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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이런저런 산골살이 재미, 그리고...


2021년 3월 4일 

음력 辛丑年 정월 스무하룻날


이른 아침, 일어나자마자 난로에 장작을 가득 넣고

불을 지폈다. 아주 오래전 이곳에 오기전에 생각한

것이 '훗날 전원생활을 하게 된다면 꼭 난로를 놓고

살아야지!'라고 다짐을 하면서 로망을 키웠었는데

그것이 현실이 되고보니 너무나 뿌듯하고 흐뭇하여

아침마다 불을 지피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장작이 타며 내는 소리, 탁탁거리는 것도 좋고 나무

타는 냄새가 정말 좋다. 아내가 잠에서 깨 아랫층에

내려오며 "아~ 따뜻해! 오늘은 몇 도야?"라고 하는

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아주 작은 로망 하나를 이룬

것이겠지? 


난롯불 열기에 훈훈함을 느끼게 될 즈음 밖에 나와

사방을 살핀다. 엊그제 내린 눈이 많아 돌아다니긴

좀 그렇다. 현관에 우두커니 서서 한참을 망설인다.

순간 아내가 만들어 놓은 밀짚모자를 쓴 눈사람과

눈을 마주쳤다. 산골에서나 있을법한 아주 정겨운

정경이다. 소소한 것에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욕심

마저 내려놓을 수가 있는 이런 느낌이 너무나 좋다.

뭐가 그리도 바쁘다고 이런 재미도 없이 지난날을

살았을까? 후회까지는 아니지만 반성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 지금도 늦지는 않았다. 그걸 느끼게

되는 그 순간이 가장 빠른 시기라고 하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점심무렵이 지나 아내가 전화를 했다. 전날이 봉평

오일 장날이었고 때마침 쉬는 날이라 장구경도 할

겸 이런저런 식재료를 사올까 했는데 전날 폭설이

내리는 바람에 오도가도 못하게 되어 나가지 못해

필요한 식재료 몇 가지가 떨어진 듯했다. 이것저것

전화로 알려주는 것을 머리에 입력을 시켜두었다.

잠시 짬이 나서 농협마트에 들려서 기억을 되살려

카트에 담았다. 계산대에 갔더니 계산원이 인사를

하며 "오늘은 사모님과 함께 안나오시고 사장님이

혼자 나오셨네요."라고 했다. 혼자 속으로 그랬다.

'나 사장 아닌데...'라고... 이내 인사에 답을 했다.

"아~ 네! 눈이 많이 와서 집사람은 못내려 왔네요."

라고 했더니 "산꼭대기에 사시나봐요? 힘드시게..."

라며 걱정을 해주었다. 주민이 별로 안되어 그런지

아님 자주 다녀서 그런지 기억을 해주어 고마웠다.

산골은 이런 자잘한 정이 있어 좋은 곳이라 여긴다.

모처럼 아내의 심부름을 하는 것도 살아가는 재미,

자그마한 것이지만 기쁨이고 즐거움이다.


아침나절 우울한 소식 하나를 접했다. 죽마고우가

세상을 떠났단다. 어릴적부터 덩치가 꽤 큰 친구다.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오래전에 동창 모임에서

만나 술잔을 기우리며 어릴적 이야기를 하며 웃곤

했던 친구였는데 뭐가 그리 바쁘다고 이렇게 급히

서둘러서 떠나는지 모르겠다. 커다랗 덩치에 굵은

뿔테 안경을 쓴 거무틱틱한 얼굴은 아주 건강하게

보였는데 말이다. 이놈의 시절이 하도 어수선하니

문상도 못가보고 그저 마음속으로 친구의 영면을

빌고 있다. "친구야! 부디 근심걱정이 없는 곳에서

고통없이 영면하시기를 바라는 마음 전할 뿐이라

많이 미안하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IMG_20210303_1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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