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얼떨결에 다녀온 원주 나들이
2021년 3월 9일
음력 辛丑年 정월 스무엿샛날
현대의 생활에서 자동차는 뗄래야 떨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생활의 필수품이 되었다. 도시 생활에서도
그렇지만 산골에서는 더더구나 그렇다고 할 수가
있다. 도시처럼 밖에 나가면 버스, 지하철, 택시와
같은 대중교통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자동차는 산골 생활에서 이동을 위한 수단으로서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것이다. 그 중요한 생활의
필수품에 결함이 생기면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이번에 자동차 문제로 사흘간 꽤 고생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자동차를 편리한 생활의
수단으로만 여기며 몰고 다닐 줄만 알았지 간략한
상식마저 없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원주의 자동차
정비 서비스를 받는 곳까지 마음을 졸이며 갔으나
생각했던 것보다 큰 결함없이 두세 시간의 정비로
무사히 마칠 수가 있었다. 자동차는 편리함을 선사
하는 아주 중요한 수단이긴 하지만 우리의 생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라 안전이 가장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미리미리 꼼꼼하게 확인하고 점검을
해야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는 이번 일이었다.
자동차 수리를 하는 두세 시간 동안 일을 보라면서
카센터 사장님께서 고맙게도 승용차를 내주셔서
시간 낭비없이 요긴하게 이런저런 일을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먼저 안경점에 들려 시력검사를 하고
안경을 새로 맞췄다. 요즘 안경을 끼고도 눈이 꽤
피로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또 뿔테
안경을 골랐다. 다만 아내와 안경점 사장의 권유로
검정색에서 약간 밝은 색으로... 오래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때는 금테 안경을 고집했었는데
이제 이곳 산골에서는 뿔테 안경이 더 편리하다.
그리고 예전에는 해마다 시력검사를 하고 렌즈를
교체했었는데 근래에는 너무 무관심했던 것 같다.
예전과는 달라서 요즘은 그다지 비싼 것도 아닌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우리 신체부위 중에서 어디
한군데라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있을까마는 특히
눈은 얼마나 더 소중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 말이다.
이제 정기적으로 체크를 해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모처럼 원주에 나간 김에 중앙시장을 구경도 할 겸
한바퀴 둘러보았다. 산골 오일장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의 규모는 물론 가지가지 없는 것 없이 많았다.
이것저것 장도 보고 기왕 원주에 나왔으니 엄마가
계신 요양원에 들렸다 가자고 했다. 딱히 사다드릴
만한 것이 없어 감귤을 한 박스 샀다. 집에서 나올
때 이미 그렇게 하려고 엄마가 좋아하시는 옥수수
강냉이 튀긴 것과 옛날 과자를 가져왔었기에 함께
가지고 가서 요양원 현관앞에 놓고 왔다. 요즘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면회는 물론 요양원 관계자와도
대면접촉을 할 수가 없어 전화로 갖다놓고 간다고
알려주고 오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마음 아픈
시절에 살고있는 우리가 아닌가 싶다. 건물 2층에
엄마가 계시는데 뵙지도 못하고 돌아서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촌부가 이럴진데 아마 아내는 더욱 더
아팠으리라 생각된다. 하루빨리 이 아픈 코로나19
시절이 지나가고 언제라도 마음놓고 엄마를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울적한 마음 달래며 다시 카센타에 갔더니 수리를
마친 자동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저것
장을 본 것을 옮겨싣고 대형마트에 잠시 들렸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아내가 이래저래 별로
마음이 안좋았는지 중년가요를 들으며 가자고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때 박강성의 '문 밖에 있는 그대'
란 곡이 나오는 바람에 그만 아내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처남이 생전에 잘 부르던 노래였기 때문에
이따금씩 이 노래가 나오면 아내는 멀리 떠나버린
아우 생각에 눈물을 짓곤 한다. 떠나신 부모님은
잊을 수는 있겠지만 손아래 아우의 먼저 감은 아마
평생 잊지못할 것만 같다. 우리 부부는 둘 다 똑같은
아픔을 하나씩, 아니 둘씩이나 지니고 살아가야만
하니까... 모처럼의 원주 나들이는 이렇게 끝났다.
아내는 집에 오자마자 저녁은 대충 먹자고 하더니
청국장 찌개를 끓이고 달래간장을 만들어 맨김에
싸먹자며 밥상을 차렸다. 이렇게 먹는 것도 너무나
맛있고 아주 좋은데 무슨 대충이라고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