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선물같은 하루, '아이~ 좋아라!'
2021년 2월 9일
음력 庚子年 섣달 스무여드렛날
어제와 오늘,
간만에 이틀을 이어 쉬게 되었다. 모처럼 늦잠을
자볼까 했으나 그마저 안된다. 오늘도 어제처럼
춥다. 영하 11도, 마지막 추위였으면 좋겠는데...
요즘 겨울을 나느라 아내가 많이 지친 것 같았다.
그러면서 이따금 '남이 해주는 밥이 먹고 싶다.'고
했다. 아내를 위하여 이 두 가지를 해소시켜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다.
요즘같은 코로나 시절에 여행을 가는 것도 그렇고
그렇다고 그다지 솜씨가 없으니 밥을 해주는 것도
마땅찮아 어떻게 해야하나 무척 고민이 되었다.
문득,
드라이브 삼아 가까운 강릉에 넘어가서 밥도 먹고,
시원한 바다도 보고, 내친김에 주문진 수산시장에
들러 싱싱한 생선도 사오면 어떨까 싶어 아내에게
말했더니 두 말없이 흔쾌히 다녀오자며 좋아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부랴부랴 두어 번 다녀왔던
가누(가마솥 누룽지)에 예약을 했다. 이 음식점은
한정식을 파는 자그마한 집인데 예약으로 손님을
받으며 그날 식재료에 맞게 예약을 받는 집이라서
아무때나 갈 수 있는 일반음식점과는 다른 집이다.
음식이 고급지고 깔끔하며 맛도 아주 좋아서 우리
부부가 인상깊게 여기는 집이다. 전화를 했더니만
조금 이른 11시반 밖에 빈 시간이 없다고 하였다.
운동을 하는 아내를 불러 급히 준비하여 강릉으로
내달렸다. 평일이라 고속도로는 한산했고 모처럼
하늘도 쾌청하여 드라이브를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그런 날씨였다. 간간이 바람이 조금 불긴 했지만...
아내가 어찌나 맛있게 음식을 먹는지 그냥 보는 것
만으로도 흐뭇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먹방 촌부도
그냥 있겠는가? 차례로 나온 음식을 하나도 남김
없이 모두 다 싹 비웠다. 아내의 바램, 남이 해주는
음식이 정말 맛있었나 보다.
그 다음은,
강릉 시내의 대형마트에 잠시 들어가 쇼핑을 하고
곧장 주문진으로 향했다. 경포대 바다 구경을 하고
가려다가 그냥 주문진항의 앞바다를 보기로 했다.
주문진에 도착하여 바닷가를 조금 걸을까 했는데
바람이 어찌나 거세게 부는지 그냥 주차타워 옥상
에서 동해 바다를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주문진 수산시장은 언제가봐도 정겹다. 펄떡이는
생선들이 즐비하고 상인들의 호객 소리마저 좋다.
먼저 한 바퀴를 돌면서 대충 살펴본 다음, 마음에
드는 곳에서 멈춰서 흥정을 하여 횟감을 골랐다.
도미, 가자미를 샀더니 산오징어와 멍게를 덤으로
주었다. 그 사이에 아내는 큼지막한 갈치, 반건조
가자미와 자반 고등어를 제법 많이 사가지고 왔다.
회를 떠는 곳에서 생선회를 받아들고 집으로 향해
출발, 주문진을 벗어났다. 대관령 넘어오며 아내가
음악을 틀었는데 마침 트로트 음악이 흘러나왔다.
가수 이혜리의 '아이~ 좋아라!'라는 곡이 나온 것,
횟감도 샀고, 맛있는 생선도 잔뜩 샀으니 이 아니
좋겠냐고 하며 촌부도 즐겁고 흥겨운 마음에 따라
불렀다. 아내가 하는 말이 "당신, 내일 일기 제목을
아이~ 좋아라! 로 하면 되겠네!"하여 함께 웃었다.
집에 도착을 하자마자,
사가지고 온 생선을 일일이 손질하여 한번에 먹을
만큼씩 나눠 비닐팩에 담아 냉동고에 넣어 놓았다.
다음은 두 말 할 필요없이 생선회 맛있게 먹는 시간,
간만에 생선회를 실컷 먹었더니 저녁밥을 먹고싶은
생각이 없어 느지막한 시간에 라면을 끓여서 아내와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했다. 드라이브에, 한정식에,
바다 구경하고, 어시장도 구경하고, 생선도 사오고,
생선회도 사와서 맛있게 먹었으니 선물같은 하루,
'아이~ 좋아라!'라고 아니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