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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봄을 기다리는 마음


2021년 3월 6일 

음력 辛丑年 정월 스무사흗날


'올해는 봄이 조금 일찍 오려나? 그랬으면 좋겠네!'

라고 하며 은근히 기대를 했다. 그 생각, 그 기대는

깨몽이었다. 여기서 깨몽은 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소위 헛꿈을 꿀 때, 그 꿈을 깨라는 뜻으로 만들어

낸 말, 즉 신조어이다. 가능한 이런 말은 안쓰려고

하는데 또 쓰게 된다. 논문을 쓰는 것도 아니니까,

단순한 일기에 불과한 것이니까 그냥 넘어가기로...

봄을 기다리던 촌부의 바람은 하늘의 짖궂은 심술

덕분(?)에 일장춘몽이 되어버렸다. 한 며칠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 겨우내 내려 쌓여있던 눈은 흔적도

없이 녹아 봄이 빨리 오려나 싶었던 것인데 3월을

시작하는 첫날 아침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하늘이

내려주는 모든 걸 하루에 몽땅 쏟아놓았다. 촌부는

이런 현상을 종합세트라고 일컫는데 비, 진눈깨비,

눈이 차례로 내린데 이어서 영하 16도의 한파까지

몰아닥쳐 봄을 기다리던 촌부의 바램을 산산조각

내고 말았다. 그러니까 날씨의 변화, 계절의 변화는

섣불리 성급하게 판단하면 안된다는 것을 또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동차는 2월 마지막날 집을 나간 뒤

지금껏 올라오지 못해 며칠째 아랫쪽 도로가에서

외박을 하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다소 불편하기는

해도 촌부와 자동차의 안전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겨울이 길고 눈이 자주 많이 내리는 곳,

雪多目에서 산골살이를 하는 촌부의 애환이라고

해야겠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다지 싫은 느낌이

없고 오히려 아침 산행을 못하는 요즘이라 오히려

잘 되었구나 싶다. 그렇잖아도 운동량이 적어 자꾸

똥배가 나오는 것 같아서 걱정스러웠는데 말이다.

이런 걸 두고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고 했던가?

기왕 똥배 이야기가 나왔으니 밤참 이야기를 조금

하고 넘어가볼까? 예나 지금이나 거의 매일 밤참을

먹는 버릇은 못버리고 있다. 아내가 정성껏 만들어

주는 음식, 아내는 간단식이라고 하지만 어디 그런

것인가? 어찌되었든 조리를 하려고 하면 귀찮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내색없이 잘 해서 먹인다.

문제는 겨울철에는 산행을 못하기 때문에, 아니다!

산행을 안하기 때문에 아랫배가 자꾸 나오고 있다.

이제 머잖아 밭일이 시작되고 나물을 찾아 뒷산을

오르내리게 되면 또 자연스레 홀쭉해질 것이다.


그동안 일기에 야식(夜食)이라고 표현을 꽤 많이

했는데 '밤참'이라는 좋은 우리말이 있어 지금부터

이  말을 쓰려고 한다. 지금껏 잊고 있었는데 얼마

전 봉화에 귀농하여 농사, 목공, 책 편집등 다양한

재능을 겸비하신 옛 직장 선배님, 서암거사님께서

밤참이라는 표현을 하셨기에 아차! 싶었던 것이다.

알기에 선배님은 명문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여

잠시 교직생활도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다. 잊었던

것을 깨우쳐 주셨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참, 어제는 절기상 경칩(驚蟄)이었는데 잊고 지나

갔다. 하긴 절기는 절기일뿐 산골의 날씨와는 별로

들어 맞지는 않는다. 경칩이라는 절기의 뜻을 살펴

보면 개구리를 비롯한 삼라만상이 겨울잠에서 깨어

난다는 뜻인데 지금 이 산골의 현실은 잠을 깨기는

커녕 잠을 깼다가 추위에 놀라서 다시 겨울잠에 들

것  같다. 산더미처럼 잔뜩 쌓여있는 눈, 꽁꽁 얼어

있는 땅바닥, 영하의 기온, 아침마다 하얗게 내려는

서리는 경칩이라는 절기를 무색하게 하는 산골의

겨울 정경이다. 그러니까 아직 봄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는 시기상조라고 해야겠지? 그래도 촌부는

봄을 기다리게 된다. 봄은 눈구덩이 밑에서도, 꽁꽁

얼어붙은 얼음장 밑에서도, 서릿발 서걱서걱한 땅

바닥 밑에서도 꿈틀거리고 있겠지?20210306_00325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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