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겁쟁이 촌부, 겁없는 젊은이들
2021년 1월 18일
음력 庚子年 섣달 초엿샛날
올겨울은 유난히 맹위를 떨치는 한파와 더불어 꽤
잦은 눈 때문에 자동차를 아랫쪽의 도로변에 두고
걸어서 오르내리는 날이 많다. 겁이 많아서 일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예전에는 정말 겁도 없이
다니곤 했었다. 그렇다고 눈을 치우지도 않은 길을
자동차를 몰고 다니지는 않았다. 워낙에 눈이 자주
많이 내리는 골짜기, 비탈진 길을 330m 올라오는
이 골짜기 중턱에 우리 단지가 있어 우리가 통행을
하거나 펜션손님, 택배기사, 집배원 아저씨가 올라
오려면 길에 쌓인 눈을 치워야만 했다. 그 당시에는
식구들이 많아서 지금처럼 고생은 덜했다. 치워도
워낙 기온이 낮아 바닥의 눈이 살짝 얼기도 했었다.
그런 길을 겁없이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겁대가리를 상실한 사람들이지 싶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 골짜기에도 하나 둘 펜션들이
들어서고 전원주택이 들어서면서 작은 마을이 형성
되었다. 그러니까 다섯 개의 골짜기가 한 마을이다.
그 중에 가장 작은 반이면서 외지인에서 이주해온
주민이 대부분인 것이다. 그와 반대로 십수년 함께
살던 아우들이 이곳을 떠나 지금은 아내와 둘이서
이 넓은 단지, 그 긴 도로의 제설작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촌부가 뒤늦게 소일거리 삼아 일을
나가다보니 이 힘든 제설작업을 아내가 혼자 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게 된 것이다. 그래서 눈이
내린다는 예보만 있으면 늘 걱정하게 되는 것이다.
아내 나이도 이젠 적은 나이가 아니다. 옛날같으면
뒷방 할매가 되었을 65세, 그래도 늘 씩씩한 척을
하고 있는지라 이런 아내를 보는 촌부의 마음은 썩
편치않은 것이다. 그렇지만 아내는 워낙에 타곤난
성격이 깔끔한 사람이라서 넓은 단지와 우리 길은
언제 눈이 왔느냐는 듯이 깔끔하게 치워놓곤 한다.
이 골짜기에 눈이 내리면 가장 큰 문제는 아랫쪽의
길은 눈을 치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을에 건의를
하고 반장을 통해 도시에서 이주해온 젊은 주민들
에게 눈을 치우고 다니자는 권유도 해봤으나 말을
들어 쳐먹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 흔히들 자기
집앞의 눈은 자기가 치우자는 말을 한다. 지자체는
물론 메스컴에서 홍보도 하고 있지만 유독 이곳의
젊은이들은 낯빤데기에 철판을 깔았는지, 아니면
겁대가리가 없는 것인지 눈이 쌓인 비탈길을 그냥
자동차를 몰고 다닌다. 돈을 많이 벌었는지 대부분
외제차들이다. 이따금 눈길에 미끌어져 자동차를
쳐박아도 막무가내이다. 중간에 있는 도로의 눈을
치우지 않으니 우리길을 치워봐야 통행을 할 수가
없다. 촌부는 그들처럼 미끄러운 길을 곡예 하듯이
몰고 다닐 용기가 없다. 나이가 들어 겁이 많을까?
아니다. 까딱 잘못하면 대형사고가 날 위험천만인
길을 잠시 편하자고 객기를 부릴 순 없는 것이다.
차라리 옛날 우리만 살던 때처럼 힘이 들어도 마저
치울까 생각도 해봤으나 굳이 힘들게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냥 자동차를 두고 걸어서
오르내리기로 했다.
오늘 아침은 어젯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 때문에
그런지 기온은 영하 6도에 머물러 그리 춥진 않다.
하지만 대설주의보가 내려져 종일 눈이 오락가락
할 것이란다. 지금껏 내린 눈은 5cm 남짓 되는 것
같은데 종일 내리면 상당하지 싶다. 그나저나 이번
한 주일은 한파와 눈과의 싸움이 될 것 같다. 이번
눈이 그치면 다시 영하 15도를 오르내리는 추위가
오고 다시 이틀 간격으로 잦은 눈소식이 있으니...
산골살이를 하다보니 기상정보를 확인하는 습관은
안전한 생활 습관이라는 생각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된다. 오늘 제설작업은 눈이 그쳐야만 하니까
아마도 늦은 저녁무렵에나 시작을 해야할 것 같다.
겁쟁이 촌부는 눈을 치울 생각하고 있는데 아랫쪽
겁없는 젊은이들은 또 눈을 치우지도 않고 곡예를
하려나? 그러다 낭패를 당하면 어쩌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