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정중동(靜中動)을 한 것인가?
2020년 12월 22일
음력 庚子年 동짓달 초여드렛날
촌부의 성격상, 습관상 쉬는 날에도 기상시간은
물론이고 무엇이든지 움직이여서 하루를 채워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니까 가만히 집안에 틀어박혀
띠굴띠굴 마냥 놀지를 못하는 것이다. 절대로 좋은
습관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지만 그게 잘 고쳐지지
않는다. 심지어 함께 사는 아내도 고개를 흔든다.
그래서 어제는 이래저래 요즘은 세상도 어수선하고
복잡하니 조용히 하루를 지내보자고 스스로 다짐을
했다. 다짐했던 내용은 집안일이거나 바깥일이거나
아무것도 하지말고 말 그대로 멍청하게 지내보자고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래도 매일 쓰는 일기는 제외
하기로 했다. 아침을 먹고 책을 읽을까 하다가 이내
내려놓았다. 그런데 소위 요즘 아이들이 하는 말로
그냥 '멍하니 멍때리기' 하려니 그마저도 잘 안된다.
'에라~ 모르겠다. TV나 보자!'하고 쇼파에 드러누워
세상 제일 편한 자세를 취해 보았다. 그런데 그 사이
아내는 바깥에 걷기운동을 나갔는데 그것도 모르고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 얼마나 잤을까? 아침나절에...
그렇게 아침나절을 보내고 아내와 보건소외 은행을
다녀와 아내가 점심식사로 칼국수를 끓이는 동안에
해야지, 치워야지 하면서 그냥 그대로 둔 아우네로
올라가는 돌계단과 집앞에 가득 쌓인 눈을 쓸었다.
혹시라도 연말이니까 산골집에 다니러 오지 않을까
하는 기다림같은 기대를 하면서... 아내는 아무것도
안한다면서 눈은 왜 쓸었느냐며 빙그레 웃었다.
칼국수 한 그릇을 게 눈 감추듯 이내 뚝딱 해치우고
바깥으로 나갔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없이 푸르디
푸른 것이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집안으로 들어와
또다시 쇼파에 널부러졌다. 이번에는 식곤증인가?
아내가 낮잠을 즐기려면 제대로 침대에 가서 편히
자라고 하여 '고맙소이다!'라고 하며 보온 물주머니
두 개를 품안에 안고 2층 안방 침대에 몸을 맡겼다.
또 얼마나 잤을까? 벌떡 일어나 창밖은 보니 이미
날은 저물어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더 주무시지
벌써 일어났수? 실컷 잤으니 배가 고프신가?"라며
놀렸다. 잠도 깰겸 우체통에 내려가 우편물을 꺼내
오고 자동차 앞유리 덮개를 씌워놓고 들어왔다.
저녁식사후에도 아무것도 하지않고 TV뉴스를 봤다.
한참 있다가 아내가 동짓날 그냥 지나가면 서운할
것 같다며 단팥죽을 끓였다. 팥앙금, 잣알갱이 넣고
빚은 새알심, 삶은 밤을 넣고 끓인 단팥죽에 백잣을
몇 알갱이 올려 시원한 동치미와 함께 먹으니 아주
맛이 그만이었다. 하루종일 하는 일도 없이 두 번씩
낮잠만 잤는데 그래도 먹을 것은 다 챙겨먹었구나.
그러니까 촌부는 '조용한 가운데 어떠한 움직임이
있음'을 뜻하는 정중동(靜中動)을 한 것인가?
어제 하루종일 빈둥빈둥 띠굴띠굴 했다고 하늘에서
아침 운동을 하라고 그러는지 눈을 내려주고 있다.
아침 기온 영하 13도, 부랴부랴 난롯불 지펴놓고
자동차를 아랫쪽에다 내려다놓고 운동삼아 걸어서
올라왔다. 예보에도 없던 눈이 내리는 것은 겨울을
나려면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니어서 그러려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