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겨울밤엔 군밤을 굽자!
2021년 1월 20일
음력 庚子年 섣달 초여드렛날
올겨울은 유난히 춥고
하루, 이틀을 멀다하고 눈이 내린다.
매서운 추위,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원망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그저 주어진 내 삶의 여건이고
하늘이 내게 준 삶의 무게이겠지 싶다.
그러니 '힘들다, 지겹다'라고 하지말자.
분명 나에게만 차별하는 것은 아닐테니...
주어진 여건에서
삶의 무게를 무겁다고 할 것이 아니고
그 삶의 무게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보자.
스스로의 생각, 스스로의 노력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것도 삶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줄이는
하나의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이겠지?
아마도 그럴거야! 암, 그렇고 말고...
그것이 뭔고 하니...
2층 서재에서 인터넷 뱅킹을 하고 내려왔더니
아내가 난롯불 위에 밤을 잔뜩 올려놓고
촌부더러 난롯불 보초를 세우며 이렇게 말했다.
"군밤 먹을라면 타는지 잘 보시오!"
"올려놓은지 올마나 되었노?"
"아마 한 5분은 넘었지 싶은데..."
"불이 저렇게 좋은데 벌써 탓겄다."
난로 위의 밤을 만져보니 아직 덜 익었다.
그러고는 TV를 보느라 잊고 있었는데
밤껍질이 타는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닌가?
"아이구야! 마나님에게 혼나겠는걸?" 하면서
부랴부랴 난롯불 위의 밤을 몽땅 꺼내다가
신문지 위에 올려놓았다. 다행히 껍질만 타고
속알맹이는 괜찮은 것 같았다. 쩍 벌어진 껍질,
그 사이에 노랗게 잘 익은 밤, 냄새가 참 좋았다.
"어디있노? 군밤 다 익었다~"
2층에서 가계부를 쓰고 있던 아내가 내려왔다.
"탄 내가 나는데... 속까지 태운 거 아나?"
"아냐! 겉껍질만 조금 탓어! 이거 봐! 잘 익었지!"
"그러네! 수고했슈!"라고 하더니 아내는 목장갑을
끼고 군밤을 하나하나 까기 시작했다. 아내 옆에
앉아 그 모습을 보니 눈을 치운다고 힘들었을텐데
그런 기색은 보이지않고 평온해 보여서 참 좋았다.
"자~ 이거 먹어보슈!"하며 노랗게 잘익은 군밤을
하나 주더니 연신 주는 것이다. 정말 맛이 좋았다.
미안한 마음에 "당신도 먹으면서 까시게나!"라고
했다. 아내는 "당신이나 많이 드슈!"라며 웃었다.
아내는 군밤을 까서 냉장보관을 했다가 수정과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며칠전에는 잣과 호두를 넣고
곶감말이를 하여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고 싶을때
꺼내 먹으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수정과를 또 만들
참인가 보다. 이놈의 촌부 먹을 복이 터졌네 그려!
아내가 까주는 군밤을 먹다가 한 마디 거들었다.
"내일은 군고구마 구울까, 감자를 구워 먹을까?"
사는 거 뭐 별 것 있나? 그냥저냥 이렇게 소소한
재미를 느끼며 사는 것이 살아가는 맛이 아닐까?
오늘은 24절기 중에 마지막으로 드는 '큰 추위'란
뜻으로 해석되는 대한(大寒)이다. 양력으론 이미
해가 바뀌었지만 음력으로는 한달 열흘이나 늦다.
이제 대한도 지나가고 있으니 추위도 한 풀 꺾이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이 산골은 절기와는 큰 상관이
없으니 그냥 '절기상 대한이구나!'하고 만다. 이른
아침 기온 영하 18도, 대한 추위도 대단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