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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옛 추억을 되살려 보며...


2021년 1월 12일 

음력 庚子年 동짓달 스무아흐렛날


이번 한파의 끝은 과연 언제일까?

오늘도 여전히 영하 20도의 기온을 기록하고

있어 꽤나 춥다. 북극 한파가 너무 오래 지속되어

걱정스럽다. 오늘 오후부터는 풀린다고 하는데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데 내일 새벽에는 또

눈소식이 있단다. 한파도 정말 지겨운데 눈까지

내릴 모양이다. 이번 겨울은 산골살이를 참으로

힘들게 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말을 믿자!


바깥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아내가 전화를 했다.

"오늘 저녁에 시락국(시래기국의 촌부 고향 남해

사투리)을 끓이려는데 얼큰하게 끓일까, 아니면

그냥 담백하게 끓일까? 당신은 시골스러운 것이

더 좋지? 옛 추억을 소환해줘야겠네.ㅎㅎ"라고...

"그맙소! 오늘 저녁은 구수하고 뜨끈한 시락국에

밥을 말아 배추김치 척척 걸쳐 먹겠군!ㅎㅎ"라고

웃으며 아내에게 대답을 해주었다.


해가 어둑어둑한 저녁무렵 집으로 와서 현관문을

열면서 "나 왔네! 오늘 별 일 없제?" 아내가 나와

웃으며 반겼다. "오늘도 수고했네!"라며... 늘 하는

아내 인사말이지만 왜 더 정겹게 들리는 것일까?

"시락국 끼맀다꼬? 그거 밥도둑인데 맛있겠네!"

"어서 씻고 오시오! 밥상 차려놓을 테니까!"

아일랜드 식탁에 앉자마자 구수한 시락국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배추김치도 대가리만 잘라 길게

담아놓았다. 그 옛날 어머니께서 김치를 쭉쭉 찢어

아버지 숟가락에 걸쳐주시던 그 흉내를 낼 모양인

듯했다. 시락국에 밥을 말아 한 숟가락 떠자마자

아내가 배추김치를 두 손으로 쭉쭉 찢어 얹어준다.

먹방 프로그램에 한 입만을 하듯이 먹었더니 아주

맛이 꿀맛은 저리 가라이다. 그 옛날에는 할머니와

어머니께서 그러셨는데 이제는 아내가 그 역할을

하고 있으니 새삼 옛 추억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아주 오래전, 아마 촌부가 열 살을 전,후

쯤 되었을 무렵 이맘때 겨울이면 어머니는 점심에

시락국을 끓이셨다. 오전에 아버지를 따라서 두 살

아래 남동생과 함께 뒷산에 땔감나무를 하러 갔다.

아버지 지게에는 삽과 곡괭이가 꼭 있었다. 나무를

베고 남은 그루터기를 캐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도

자그맣게 만들어주신 바지게가 얹힌 지게를 지고

대나무로 만든 갈고리를 하나씩 들고 산으로 갔다.

아버지가 나무 그루터기를 캐는 동안 우리 형제는

숲에서 가랑잎을 긁었다. 특히 소나무숲에서 긁는

갈비(솔가리의 남해 사투리)는 불담이 좋았던 같고

긁는 재미도 있다. 또한 갈비는 다른 낙엽이나 풀에

비해 엉기는 효과가 있어 긁은 낙엽을 함께 섞어서

바지게에 싣기 쉽게 사각형으로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우는 갈비를 긁는 일을

참 잘한 반면, 형인 촌부는 서툴렀다. 늘 아우가 한

것이 더 많았다. 또한 키는 작았지만 힘도 좋았다.

함께 긁은 땔감용 낙엽을 나눠서 지게를 지고 왔다.

그루터기를 가득 짊어진 아버지 뒤를 따라 낙엽을

조금씩 짊어진 우리 형제는 연신 바지게 작대기로

장난을 치곤 했다. 앞서 가시던 아버지께서 잠시만

쉬어가자고 하시면 차례로 지게를 길가에 바쳐놓고

또다시 장난을 쳤다. 아버지는 아무런 말씀도 없이

두 아들의 장난치는 모습이 너무 흐뭇하신 듯 그저

빙그레 웃으시곤 하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바로 그 당시 겨울날 점심에 아주 맛있게 먹던 국이

시락국이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55년이 지난

어릴적의 추억이 스려있는 음식이다. 이미 부모님

두 분은 작고했지만 아내가 그 추억을 소환이라도

해주려는 듯 그 옛날 어머니께서 끓이셨던 것처럼

시락국을 끓여주어 너무 고맙다. IMG_20210112_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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