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왜 사서 생고생이야?
2026년 7월 10일 금요일
음력 丙午年 오월 스무엿샛날
아침 기온 20도, 동녘에는 해가 떠오르는 모습,
이제 장맛비는 그친 것일까? 예보에도 없어졌다.
밤에도 쏟아질 것이라더니 내리지 않은 듯하다.
어제 오후 소강상태였는지 잠시 햇볕도 보였다.
충청, 전북, 경기, 수도권 지방은 비피해가 꽤나
심한 듯하다. 해마다 장마철이면 느닷없이 속출
하는 비피해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자연재해는
대비하는 것이 어렵다. 느닷없이 쏟아지는 폭우,
우리네 사람들은 어쩔 도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비피해를 당하신 분들께는 너무나 죄송하지만
우리 고장은 물론 이곳의 산골은 다행히 괜찮다.
어제부터 내린 비의 강수량은 89mm라고 한다.
이곳 면온에 비해 군청 소재지 평창은 엄청 많은
무려 180mm가 내렸다고 한다. 꽤 많은 차이다.
비피해가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제 아침마다 촌부는 자연마트 장바구니를 들고
집을 나선다. 그동안 상추를 비롯한 채소를 한번
먹을 만큼 그때그때 조금씩만 채취했기 때문인데
이젠 점점 수확할 양이 늘어 자연마트 장바구니가
등장했다. 오이, 가지, 방울토마토, 풋고추, 상추,
들깻잎 등 가짓수는 물론 양도 많이 늘어 그렇다.
이때를 기다렸다. 아직은 초기라서 장바구니를 다
채우지는 못하지만 장바구니 등장만으로도 너무
뿌듯하고 흐뭇하다. 점점 양이 많아지게 될 테니...
누군가 그랬다. '그 집에는 곳곳에 무슨 구조물을
그렇게 많이 세워놓았느냐'고... 앞마당에는 물론
곳곳에 많긴 하다. 대부분 덩굴성 야생초들이다.
더덕, 메꽃, 으아리, 큰꽃으아리, 검종덩굴은 그냥
두면 다른 야생초를 휘감고 올라 보기에도 그렇고
다른 야생초의 성장에도 방해가 되고 장애가 되어
덩굴이 감고 올라갈 수 있게 구조물을 세워주거나
지지대를 세워 고추끈으로 유인줄을 만들어주곤
한다. 온갖 재활용 자재 이용해 나름 여러 모양의
구조물을 만들어 세워놓았다. 또 키가 크게 자라는
잔대, 겹삼입국화, 참나리, 산국, 금꿩의다리, 백합,
해바라기, 코스모스 등은 쓰러짐 방지용 지지대를
세워준다. 자연에서야 제멋대로 자라도, 쓰러져도
그 누가 상관하겠는가? 하지만 꽃이 좋아 집에서
기르는 화초인데 너저분하게 두고 볼 순 없잖은가?
그래서 주인장 촌부의 손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서
귀찮다는 생각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손을 본다.
어제 이른 아침, 내리던 비가 잠시 멈춘 틈을 타서
큰밭의 맷돌호박과 작은밭2의 애호박이 자라는
사이의 야생초를 비롯한 잡초를 모두 베어버렸다.
호박 덩굴 뻗어가게 하고 호박이 열리면 잘 보이게
하려는 의도이다. 풀섶에 숨어있는 호박은 쉽사리
찾을 수 없어 시기를 놓치면 애호박으로 먹을 수
없어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맷돌호박은 노랗게
익히는 호박이지만 애호박은 말 그대로 어린 것을
따서 먹는 호박이라 익혀 늙히면 그다지 좋지않다.
익혀 늙힌 맷돌호박은 해마다 수확해 나눔을 한다.
"왜 사서 생고생이야?"
어제 아침에 아내가 한 말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어제 아침에 우의를 입었지만
비를 맞으면서 밭일을 하느라 비에, 땀에 푹 젖어
몰골이 말이 아닌 후줄근한 상태로 비를 맞으면서
들어오는 촌부를 보곤 안스러움에 속이 상한다며
아내가 한 말씀했다. 제발 좀 제초제를 치라면서...
사연인즉슨, 올해는 옥수수밭에 멀칭비닐을 씌우
지않아 밭고랑은 물론 옥수수가 자라는 이랑에도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는 것을 감당할 재간이 없어
제초제를 쳐버릴까 망설였다. 지난 6월 초에 한번
제거를 했다. 아내에게는 밭일을 시키지 않으려고
했는데 한사코 돕겠다고 하여 함께 마무리 했었다.
한달이 지나면서 옥수수는 아주 잘 자라 개꼬리가
나오기 시작하여 웃거름을 줘야할 때가 되었으나
무성한 잡초 때문에 고민했다. 그 상태로 거름을
줘봐야 잡초가 다 빨아먹을 것이라서 궁리를 했다.
조금 늦더라도 뽑고 캐고 베어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자그만 채소낫, 최근 마련한 제초도구를
들고 밭에 들어가 잡초정리를 시작한 것이다.
엊그제 쉬는 날 하루 꼬박 했음에도 마무리 못해
어제 아침에 다시 밭에 들어간 것이다. 장맛비가
주춤하여 우의를 입고 시작을 했는데 한 30여분쯤
지나자 빗줄기가 거세지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중단을 하기는 그래서 비를 맞으면서 강행을 했다.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우의를 입어 비가 내리면서
습해진 공기로 인해 온몸은 땀범벅이 되고 말았다.
우의가 웃통은 비를 가릴 수 있지만 무릎 아랫쪽은
비에 무방비, 점점 젖어올라 윗쪽까지 축축해졌다.
말 그대로 땀과 비로 흠뻑 젖은 것이다. 5시에 나가
8시가 지나 일을 마치고 들어왔으니 거의 3시간을
땀과 빗물에 젖어 목욕탕에 앉아 때를 불린 듯했다.
그래도 하려고 해던, 꼭 해야만 했던 일을 마무리
하여 마음은 가볍고 오히려 흐뭇하고 뿌듯했다.
희한하게 촌부 농사는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는다.
아내를 학교에서 데려온 저녁무렵에 비가 그쳤다.
간간이 햇살도 보였다. 비온 뒤라서 꽤나 습했다.
잠시 망설였다. 웃거름을 주려고 생고생을 했는데
비가 그쳤으니 밭에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아내가 또 걱정을 했다. "힘든데 그냥 내일 하지?"
라고 했으나 생각난 김에 해치우는 것이 마음 편할
것 같았다. 그렇게 다시 한 시간 가까이 날카로운
옥수수 잎파리를 피해가며 겨우 웃거름을 주었다.
습한 날씨라 그물망 모자를 썼지만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얼굴은 물론 온몸이 아침에 이어 또
다시 땀범벅이 되었다. 아침에도 그랬듯이 마음이
너무 개운하고 시원하고 정말 흐뭇하고 뿌듯했다.
아침에 이어 또 말이 아닌 몰골로 집에 들어왔더니
아내가 "수고했어! 당신 이제 정말 농사꾼 다 됐네.
하지만 이번이 정말 끝이야! 앞으론 고생하지말고
제초제 쳐야해! 알았어?" 라고 했다. "응, 알았네!"
라고 짧게 대답하고, 두 번째 샤워를 하러 욕실로
향했다. 저녁에 또 장맛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혼자 미소를 지었다. "촌부야! 너 참 잘했어!"라고
스스로 칭찬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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