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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알다가도 모르는...


2021년 2월 17일 

음력 辛丑年 정월 초엿샛날


며칠전 마을 아우가 "형! 버섯목 준비해놨소?"라고

하여 "아직... 할까말까 생각중인데 늦지 않았나?"

라고 했더니 "몇 대만 준비하지 뭐, 내가 해줄게."

라고 했었다. 그 말을 잊지않고 있어 어제 아침나절

집에 올라와 주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고생을

꽤 많이 했다. 더덕밭에 그늘이 지는 걸 방지할 겸

제법 큰 참나무 두 그루를 베어 적당한 크기로 잘라

버섯목을 만들어 주었다. 드릴로 구멍을 뚫어 종균

까지 넣을 계획이었는데 날씨가 도움이 되지 않아

드릴 작업과 표고 종균을 넣는 작업은 하는 수 없이

다음으로 미뤄야만 했다. 내 뜻대로 안되는 것이고,

알다가도 모르는 게 바로 날씨이다.


대신 펜션옆 시냇가쪽에 너무나 크게 자라 건물을

가리는 나무들을 일부 잘라주었다. 심을 당시에는

몰라지만 세월이 흘러 엄청 크게 자라고 보니 아예

문제 덩어리가 되고 말았다. 나뭇가지가 지붕까지

닿아 그늘도 지게 하고 빗물까지 스미게 되다보니

목조건물이라 손상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무를

심을 때는 훗날을 생각하며 심어야 하는 것인데...

그저 당시에 보기좋은 위치라고만 생각을 하였지

나무가 자라 큰 성목이 되었을 때는 어떨지는 전혀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이런 것을 '시행착오'라고

하는 것이겠지? 이곳에 와서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산다. 아는 것 같지만 모르는 것이 더 많다.


하도 피곤해 점심 식사후 낮잠을 한숨 자고났더니

그새 세상이 하얗게 변해버렸다. 마을 아우와 함께

나무를 자르고 있을 때부터 눈발이 조금 흩날려서

일을 마치고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고 아내가 이것

저것 챙겨주는 것을 아우에게 들려 보냈다. 배웅을

하고 곧바로 뒤이어 자동차를 아랫쪽에 내려다놓고

올라왔다. 그때만 해도 눈이 내린듯 만듯 했었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상당히 많이 쌓여버린 것이다.

저녁무렵 아내와 함께 제설작업을 하고 올라왔다.

중앙통로는 빗자루로 적당히 쓸며 내려가고 있는데

아내가 뒤를 따르며 깔끔하게 정리를 하고 있었다.

아랫쪽 진입로와 넓은 주차장은 넉가래로 밀었다.

아내와 함께 했더니 이내 마칠 수가 있었다. 그러니

아내가 혼자서 하려면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싶어

마음이 짠했다. 이제 그만 좀 내렸으면 좋겠는데...

그랬는데 자고나니 밤새 또 눈이 내려 살짝 덮었다.

그러게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 하늘의 뜻이라니...


내일은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뜻을 가진 봄 절기

우수(雨水)인데 눈이 녹기는 커녕 오히려 눈이 내려

쌓였으며, 심지어 한파경보까지 내려진 오늘 아침은

기온이 무려 영하 16도까지 곤두박질을 하여 엄청

춥다. 며칠 따뜻하여 이대로 봄이 왔었으면 했는데

그 생각, 그 마음까지도 꽁꽁 얼려버릴 것만 같다.

이곳 산골은 절기와는 상관없이 동떨어진 날씨이고

계절의 순환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알다가도

모른다는 말이 생긴 것은 아닐까?20210217_00284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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