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말날이라 보리고추장 담글거야!
2021년 2월 4일
음력 庚子年 섣달 스무사흗날
어제 아침,
아내가 "오늘 말날이라 보리고추장 담글거야!"라고
했다. 혼자서 이것저것 준비하려면 힘들 것 같아서
이렇게 말했다. "혼자 괜찮겠나? 많이 힘들긴데..."
라고 했더니, "혼자서 잘 담가볼테니 걱정 마시오!"
라며 야심찬 모습에 웃음까지 보이는 것이 여유를
보여 보기좋았다. "일찍 와서 뒷마무리 도와줄게!"
라며 일을 하러 나갔다.
저녁무렵,
일을 마치자마자 아내가 전화로 당부한 청주 한 병
사가지고 부리나케 집으로 왔다. 고추장 담그기가
거의 막바지였다. 청주를 넣고 잘 저어 섞은 다음에
엿기름 끓여 조청을 녹여 식힌 물로 농도를 봐가며
커다란 주걱으로 한참 저었다. 새끼 손가락에 찍어
간을 보더니 이 정도면 농도와 간이 딱 맞다고 하며
전날 미리 깨끗이 씻어서 잘 말려둔 장독에 담았다.
이렇게 하여 아내의 보리고추장 담그기는 끝났다.
해마다
아내는 우리 고유의 전통 장류인 고추장을 담근다.
올해는 옛날 손맛이 좋으셨던 아내의 할머니께서
담그셨던 보리고추장을 재현해 보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할머니께서 담그셨던 보리고추장의 맛은
알고 있지만 레시피가 없어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지금껏 아내는 참쌀고추장을 담가왔는데 늘 하는
말이 할머니의 보리고추장 맛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할머니 손맛을 재현할 기회가 왔다.
지난 늦가을,
읍내 방앗간에 고추가루를 빻으러 갔다가 우연한
기회에 보리고추장을 담그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바로 그 방앗간 주인 아주머니께서 보리고추장을
담가 먹는다고 했던 것이다. 레시피를 알려주셔서
드디어 늘 그리워 하며 잊지못하던 할머니의 손맛
그 보리고추장을 아내의 손맛으로 재탄생을 하게
된 것이다. 잘 익어 옛날 그 맛을 보게 될 것 같다.
아내는 종일 힘들었지만 할머니의 손맛을 재현한
기쁨에 힘든 줄도 모르겠다면 함박웃음을 웃었다.
45년만에 아내의 손맛으로 재탄생을 한 할머니의
보리고추장, 그 맛이 얼마나 좋을지 궁금하다.
그건 그렇고,
어제 늦은 밤부터 또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아침에 일어나보니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해 눈에
파묻혀 있는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산골은 설국이
된 것이다. 눈이 얼마나 내렸을까? 잠시 빗자루로
쓸었는데 빗자루로는 잘 쓸어지지 않을 정도인 걸
보니 못해도 15cm 가량은 내린 것 같다. 간밤에는
눈과 함께 강풍이 몰아치더니 지금은 많이 수그러
들었다. 기온도 영하 10도까지 떨어져 꽤나 춥다.
그나자나 출근 시간 때문에 눈을 치울 수가 없으니
또 아내몫이다. 이 많은 눈을 치우려면 고생할텐데,
겨울날에는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산골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