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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예수님 생신날에 미역국을...


2020년 12월 26일 

음력 庚子年 동짓달 열이튿날


오늘은 어제보다 날씨가 많이 풀렸다. 영하 3도에

머무는 기온이다. 어제 늦은 밤, 새벽에 눈소식이 

있어 걱정을 했는데 눈은 내리지 않았다. 어제는

한낮의 날씨가 조금 쌀쌀하긴 했지만 너무 좋았다.

겨울날 햇볕은 그다지 힘이 없어 보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지붕위에 잔뜩 쌓였던 눈도

녹이고 땅바닥에 쌓인 눈도 녹여 질퍽일 정도이다.

바람도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햇볕이 내리쬐는 날,

바람이 살랑거리면 눈은 더 잘 녹는 것 같은데...

근거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촌부지만 산골에 살며

살펴본 경험이라 그저 추측일 뿐이다.


그 따스해 보이는 햇볕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고성능 카메라가 없으니 그냥 스마트폰으로 찍어

보려고 카메라 모드를 선택하여 눈이 부시게 빛이

나는 햇살을 향해 들이 댔다. 집앞 팥배나무 가지에

걸쳐둔 새집이 그런대로 햇살과 함께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해를 중앙에 놓아 메인으로 하고 그 옆에

새집을 조연으로 하여 세로로 찍어보고 또 가로로

찍어보았다. 찍을 때는 미처 몰랐는데 다 찍고나서

확인하느라 사진을 봤더니 처음에 찍은 사진에는 

틀림없이 없는데 두 번째 찍은 사진에 새 한 마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첫번째 사진을 찍을 때

찰칵거린 소리에 놀라서 밖으로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스마트폰으로 새를 찍기는 참으로 어려운데

해를 찍으려다 새를 찍었으니 이런 재미도 있네.


오후에 아내가 전화를 했다. 저녁에 미역국 끓일까

하는데 괜찮겠느냐고... 이 사람 하루종일 말을 할

상대가 없으니 별 걸 다 핑계삼아 말을 하고 싶어서

전화를 했던 모양이라 안타깝기도 했다. 하는 말이

"오늘 예수님 생신인데 미역국을 끓여도 되겠지?"

라고 하여 한바탕 웃었다. 기왕 아내가 전화한 김에

몇 마디 더 거들었다.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그러모 반찬은 미역국뿐이가? 다른 거는 없나?"

"미역국이 어때서? 이 미역은 당신 고향 남해에서

당신 사촌인 애기氏가 자연산을 직접 채취, 손수

말린 것이라서 얼마나 맛있는지는 잘 아실텐데?"

"아~ 이 사람아! 잘 알제! 고기를 안 넣어도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고 보들보들 식감이 좋은 건 알지요.

국물 말고 다른 반찬은 없느냐? 이 말씀이야!"

"미역국만 가지고 밥먹일까봐 걱정했나베? 있지!

봄동배추 겉절이, 황태껍데기 튀김을 할까 싶어!"

"오케이~ 좋아요. 훌륭한 밥상이 되겠는걸!ㅎㅎ"

산골 부부의 저녁식사 메뉴는 이렇게 그저 평범한

것처럼 보여도 촌부가 느끼는 것은 아내의 정성이

가득, 아내의 사랑이 듬뿍 들어있어 세상 그 어떤

진수성찬이 부럽지않고 맛 또한 일품이다. 남들이

보면 소박한 시골 밥상이지만 내겐 귀한 밥상이다.IMG_20201226_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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