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게으른 촌부, 책이 쌓인다.
2021년 2월 27일
음력 辛丑年 정월 열엿샛날
게으른 촌부, 여기저기 읽어야 할 책이 쌓여만 간다.
언제부터 그랬을까? 가끔씩 읽기는 하지만 제대로
마음먹고 책을 읽는 시간이 드문드문이다. 이래서는
안되는데... 마음은 그렇지만 행동은 또 딴짓거리다.
책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지만.... 그러면 뭐하나?
읽어야 내 것이 되고 내 마음의 양식이 쌓이는 건데
말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지'라는 옛
속담도 있잖은가? 마음만 다진다고 내 것이 되는 건
아니잖은가? 책 좀 읽으며 살자! 이놈의 촌부야!
예전에는 장르와 상관없이 책을 닥치는대로 정말
많이 읽었다. 책에 한 맺힌 사람처럼 말이다. 맞다.
고교시절엔 책에 한이 맺혀 있었다. 읽고싶은 책이
있어도 사서 볼 형편이 안되었던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도서관에서 빌려 보거나 청계천 헌 책방에서
남이 보고 팔았는지 버렸는지 모르는 책을 사봤다.
당시에는 촌부와 같은 처지의 학생들이 꽤 많았다.
그래서 각오를 다졌다. 훗날 돈을 벌게 되면 마음껏
책을 사보리라고 다짐에 다짐을 했었다. 대한민국
굴지의 회사 해태제과에 입사하고 다시 계열사인
광고회사 코래드에서 근무할 당시 책을 엄청 많이
샀고 많이 읽었다. 늘 가방에다 책을 두세 권 넣고
다니며 틈만 나면 아무곳에서나 책을 읽었으니까.
요즘처럼 인터넷 서점이 생기기 전이라서 서점에
들려서 책을 고르곤 했다. 그 당시 단골로 다니던
서점에서는 하도 자주 들리고 책을 많이 사니까
신간이 나오면 연락을 주기도 했었고 책값을 깎아
주기도 하고 덤으로 책을 더 주기도 했던 기억이
새롭다. 한동안 인터넷 서점이 번창을 하면서 동네
서점은 견뎌내지 못하고 점점 사라져 많이 아쉽게
생각되었다. 그러다가 근래 작은 책방, 작은 서점,
동네 책방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을 보니 참 기분이
좋다. 그들을 열렬히 응원하게 된다.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을 하여 전국민이 책을 많이 읽는 그 날을
앞당겨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런데 촌부의 서재에는 미처 읽지못한 책이 점점
쌓여간다. 이곳에 오기전에는 그랬다. 산골살이를
하게 되면 유유자적(悠悠自適)하며 책을 더 많이
읽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 자체는
오산이었다. 낮으론 밭일에, 산을 돌아다니다 보니
육체를 많이 사용하게 되어 그런지 밤에는 피곤에
쩔어 잠자기에 급급했고 낮으론 시간이 남는다고
해도 책을 읽을만한 여유를 갖지는 못했다. 하기사
마음만 먹으면 되는 것이겠지만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와 구축함은 독서를 해야한다는 생각보다 더
우선이었다. 구차한 변명이고 핑계 같지만 그때는
그랬다. 또 지금은 바깥일과 집일을 병행하다보니
더 그렇다. 이제 집일을 조금씩 줄이고 쌓여만 가는
책은 짬을 내서 읽을 생각이다. 그 생각, 그 다짐을
잊지않으려고 서재는 물론이고 아랫층 거실에도
심지어 침대옆 협탁에도 책을 놓아두고 틈이 나는
대로 읽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