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겨울비 내리던 날에...
2021년 1월 22일
음력 庚子年 섣달 초열흘날
어느새
1월도 하순으로 접어들었다.
이상 야릇한 바이러스 코로나19로 인해
여느해와는 사뭇다른 느낌의 새해를 맞이하여
그런지 시간의 흐름마저 별다른 감흥이 없다.
일년이란 세월을 바이러스에게 발목을 붙잡혀
살아왔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테지?
올겨울은
가지가지 다양한 기후의 변화를 겪는다.
혹독한 한파에, 폭설까지는 아니지만
꽤 많고 잦은 눈으로 기승을 부리더니
어제 늦은 오후부터는 때아닌 겨울비까지 내렸다.
혹시 밤사이에 비가 눈으로 변하면 아침 출근길이
걱정되어 자동차를 아랫쪽에 두고 걸어 올라왔다.
정말이지 이래저래 겁이 많은 촌부라고나 할까?
겨울비가 내리는 저녁무렵,
길 양옆으로는 겨우내 내린 눈을 치워 쌓여있다.
그 위를 촉촉히 적시는 비를 보는 것이 이상하다.
이 한겨울에 우산을 바쳐들고 터벅터벅 걷다니...
하긴 이렇게 겨울비가 아니라면 우산을 바쳐들고
이 비탈진 길을 걸을 이유가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리 반기지않은 비지만
겨울비도 제법 운치가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리는 겨울비는 마치 봄비처럼 가늘게 보였다.
330m의 비탈길은 숨을 헉헉거리게 만들었다.
땅바닥은 겨울비에 젖고 촌부의 마음은 이런저런
생각에 젖어있을 무렵에 아내가 어디쯤 오느냐고
전화를 했다. 헐뜩거리는 숨소리에 걸어오느냐고
물었다. 거의 다 와 가는데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택배가 두 군데에서 왔는데 무거워 혼자서는 들지
못하겠단다. 뭔가 궁금하여 뛰다시피 급히 걸었다.
택배 둘 중,
하나는 아내가 홈쇼핑으로 주문한 식료품이고
또 하나는 서울에서 선배 누님께서 생활용품과
섬출신이라서 좋아할 것 같다며 염장 다시마를
꽤 많이 보내셨다. 산골에서는 구하기가 쉽지않을
것이라며 후배 생각나서 보내셨단다. 집에 도착을
하자마자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는 전화를 드렸다.
주변에 고마운 분들이 많으니 촌부는 복이 많다.
겨울비에
지붕에 쌓였던 눈이 녹아 물받이를 거쳐 홈통으로
흘러내리는 소리가 마치 봄날에 듣던 그 소리 같다.
정겹다. 그냥 이대로 봄이 왔으면 하는 바람인데
얼토당토 않은 생각이다. 그래도 정말 좋긴 하다.
아내도 창문을 열어젖히고 풋풋한 흙내음이 나는
것 같다면서 어서 이리 와보라며 큰소리로 불렀다.
다가가 함께 창밖을 내다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오늘 아침은
다행히 영상 1도의 기온으로 푸근하게 맞는다.
우려했던 눈이나 진눈깨비는 내리지 않았고 또한
밤새 영하의 기온으로 떨어지면 길바닥이 빙판이
될 것 같아서 걱정을 했었는데 이 또한 기우였다.
옅은 안개가 끼어 먼산이 잘 안보인다. 한겨울에는
흔하지 않은 현상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