해 날랐다.

오이, 노각, 방울토마토, 가지 그리고 한번 먹을

만큼 수확하는 상추와 롱그린 고추가 푸짐하다.

아내 입가에 번지는 미소, 좋아 어쩔 줄 모른다.

농사짓는 재미와 보람이다. 뿌듯하고 흐뭇하다.


그 중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열매 채소는 바로

노각이다. 드디어 첫수확을 했다. 아직 덜 익은

것이지만 밭에 나올때마다 노각 언제 익느냐고

묻곤 했다. 더 기다리게 할 수 없어 두 개 땄다.

우리만 먹으면 되겠는가? 둘째네에게 한 개를

나눠줬다. 아내가 어찌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드디어 최애 반찬 노각무침을 먹게 되었다고...

아닥아닥 식감이 좋은 것을 어려서부터 안단다.

그러니까 추억의 반찬인 것이다. 우리가 어릴때

노각은 조선오이 늙혀 익힌 것이었지만 요즘엔

품종이 따로 있다. 그것을 기른다. 오래전 아내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고 한다. 그 당시 할머니의

손맛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할머니

음식솜씨는 촌부도 기억한다. 오죽하면 오래전

할머니의 된장찌개 맛에 반해 아내와의 결혼을

결심했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촌부가 이 정도

할머니 손맛에 반했는데 아내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된장찌개에 노각무침을 넣고 쓱쓱 비벼서

먹으면 다른 반찬은 저리가라이고 그 어떤 진수

성찬도 비교할 수가 없다. 참 쌈직한 입맛이지만

할머니의 추억을 소환하게 되는 순 우리 맛이다.


할머니의 그 음식솜씨를 참 많이 닮은 아내라서

촌부가 호사를 누린다. 젊은 시절에 할머니 음식

솜씨에 반한 것이 바로 오늘날 맛있고 좋은 것을

먹게 된 계기가 되었겠지? 촌부의 판단과 결심이

지금의 현실이 되었으니 그러고보면  이놈 촌부

생각도 정말 현명함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뿐만아니라 아내는 온갖 저장식품에도 일가견이

있다. 이또한 할머니 가르침이 아니었을까 싶다.

촌부가 거의 매일 따다주는 오이는 오이지, 간장

장아찌를 담근다. 고추도 하나하나 바늘구멍을

뚫어 간장이 속까지 잘 스며들게 간장장아찌를

담근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러가지 채소, 나물은

물론 더덕, 잔대 등을 이용하여 갖가지 장아찌를

비롯한 저장식품을 만들곤 한다. 입맛이 없을 땐

아내 저장식품이 한 몫을 한다. 그렇다고 우리만

먹는 것이 아니다. 아우들과 지인들까지 나눔을

한다. 다들 손맛 좋다고 칭찬이 잔잔하다. 특히

딸처럼 여기는 막둥이 아우는 큰올케인 아내를

친정엄마처럼 생각하게 된다며 아내의 갖가지

장아찌와 장류, 반찬을 이 세상 최고라고 말한다.

마구마구 퍼주는 아내도, 주는 것 모두 좋아하는

막둥이 아우, 두 아낙의 그 모습을 보는 촌부까지

신나게 만든다. 그래서 더 열심히 농사를 짓는다.


오늘은 식물원 일을 쉬는 날이라서 느긋한 아침,

하지만 동이 트자마자 밭에 나가 일을 하고 왔다.

어제 보건지소에서 어깨 염증 치료를 하고왔다.

조심조심 일을 해도 된다고 하여 밀린 일을 했다.

그러다보니 오늘 또 일기가 많이 늦어 지각이다.

일기 쓰는 것도 중요한 일상이지만 일이 먼저다.

주말을 쉬고 나간 식물원에서는 어제도 어김없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한바퀴 둘러보았다. 봄날처럼

많은 꽃은 관찰할 수 없지만 그래도 곳곳에 꽃이

보인다. 여름꽃이다. 식물원에는 일반적인 꽃들은

없다. 모두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야생화들이다.

3년째 일을 다니고 있지만 지금도 모르는 꽃들이

많아 그때그때 메모하며 배우고 익힌다. 참 좋고

재밌고 흥미롭고 신기하고 오묘함에 푹 빠져있다.

이 나이에 일도 하면서 취미도 살릴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일터인지 몰라 늘 감사한 마음이다.


https://band.us/band/7070781/post/430598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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