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꽃과 함께하는 일상이라서 좋다.
2026년 7월 3일 금요일
음력 丙午年 오월 열아흐렛날
이제 산골은 사방이 완전 초록초록의 여름이다.
최근 들어 가장 높은 오늘 아침 기온, 16도이다.
여름이 무르익어간다고 할까? 그래도 서늘하다.
간밤의 소나기 영향인지 안개가 자욱, 축축하다.
한낮에 잠시 더위를 느낄 정도이지 아침, 저녁은
서늘함이 감도는 산골이라서 큰 걱정을 않는다.
유난히 더울 것이라는 예보가 있으나 26년 세월
에어컨 없이 잘 살아왔으니 올여름도 그렇겠지?
장마가 시작되어 그런지 요즘은 느닷없이 한바탕
쏟아지는 소나기 덕분에 밭에 물주기를 하지않아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어젯밤
11시쯤에도 거세게 소나기가 쏟아졌다. 아침에
검색해보니 6.5mm가 내렸단다. 이제 장마철이
시작되긴 했나보다.
그러다보니 농사는 참 편하다. 가끔씩 밭에 나가
자잘한 보살핌이면 족하다. 방울토마토의 곁순을
따주거나 오이 덩굴손 제거와 유인집게로 곁순의
방향을 잡아주는 정도이지만 그래도 여러가지를
기르다보니 세 군데 밭을 돌며 나름 세심한 눈길,
손길을 주고 있다. 흔히들 말하는 농작물들에게
주인장의 발걸음 소리를 들려주면서 말이다.
아내와 함께 블루베리 세 번째 수확을 했다.
첫수확으로 손맛을 봤던 아내는 두 번째 수확을
촌부 혼자 했더니 그러지 말란다. 얼마나 해보고
싶은 체험인데 혼자 하느냐고... 우리 부부 작은
소망은 아침마다 먹는 블루베리를 우리 손으로
길러서 먹는 자급자족을 하는 것이었다. 드디어
머잖아 그렇게 될 것 같다. 고맙게도 나무는 점점
잘 자라고 열매도 꽤 많이 열리고 있다. 생각컨데
내년이면 그렇게 되지않을까 싶다. 한번에 따는
양은 그리 많지는 않지만 따는 족족 소포장하여
냉동실에 얼려두는 아내는 이런 날을 기대했는데
현실이라며 좋아서 어쩔줄 모른다. 참 소박하다.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차례차례 끊임없이 피는
꽃과 함께하는 산골살이라서 참 좋다. 그 옛날에
꿈꾸던 것이 현실이 된 것이다. 조경을 잘 해놓은
것은 절대 아니다.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듯이 그냥
대충대충 야생화와 일반 화초를 구분없이 심었다.
그렇긴 하지만 나름의 방법을 총동원하여 정원을
꾸민 것이다. 극히 자연스럽게... 그러다보니 보는
사람마다 '왜 흔하디 흔한 풀을 기르냐?'고들 한다.
모르는 소리, 우리 눈엔 소중한 화초인데 말이다.
반듯하게 조경을 한 곳과 달리 대충 구분하거나
아님 이것저것 마구 뒤섞여 있어 그랬을 것이다.
남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만 좋으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것이라서 개의치 않는다. 이대로가 좋다.
지금 여기저기 피어있는 꽃을 대충 들멱여보면
금계국, 데이지, 톱풀, 개망초(보이는대로 뽑지만
가운데 노란 포인트가 있는 하얀꽃이 달걀후라이
같아 군데군데 그냥 두고 꽃을 본다), 꿀풀, 메꽃,
낮달맞이꽃, 수염패랭이, 술패랭이, 백리향(백리
밖까지 꽃향기가 날아간다는 꽃인데 땅을 기는 듯
하여 여름꽃 중에 키는 물론 꽃 크기가 가장 작은
야생화이지 싶다), 꽃양귀비, 한련화, 양달개비,
백일홍, 라벤더, 터리풀, 인동꽃, 좁쌀풀, 봉숭아,
검종덩굴, 필 듯 말 듯 꽃망울 맺힌 두 종류 백합,
그 외도 한참 더 있을 것 같은데 생각이 안난다.
어쨌거나 늘 꽃을 보며 꽃과 함께하는 일상이라서
이것도 남다른 복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살핀다.
봉평오일장날이고 농협에 중요한 볼일이 있어서
아내와 함께 다녀왔다. 일을 다 보고 장구경 삼아
한바퀴 돌아보고 장평으로 나왔다. 장날 점심은
짜장면과 짬뽕이 제격이라며 터미널 부근에 있는
중국집으로 갔다. 지난번 갔을때 불짜장을 너무나
맛있게 먹는 젊은이들 생각이 나서 아내는 짬뽕,
촌부는 불짜장을 시켰다. 그랬더니 고개를 갸우뚱
하며 주인 아주머니가 "꽤 매운데 괜찮겠어요?"
라고 하여 괜찮다고 그냥 달라고 했다. 실수였다.
그냥 실수가 아니고 엄청난 실수라고 해야할 듯...
매운 소스와 짜장 소스가 반반이라 섞어 한 입을
했는데 입안이 얼얼, 눈물 찔끔, 콧물까지 줄줄,
후회막급이었으나 어쩌겠는가? 겨우겨우, 꾹꾹
참으며 반쯤 먹다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말았다.
매운 것을 꽤 즐기는 편인데 상상 그 이상이라서
도저히 더는 먹을 수 없었던 것이다. 된통 혼났다.
해서는 안되는 어려운 도전으로 고생했다며 대신
상추를 비롯 온갖 야채에 좋아하는 생선회 가득
넣은 회덮밥으로 저녁밥상 준 아내의 배려,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정작 본인은 먹지않는 음식을
남편을 위해 기껏이 해주는 아내가 너무 고맙다.
앞으로 다시는 어리석고 무모한 도전은 않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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