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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700여장의 음악CD


2021년 2월 20일 

음력 辛丑年 정월 초아흐렛날



거실 쇼파에서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앉아 있었다.

소위 말하는 멍때리기를 하고 있었다. 아내가 틀어

놓은 스마트폰 레인보우라는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멋진 클래식 선율이 아주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란 프로그램이란다.

간만에 귀가 호강하고 마음까지 차분해지는 느낌,

그래서 음악이 우리의 일상에서 달달한 감미료와

같은 것이 아닌가 싶다. 아내는 하루의 시작을 바로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 것으로 함께 출발한다.

아침 7시에 '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을 듣는데

귀에 많이 익은 팝송이다. 갖가지 사연들이 소개가

되고 진행자의 생생한 음성이 마치 옆에서 이야기

하는 듯한 착각을 하듯 매끄러워 좋다. 팝송도 예전

우리가 젊었던 시절에 많이 듣고 따라 부르던 곡이

대부분이다. 소위 말하는 올드 팝송이다. 노래를 잘

못부르는 촌부이지만 듣는 것을 좋아하여 그 옛날

라디오를 통하여 많이 들었다. 아마 그래서 지금도

이런 음악 프로그램이 정겹고 좋은 것인지 모른다.


음악 이야기를 하다보니 문득 지난 옛 생각이 난다.

꽤 오래전 한때는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제법 많은

음반을 구입하기도 했었다. 광고회사를 퇴직한 후,

뭔가 일을 하긴 해야겠는데 마땅한 업종이 없었다.

아내의 권유로 복잡했던 머리도 식힐 겸 거의 한달

가까이 정처없이 남도유람을 다녀온 후 가장으로서

할 일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고민을 하였다.

그때 또다시 아내의 조심스런 권유로 음악 CD점을

해보기로 했다. 음악에 대해서는 완전 잼뱅이라서

관련 서적을 꽤 많이 사서 읽었고 병행하여 음반도

구입하여 감상을 하곤 했다. 이런 옛말이 있잖은가?

'알아야 면장을 하지!' 이 말은 '어떤 일이든 그 일을

하려면 그에 관련된 학식이나 지식을 익혀 실력을

갖추고 시작해야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때 음악관련 책과 음악감상을 참 열심히 했었다.

당시 가게에 오는 손님은 거의 대부분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학생들이었다. CD 한 장을 팔려고 배워

익힌 음악 상식을 총동원하여 세심하게 알려주기도

했던 기억이 새롭다. 본인이 좋아하는 장르가 있어

찾는 음반도 있었지만 아는 상식으로 일장 연설을

하듯이 알려주면 70~80%는 권하는 음반을 사곤

했다. 그래서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을 체험으로

실감했던 것이다. 지금 소장하고 있는 CD는 아마도

700여장은 족히 될 것 같다. 그 당시 구입 한 것이

대부분이고 가게를 하면서 필요한 것을 감상하느라

따로 빼놓은 것도 상당히 된다. 그 중에는 절판되어

구입을 못하는 소위 말하는 명반도 꽤 많이 있다.


거의 일년반, 음악과 함께 책을 읽으며 보낸 시간이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니 참으로 좋은 경험을 하며

즐겁게 보낸 것 아닌가 싶다. 일년반 후 광고회사로

복귀하게 되어 부랴부랴 가게를 정리해야만 했다.

나름 최선을 다했기에 주변에서는 그런대로 평판도

좋고 장사도 괜찮게 되었기에 아깝지만 회사복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잘된다는 소문이 났는지

내게 가게를 인계했던 사람이 다시 인수를 하겠다고

하여 옳다구나 하고 넘겨버렸다. 손해를 본 것 없이

일년반 새로운 경험을 했고,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 경험의 흔적이 바로 지금 소장을 하고

있는 700여장의 CD이다. 이곳에 와서도 이따금씩

CD를 골라서 음악을 듣곤 했으나 요즘은 뭐가 그리

바쁘다고 그마저도 못하고 있다. 하긴 요즘은 굳이

CD플레이어에 CD를 얹지않고도 스마트폰을 통해

얼마든지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세상이라서

그렇기도 하다. 그래도 가끔씩 CD를 골라 그 옛날

음반 가게 '소리샘'에서 들었던 것처럼 음악감상을

해봐야겠다. 옛 추억도 더듬어 보며...IMG_20210220_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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