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거야!
2021년 3월 3일
음력 辛丑年 정월 스무날
진입로 제설작업을 거의 마쳐갈 무렵,
아내가 느닷없이 썰매를 타보겠다고 했다.
"눈삽을 깔고앉아 썰매 한번 타볼까?"
"큰일날 소리, 바닥이 얼어서 안된다니까!"
"저 위에서부터 타고 내려오면 될 것 같은데..."
"탈 순 있지만 워낙 미끄러워 제동을 못한다고..."
"한번 타볼게, 당신이 밑에서 잡으면 되잖아?"
"그럼 여기 눈을 덜 치운 쪽으로 방향을 잡아!"
그렇게 하여 비탈진 진입로 윗쪽에서 눈삽을 깔고
앉아 눈썰매를 타듯이 미끄러져 내려왔다. 어찌나
속도가 빠른지 눈깜짝할 사이에 눈쌓인 곳을 스쳐
지나가며 겨우 방향을 틀어 멈쳤다. 어린아이 마냥
재미가 있다며 웃는 아내의 모습이 천진난만했다.
스릴이 있으니 촌부에게 한번 타 보란다. 아내보다
짧게 타 봤는데 재미있기는 한데 너무나 위험했다.
더 타겠다는 아내를 만류했더니 너무 아쉬워했다.
눈을 치우기는 했지만 얼어있는 바닥까지 다 긁어
내지못하여 잘못하면 다칠 수 있어 만류한 것이다.
제설작업을 마치고 집에 먼저 올라간 아내가 무슨
일인지 앞마당에 쪼그리고 앉아 무언가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힘들텐데 뭘 또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집에 안들어가고 거기서 뭐하고 있노?"
"눈사람 만들어 보려고...ㅎㅎ"
"어리다, 어려! 무슨 눈사람을 만든다고 그래?"
"재밌잖아? 이리 와서 좀 도와주시오!"
"뭘 하모 되는데... "
"눈썹, 눈, 입을 만들게 나뭇가지 좀 주워 오셔!"
아내가 자그맣게 눈을 뭉쳐 만들어 놓은 눈사람의
얼굴에 눈썹, 눈, 입을 만들고 아내는 눈을 뭉쳐서
코를 붙이고 나뭇가지를 꽂아 양쪽 팔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눈사람 옆에 쪼그리고 앉더니 기념사진을
찍으라며 웃는 아내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또 봤다.
눈썰매 타던 모습에 이어 하루에 두번씩이나...
그렇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기쁠 수도 있을 것이고 또한
그 반대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말이 있잖은가?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이 말은 미국의 심장전문
의사인 '로버트 엘리엇'이란 사람이 쓴 책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한문으로 옮겨보면 약불피즉화지
(若不避則和之)라고 하는 이 말은 쉬운 듯하지만
실천하기가 쉽진 않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부부는
'우리 일상에 닥치는 일이 어렵고 힘들다 하더라도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즐기자!'라고 다짐을 했다.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제설작업이 힘들 정도로 눈이
많이 내렸고, 또한 비와 진눈깨비 뒤에 내린 폭설로
습기를 잔뜩 머금은 습설이라서 엄청 고생을 했다.
무척이나 힘든 고생을 하면서도 우리는 아이들처럼
눈썰매를 타기도 하고, 눈사람을 만들어 놓고 좋아
하며 힘든 것을 즐거움으로 상쇄하려고 한 것이다.
힘들었을 텐데 불평불만없이 이런 생각까지 하게
해주는 아내가 고맙다.
사실 이번에 내린 눈은 치우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워낙 양도 많았고 비와 진눈깨비로 바닥이 축축한
상태에 물기를 잔뜩 머금은 습설이라서 넉가래로
밀어도 밀리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눈삽을 들고
한 삽 한 삽 퍼서 치워야 하는 원시적인 방법 밖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옆집과 서로 갈라지는
진입로부터 치웠다. 아랫쪽은 내려가보지 않아서
어떤 상태인지는 모르겠다. 진입로를 차우고 나서
카페앞에서 중앙통로는 우리가 다닐 수 있게 겨우
길만 터놓았다. 도저히 힘이 들어 주차장을 비롯한
여러 곳은 그냥 두기로 했다. 한겨울과 달라서 요즘
눈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잘 녹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영하 15도까지 곤두박질을 한
기온이라서 눈이 녹으려면 꽤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오늘 아침은 아이젠을 장착하고 미끄러운 산길을
걸어 내려가야만 할 것 같다. 한겨울도 아닌 3월에
아이젠을 차고 걸어가야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