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서두르지 말자!
2020년 12월 31일
음력 庚子年 동짓달 열이렛날
2020년의 마지막날,
이른 아침 수은주는 영하 20도까지 곤두박질이다.
"춥다, 정말 춥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이렇게 또 한해가 저물어 가는데 마음은 무겁다.
연일 코로나19 확진자는 1,000명을 넘나들고
종식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 상태로 해를 넘긴다.
정말 큰일이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예전 이맘때 일기를 보면 반성하고 후회도 하고
새해에는 어떻게 살겠다고 하면서 미주알고주알
많이도 써놓았다. 내일이면 66살이라는 나이를
먹게 된다. 내 생각에는 많은 나이가 아니라면서
스스로 위안을 삼아본다. 그렇지만 결코 적잖은
나이는 아니다. 지금 나이에는 주어진 여건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로 가장
올바른 것이 아닐까 싶다. 목표의식이 없다라고
하겠지만 나이의 적고 많음과 상관없이 누구나
새해가 시작이 되면 마음속으로는 한해를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포부와 희망을 품게 되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열정이 있어 삶의 목표나 포부는
원대하고 거창하게 계획을 세웠지만 나이가 들면
일에 대한 열정이나 사회적인 여건도 많이 변하게
되어 큰 것을 바라는 것에서 보다 안정적인 쪽을
택하게 되는 것 같다.
올해를 시작한 첫날 '나는 이렇게 살란다.'라면서
포부를 썼었다. 그 내용을 대충 요약을 해보면,
'내게 주어진 여건이 힘들고 버겁더라도 주저앉아
포기하지 말고 내려놓는 마음, 나누려는 마음으로,
마음을 비우며 나름의 방식으로 열심히 살아보자!'
라고 했었다. 과연 그렇게 살았는가? 내가 나에게
물어보았다. 100% 그렇게 살아왔노라고 장담은
못하지만 어느 정도는 실천했노라고 감히 답한다.
그렇다면 새해는 어떻게 살아가려고 생각하는가?
별다른 것은 없다. 뾰족한 방법, 방식 또한 없다.
지난해와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지만
'오늘이 내 생애 가장 소중한 날'이라고 생각하고
'서두르지 말자!'로 정했다. 촌부의 새해 산골살이
포부치고는 참 우습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햇수로 21년째 접어드는 산골살이, 되돌아보니
뭐가 그리 바쁘다고 너무 숨가쁘게 달려왔을까?
이제는 그런 열정도 많이 식었다. 바로 나이탓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동안에 축적된
경험들을 바탕으로 조금 느리더라도, 조금은 부족
하더라도 서두르지 않는 일상을 엮어보려고 한다.
새해는 이따금씩 스스로에게 제동을 걸며 기필코
일상에서 매사에 서두르는 일이 없도록 해보련다.
해를 보내는 마당에 한가지 딴지를 걸고 싶은 것이
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대학교수란 학자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라는 것을 발표하는데 그 자체가
영 마음에 안드는 촌부이다. 소위 식자(識者)라고
하는 사람들이 꼭 사자성어로 표현을 해야만 할까?
과연 한번에 무슨 뜻인지 알아듣는 사람이 얼마나
될런지 의문스럽다. 좋은 우리말, 우리글이 있는데
굳이 한문으로 표현, 잘난척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올해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발표했다하니 한심하다.
'아시타비(我是他非)'
'나는 맞고 다른 사람은 틀렸다'라는 의미란다.
한때 회자되던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이라는'내로남불'과 같은 의미란다. 사전에도 없는
조어까지 만들 필요가 있을까? 그들이 좋아한다는
알맞은 넉자의 말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너나잘해', '참잘났어'라고...
긴 터널같이 느껴졌던 2020년,
많이 힘들고, 많이 아프고, 많이 어려웠던 한 해...
모두들 너무나 고생많으셨습니다.
긴 터널에도 분명 출구는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어둠을 뚫고 희망의 불빛을 향해 밝고 환한 그런
세상으로 우리 모두 함께 힘차게 달려나갑시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코로나19가 사라진 평온한 일상이기를 바랍니다.
한해동안 감사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2020년 마지막날 산골 촌부 이용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