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전통적인 우리 고유의 풍습은 이어질까?
2021년 2월 26일
음력 辛丑年 정월 대보름날
오늘은 정월 대보름날이다. 우리 고유의 명절이다.
그 옛날 할머니께서 그러셨고, 후엔 어머니께서도
그러셨는데 이제는 그 뒤를 이어 이른 아침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 "대보름날인데 부럼 깨물고 복쌈을
싸먹어야 해요. 나는 아들 것까지 대신 해야겠네."
라며 생밤과 피땅콩, 오곡밥, 맨 김 한 장을 주었다.
아내가 시키는 그대로 부럼을 깨물고 복쌈을 한 쌈
싸서 먹었다. 귀밝기 술은 이미 어제 저녁 오곡밥에
아내가 준비한 갖가지 대보름 나물과 함께 마셨다.
조상대대로 이어오는 우리 고유의 세시풍습이다.
오랜 옛날에는 이 보다 더 다양하게 정월 대보름을
지냈다. 아마 50대 이상은 촌부가 생각하는 명절을
지내지 않았을까 싶다. 부럼깨물기는 당연한 것이고
오곡밥 아홉 그릇 먹고, 나무 아홉 짐을 한다고 했다.
솔직히 밥은 이 집 저 집에 다니며 많이 먹은 기억은
있지만 나무를 아홉 짐을 한 기억은 없다. 옛날부터
그랬다고 전해 내려오는 말이라고 믿는다. 다니면서
짖궂은 짓은 많이 했던 기억이 있다. 더위팔기, 먼저
이름을 불러서 대답을 하면 '내 더위 다 사가라!'라고
소리를 친 다음 도망을 치곤 했다. 요즘은 그런 장난
같은 짓이나 그 말도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옛부터 전해온 세시풍습이 과연 얼마나 남았을까?
오곡밥과 묵나물먹기, 부럼깨기, 귀밝이술 마시기를
비롯하여 볏가릿대 세우기, 용알뜨기, 놋다리밟기,
지신밟기, 용궁맞이, 쥐불놀이, 널뛰기, 연줄끊기,
줄다리기, 차전놀이 등 마을 단위로 놀이를 통하여
마을의 무사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행사가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가만히 살펴보면 대부분
농사와 관련된 것이다. 농경사회 시대부터 생겨난
풍습이라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 많은
풍습은 아쉽게도 점점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것 같다. 이 촌부는 오곡밥과 묵나물 먹는 것,
정월 대보름 핑계삼아 귀밝이술 서너 잔 마시는 것,
아내의 정성에 부름깨물기, 복쌈을 싸서 먹는 것을
제외하고 다른 것은 거의 잊고 사는 것 같다. 하여
그나마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는 말을 하는 것도 좀
그렇다. 그래도 우리 세대는 아직 이 정도는 하지만
우리 다음 세대는 이 마저도 잊혀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촌부만의 기우는 아닐테지?
모든 것이 풍부한 시대, 생활 습관이 서구화가 되어
버린 우리 사회, 그 속에서 전통도 점점 사라지면서
잊혀져 가는 세상이 되는 것 같다. 우리 세대의 다음
세대는 30대와 40대인데 그들이 과연 이 전통적인
풍습을 이어받게 되겠는가? 촌부 생각에는 아마도
그러지 않을 것 같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
우선 이 촌부도 점점 그렇게 돼가고 있으니 말이다.
문득 이 말이 떠오른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옛 것을 제대로 알게 되면 새로운 것을 알게 된다'
그렇다. 옛 것이라고 다 버리면 안된다는 말이다.
요즘같은 시대에 모든 풍습을 다 계승할 순 없지만
전통적인 우리 고유의 풍습은 조금이라도 이어져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