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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아이젠 차고 출근하는 촌부


2021년 1월 28일 

음력 庚子年 섣달 열엿샛날


어제 아침에는 또다시 블랙 아이스 위를 걸었다.

아마 아이젠을 신발에 장착하고 출근하는 사람은

그다지 흔하지는 않을 게다. 그 몇 안되는 사람 중

한 사람, 바로 그 사람이 강원도 평창 봉평 설다목

산중턱에 살고 있다. 남다른 경험을 하는 것 또한

특별함이며 이색적인 삶이라고 해야하는 것일까?

산골살이 20년만에 별의별 경험을 다 하며 산다.


전날에 눈, 진눈깨비, 비, 바람, 운무가 번갈아서

난리법석을 떨더니 결국 밤사이에 영하로 떨어진

기온에 길바닥이 유리장처럼 반질반질하게 얼어

길이라고 할 수가 없는 모양새였다. 지난번 이런

현상에 허리를 삐끗하는 낭패를 당한 경험이 있어

집에서 출발하면서 미리 신발에 아이젠을 장착한

다음에 꽃게 걸음으로 살금살금 걸어서 내려갔다.

그 모습을 누가 봤다면 진풍경이구나 했을 것이다.

사실 누가 볼 사람도 없지만 보면 무슨 상관인가?

안전이 제일이고 조금 느리더라도 꽃게 걸음으로

걷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 어쩔 수가 없다.

남다른 경험이 일상의 한 부분이 된 촌부는 그래도

좋다고 룰루랄라 희죽거리며 일터로 나갔다.


요즘 아침마다 길냥이 장화 녀석이 마치 맡겨놓은

먹이를 달라는 듯이 데크쪽 창가에 놔둔 쓰다남은

목재 위에 쪼그리고 앉아서 먹이를 줄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다. 녀석이 이젠 거의 반은 집고양이가

되어버렸다. 아침, 저녁으로 어김없이 같은 자리에

나타나 앉아있으니 말이다. 아내와 촌부가 녀석의

주인이라고 여기는 모양이다. 이제는 먹이를 주러

가까이 가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가 밥그릇 앞에

와서 주둥이를 내밀곤 한다. 처음에는 가까이 가면

줄행랑을 치곤 했었다. 하긴 갓난쟁이 때부터 줄곧

먹이를 챙겨주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사실 우리는 고양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에 이 녀석을 알고 부터는 고양이를

겁내지 않게 되고 오히려 녀석이 이따금씩 나타날

시간에 안보이면 걱정을 하게 된다. 완전 100% 

기르는 걸로 볼 수는 없지만 애완동물처럼 여기게

되는 것이 정말 묘하다. 녀석도 우리의 이런 마음을

알게 되어는지 밥때를 맞춰서 나타나는 것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요즘은 그럴 수 없는 시절이지만

이러다가 혹시나 우리가 여행이라도 가느라 집을

비우면 배를 곯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엉뚱한 생각이고 기우겠지? 낮으로는 단지 주변의

사방을 돌아다니며 야생성을 기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똘망똘망한 눈, 새까만 몽통, 앞가슴과 발목은

하얀 털이 있어 아내가 이름을 장화라고 지었듯이

참 귀엽게 보인다. 정말이지 우리 부부가 고양이를

그것도 길냥이 거두면서 예쁘다고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또한 자연에 살면서 하게 되는 경험이다.


오늘, 내일은 또 날씨로 인해 곤욕을 치르는 경험을

하게 될 모양이다. 오후부터는 태풍급 강풍과 함께

단시간에 엄청 많은 양의 눈을 쏟아놓은 것 같으며,

내일 아침은 영하 21도까지 떨어지는 한파가 몰려

올 것이란다. 이 또한 종합세트의 날씨 변화인가?

이보다 더한 것도 겪어왔으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면 되겠지 싶다. 변화무쌍한 날씨도 하늘의 뜻,

그러려니 해야지 용빼는 재주가 있겠는가?20210128_07003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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