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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열무, 얼가리배추 수확하던 날


2026년 7월 13일 월요일

음력 丙午年 오월 스무아흐렛날


밤에 피는 꽃, 달맞이꽃이 피었다.

이른 아침까지는 노랗게 핀 꽃을 볼 수 있다.

달맞이꽃, 한여름이 왔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장마가 끝난 건 아니지만 장맛비가 주춤하여

엄청 습하고 무척 더위가 심하다. 폭염이란다.

아침 기온 20도, 어제 한낮 기온은 29도까지

치솟아 무척 더웠다. 31도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보와는 달리 조금 낮았지만 무더위는 별반

다름이 없는 듯했다. 밖에 나가 움직이면 그냥

땀이 줄줄 흐른다. 다른 고장엔 벌써 열대야가

시작되었다는데 이 산골은 해가 지면 서늘하여

열대야와는 거리가 먼 고장이라서 좋긴 하다.

오늘도 안개 자욱한 아침, 무척 더울 모양이다.


어깨 염증 치료를 하느라 주말 내내 꼼짝없이

지내야만 했다. 그렇다고 해야할 일을 안 할 순

없었다. 안개 자욱한 이른 아침, 일어나자마자

큰밭가 들깨와 대파 쓰러짐 방지를 하기로 했다.

여느때 같으면 혼자 해도 되겠지만 땀을 흘리면

환부가 덧날 수 있다고 하여 무리하게 일을 하지

말라고 하여 대충 작업준비를 했다. 지지대로 쓸

고추대와 재활용 막대기, 망치 그리고 고추끈을

준비한 그 무렵 아내가 작업복 차림으로 나왔다.

힘든 일은 아내가 하고 촌부는 보조를 해야했다.

평소와 달리 주객전도(主客顚倒)라 해야겠지?

지난 장맛비와 돌풍에 쓰러지고 자빠진 녀석들을

일으켜 세워서 지지대에 연결한 고추끈에 기대게

해줬다. 다른 농가에서는 이렇게까진 하지않는다.

무슨 상관있으랴! 우리만의 방법이면 되잖은가?

일은 마치고 나오다가 초입의 코스모스도 같은

방법으로 쓰러짐 방지를 해놨다. 아내도 잘하네!


그새 동녘엔 아침 햇살이 고개 내밀고 자욱했던

안개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습한 공기와 함께

햇볕이 따가울 정도였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한

아내가 또다시 어디론가 바쁜 걸음으로 내달렸다.

"오데 가노?" 했더니, "블루베리 따야해! 당신은

오지마! 이슬 많아 당신은 안돼! 혼자 따도 돼!

당신은 보디가드야! 와서 그냥 서있기만 하시오!"

라고는 했지만 쪼그리고 앉으면 어깨에 물방울이

떨어질 것 같아 서서 블루베리를 땄다. 밑에 있는

것은 아내가 땄으며 위에 열린 것은 촌부가 땄다.

이번이 여섯 번째 수확이다. 아직 한두 차례는 더

따게 될 것 같다. 이제 조금씩 수확량이 줄어든다.

1.8kg이란다. 그동안에 10kg 훨씬 넘게 땄으니

이 정도만으로도 만족을 너머 대만족이다.


지난 6월 초에 씨앗을 뿌린 열무와 얼가리배추가

아주 튼실하게 잘 자랐다. 그동안 한두 번은 솎아

겉절이와 나물로 먹었다. 드디어 어제 제대로 잘

자란 것을 뽑았다. 촌부가 해야하는 일인데 어깨

염증 때문에 아내와 처제가 뽑고 데크로 옮겨와

다듬었다. 촌부가 할 일인데 하필 이때 일을 못해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매가 땀을 뻘뻘

흘리며 뽑은 채소를 들고오는 모습이 안스러웠다.

그래도 싱글벙글이었다. 이렇게 싱싱하게 잘 자란

것은 처음이라며 오히려 촌부에게 고맙다고 했다.


해마다 열무와 얼가리배추를 심어 기르기는 해도

올해처럼 잘 자란 것은 처음이지 싶다. 농약, 비료

한번 주지않고 기른 것이기에 더 뿌듯하고 흐뭇한

마음이다. 아내와 처제의 칭찬에 어깨가 으쓱했다.

열무김치, 물김치도 담그고 나물로도 먹을 거란다.

밭에 나갔더니 꽤 많은 양을 뽑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빼곡한 모습이다. 오래 두면 안될 것 같아

오는 17일 동갑내기 막내처제와 장서방 회갑기념

가족모임에 나갈때 전부 뽑아서 나눔을 해야겠다.

촌부가 씨앗을 뿌려 나름 정성을 다해 열심히 기른

채소를 뽑아 데크에서 도란도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며 다듬는 자매의 모습이 너무 정겨워 보였다.


https://band.us/band/7070781/post/430598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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