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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우리집 역사책, 아내의 가계부


2020년 12월 27일 

음력 庚子年 동짓달 열사흗날


오늘부터 한 사나흘간은 추위가 주춤할 모양이다.

아침 기온이 영하 5도 머물러 그다지 춥지 않지만

코로나19 3차 유행 조짐으로 인해 열흘간 일터가

폐쇄되어 또 이틀간 무급휴가를 실시하다고 하여

집에서 쉬어야 한다. 연말에 안타까운 현실이다.

어쩔 수 없는 이 시절을 견디고 이겨나가야 한다.

날씨는 푹했졌지만 마음에는 찬바람이 불어 춥다.

그렇지만 마음이 따뜻한 후배가 고맙게도 올해 또

아내에게 새해 가계부를 보내와 훈훈한 마음으로

오늘의 화두로 삼아보려고 한다.


우리집 서재 책꽂이에는 37권의 귀한 보물이 있다.

바로 아내가 40년 가까이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한

우리집의 역사이며, 우리집의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가계부이다. 결혼후 3년째 되던 해, 1984년 부터

시작된 가계부 쓰기는 고집스럽게 이어오고 있다.

또한 이 가계부는 종이로 된 책이며 펜으로 쓰면서

계산은 꼭 주판을 사용한다. 소위 말하는 아날로그

방식이다. PC가 나오기전인 예전이야 주부님들이

이런 방식으로 가계부를 썼겠지만 요즘은 대부분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아내는 예전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스럽게

이어간다. 그래야 가계부를 쓰는 맛이 난단다.


이따금 "살림살이도 단순한데 가계부는 와 쓰노?"

라고 말하면 정색을 하면서 이렇게 반문을 한다. 

"당신은 사는 것 뻔한데 매일 일기는 왜 쓰는데?"

그러고 보면 아내와 촌부는 닮은 구석이 꽤나 많은

것 같다. 가계부와 일기를 쓰는 것은 같은 맥락이고

아내의 가계부는 우리집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며,

촌부의 일기는 내 삶을 기록하는 하는 것이라서

역사를 기록하는 측면에서 보면 같은 취지라고 할

수 있다. 긴 세월 이어오는 그 고집까지 비슷하다.

함께 오래 살다보면 부부는 서로 닮아간다는 말이

있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생활방식으로 서로 이해, 존중,

배려를 하다보면 닮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싶다.

촌부 생각에 서로에게 맞춰 살아가려는 노력이  곧

서로를 닮으려는 것이며, 바로 그것이 배우자에게

대한 최선의 배려이며 이해이고 존중이라 여긴다.

그래서 외모야 각자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DNA가

다르니까 닮을 수는 없겠지만 생활습관, 성격 등은

서로 닮을 수가 있기에 '부부는 닮는다'라는 말이

생긴 것이 아닐까 싶다.


아내의 가계부 이야기를 하다가 꽤 비약이 되었네.

그건 그렇고, 하루의 일과가 끝난 후에 거의 매일

아내는 가계부와 챙겨놓은 영수증을 펼쳐놓고 이건

쌌고 저건 비쌌네 라고 중얼거리며 가계부를 쓴다.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면 나름 소중한 시간이구나

싶어 아무말도 하지않고 지켜보면 미소를 짓는다.

30대 중반부터 40대 중반까지는 그런대로 아내가

가계부를 신나게 쓸 만큼의 수입이었지만 산골살이

시작 이후에는 살림살이가 그렇게 넉넉하지는 않아

아내의 고충이 심했을 것이다. 그래도 가타부타 말

한마디 없이 몸에 밴 근검절약의 습관과 정신으로 

검소하게, 알뜰하게 넉넉하지 않은 가계를 꾸렸다.

그러니 고마울 수밖에 없는 촌부의 마음이다.


아내의 가계부와 관련하여 감사함을 전해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 촌부가 광고회사를 퇴직후 거의 20년

가까이 아내가 쓰는 가계부를 챙겨 보내주는 사람,

바로 고교 후배이자 광고회사 재직 당시 후배이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여성잡지 부록으로 발간되는

가계부와 다이어리를 챙겨서 멀리 산골에 살고있는

촌부에게 보내주고 있다. 한두 해도 아니고 20년

가까운 세월 해마다 이렇게 챙겨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다. 올해도 며칠전에 택배로

가계부와 다이어리를 보내왔다. 아내는 그 후배를

불러 소박한 시골밥상이라도 대접을 하고 싶다고

여러번 말하곤 했다. 늘 고마운 마음이라서 그러는

것인데 지금껏 부르지를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다.

시절이 좀 좋아지면 꼭 부르자는 아내의 당부이다.


아우!

보내준 가계부와 다이어리 잘 받았네.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네.^^

이 시절이 지나면 꼭 한번 다녀가시게나~

자네 형수의 간곡한 부탁일세.IMG_20201227_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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