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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아주 특별한 생일파티...


2020년 12월 15일 

음력 庚子年 동짓달 초하룻날


어제에 이어 오늘도 한파경보가 내려져 많이 춥다.

영하 22도까지 내려가 엄청 추운 날씨지만 마음이

후뭇하여 그런지 추운줄 모르겠다. 몸으로 느끼는

것보다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정말 다르구나 싶다.


어제는 두 가지 흐뭇하고 기쁘고 즐거운 일이 있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그 이면에는 짠한 마음이 살짝

숨어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잠시나마 웃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하기에 우리 부부에게는 크나큰

생활의 활력소가 된 것이라고 여기게 된다.


그 하나는,

전날 내린 폭설로 인해 단지 곳곳에 쌓여있는 눈을

깔끔하게 치운 것이다. 사실 제설작업은 꽤 힘들다.

그렇지만 우리 부부는 20년 세월 해마다 겨울이면

해야만 하는 숙명적인 숙제같은 일이라서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우리에게 주어진 좋은 겨울 스포츠라고

여기며 즐겁게 신나게 하자고 다짐을 했던 것이다.

우리 부부가 좋아하며 늘 실천에 옮기려고 하는 말,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를 중얼거리며 일을 했다.


또 다른 하나는,

요즘의 코로나19 시절과 같은 시기에나 있을 법한

남다른 생일파티를 한 것이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녀석의 생일을 맞이하여 아내는 아침에 미역국을

끓여 대신 먹게 했는가 하면 저녁에는 아들 녀석과

영상 통화를 하며 생일파티를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아내가 지었지만 이름도 생소한 아니 누구도

상상도 못했을 것 같은 '원거리 비대면 생일파티'를

한 것이다. 아들 녀석은 멋쩍은 표정을 짓다말고는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았다. 이런 생일파티를 준비한

부모가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볼까? 하루빨리 힘든

코로나19가 사라지고 아들 녀석과 만나서 즐겁게

웃으면서 식사를 하게 되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빌면서 아들 녀석에게 생일 축하

글을 보냈다.


♧아들에게 보낸 글

사랑하는 아들아!

기쁜 날이지만 마음 한켠 서운함이구나!

코로나19로 인하여 생일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만나지도 못함이라서 마음이 짠하다.

이런 시절이라 엄마가 얼마나 마음이 안

좋았으면 별의별 아이디어를 다 내는구나.


아침에는 주인공도 없이 미역국을 끓이고

흰 쌀밥을 지어 아들의 생일을 대신했다.

어제 폭설이 내려서 고립이 되다시피하여

오전내내 단지는 물론 진입로 제설작업을

했다. 영하 19도까지 수은주가 곤두박질한

추위에도 불구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눈을

치우고 집으로 올라오다가 엄마가 하는 말,

"읍내 나가 생일케익 하나 사오면 안될까?"

라고 하더구나.


그래서 폭설이 내려 아랫쪽에 둔 자동차가

있는 도로변까지 걸어내려가 읍내에 나가

아들의 생일케익을 하나 사가지고 왔단다.

영상통화를 하며 하는 생일파티, 이런 것을

원거리 비대면 생일파티라고 할까? 생각도

못했을 깜짝 파티라고 해야겠지? 번뜩이는

엄마의 아이디어 괜찮았지? 생일 축하한다. 

이렇게 어느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것 같은

아주 특별한 생일파티를 하게 된 것이란다.

아비는 너무 좋으면서도 이런 시절에 이런

생일파티를 할 수밖에 없음이 마음 아프네.


사랑하는 내 아들아!

지나온 40년을 모범적으로 지내온 것 처럼

앞으로 이어지는 너의 인생에 우리의 모습,

우리의 사랑이 얼마나 미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껏 그랬듯이 쭈욱 이어지리라 믿는다.

이 혼란한 시절에 아무쪼록 건강을 1순위로

챙기거라! 산골살이하는 우리보다 도시에서

생활하는 아들의 일상, 아들의 건강이 가장

큰 관심거리란다. 적잖은 나이인데 이런 아주

사소한 것까지 챙기는 게 부모 마음이 아닌가

싶구나. 아무쪼록 건강 유념하며 잘 지내거라!


아들의 마흔살 생일을 축하하며, 아비가...


♡ 아들 녀석이 곧바로 답글 보내왔다.

비대면 생일파티네요. 

가슴이 시리긴 하지만 

마음은 함께 있다고 생각하니

이것도 나중엔 추억일거예요.

감사합니다~IMG_20201214_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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