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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집 나간 길냥이 장화


2021년 3월 5일 

음력 辛丑年 정월 스무이튿날


거실을 오다가다 틈만 나면 아내는 데크쪽의 커텐을

젖혀서 바깥을 내다본다. 길냥이 장화 녀석이 혹시나

데크에 왔는가 싶어 궁금한 것이다. 혼자 중얼거린다.

"이 녀석 어디에 갔길래 벌써 며칠째 집에 안올까?"

지난해 늦은 봄, 갓난 새끼였던 그때부터 불과 얼마

전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먹이를 챙겨주었던 아내는

길냥이 장화가 보름 가까이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어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갓 태어난 그때는 어미까지 네 마리였다. 챙겨주는

먹이가 수월찮았다. 그때 새끼 세 마리의 이름까지

지어주었다. 얼룩이덜룩이, 깜장이 그리고 장화...

처음에는 얼룩이덜룩이가 집을 나갔고, 그 다음에는

깜장이 그리고 이번에 마지막으로 가장 오래되었고

정이 많이 든 녀석 장화가 깜깜 무소식이다. 그런데

어미는 아직도 단지 어디에선가 머물고 있는데 왜

새끼들이 하나씩 모습을 감추고 안보이는 것일까?

길냥이들의 습성 아니 고양이들의 습성을 잘 모르니

더욱 더 많이 궁금하다.


가장 우리곁에 오래 머물던 장화는 예뻤다. 검정색

몸통에 앞가슴과 다리 부분이 흰색이라서 아내는

녀석이 마치 하얀 장화를 신은 모습이라며 이름을

'장화'라고 지어 불렀다. 사실 우리 부부는 고양이를

썩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녀석들 세 마리는

귀엽게 생겼고 노는 것이 참 보기가 좋았다. 그 중에

가장 오래 함께한 장화는 이른 아침 일어나 커텐을

젖혀보면 어디서 자고 왔는지 모르지만 데크에 와서

먹이를 달라는 듯 앉아 동그란 눈으로 우리를 빤히

쳐다보곤 했다. 저녁무렵에도 그랬다. 먹이를 들고

데크 창문을 열면 창문앞에 앉아있다가 먹이통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기다렸다. 먹이를 다 주기도 전에

입을 들이밀며 먹이를 먹곤 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아내도 촌부도 '천천히 먹어라, 이 녀석아!'

라고 하며 먹는 모습을 한참 동안 지켜보기도 했다.


처음에는 집에 있는 소시지며 햄은 전부 녀석에게

주었다. 그러다가 녀석의 먹이로 소시지를 사오고

자라면서 그것도 모자라 고양이 사료를 사서 섞어

먹였다. 못쓰는 그릇에 담아주다가 이제는 완전히

집고양이가 되었구나 싶어 밥그릇도 별도로 준비를

했다. 그런데 녀석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아내가 너무 허전해 하면서 하는 말이 많이 짠했다.

"사람도 그런데 동물도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하는 말이 실감이 나네. 어디에 가서 있던지

잘 먹고 잘 살아야 할 텐데... 도대체 어디 갔을까?"

그동안 근 일년 가까이 정이 많이 들긴 들어나보다.


엊그제 장에 나가면서 하는 수 없이 새로 사다놓고

뜯지않은 고양이 사료 한 포대를 마트에 반품했다.

집에 다시 돌아오면 새로 사오더라도 반품시기를

놓치면 사료를 어디 쓸데가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아내가 마음이 짠하다면서 불쌍해 하는지 모른다.

비록 길냥이지만 우리와 정이 푹 들었던 녀석이라

너무 마음이 허전하고 짠한 것이다. 이따금씩 밖을

내다보면 평소처럼 단지안에서 놀고 있는 녀석이

보이는 것 같고 집으로 밥먹으러 오느라 쫄래쫄래

중앙통로를 따라 올라오는 녀석이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을 하기도 한다.  IMG_20210305_7.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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