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이 정도 쯤이야!
2020년 12월 12일
음력 庚子年 시월 스무여드렛날
오늘은 어제에 이어 꽤 푹하다. 어제 아침 영하2도,
오늘 아침은 영하 1도, 이 정도면 추위도 아닌 것이
산골의 겨울이다. 하지만 내일은 꽤 많은 눈이 내려
쌓이고 눈이 그치고 나면 영하 15도까지 곤두박질
하는 매서운 한파가 몰려올 것이라고 한다. 드디어
본격적인 산골의 혹독한 겨울이 시작되려나 보다.
오늘은 자동차를 두고 올라와야만 할 것 같다.
올해는 땔감용 나무를 제재소에서 토막나무를 사와
장작집에 쌓아놓고 조금씩 가져다 때고 있어 너무나
수월하고 편하다. 그 토막나무 중에 제법 크고 넓은
송판떼기가 섞여있어 아내가 손도끼와 망치를 이용
난로 안에 들어갈 만큼의 크기로 자그맣게 쪼갠다고
했다. 엇그제 나무를 쪼개다가 손등을 좀 다쳤는데
촌부에게 잔소리를 들을까봐 쉬쉬 감추다가 결국은
이실직고했다. 거짓말을 하면 얼굴이 붉어진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촌부에게 들키게 되면 더 잔소리 끓어
부을 것 같더란다.
아내 딴에는 밖에 나가 종일 일하고 오는 촌부에게
고생을 시키지 않고 혼자 해결하려고 했다는 것을
아는지라 안되겠다 싶었다. 짬을 내서 집으로 와서
도끼를 들고 큼지막한 토막나무를 적당한 크기로
쪼갰다. 아내의 고충을 미리 챙기지를 못한 촌부의
불찰이라 반성을 하면서... 그랬더니 아내가 나와서
일을 도왔다. 장작집에서 크다고 싶은 토막나무를
꺼내다 촌부가 도끼질로 쪼개기 쉽게 세워 주었다.
"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도란도란 하며 일하니
얼마나 좋노?"라고 했더니 "그러게 말이야!"라면서
멋쩍은 듯이 웃고 있었다.
커다랗고 옹이가 꽤 많은 나무토막을 세워놓으며
"이거 힘든 거 아냐?"라고 했다. 보기에 낙엽송이
분명했는데 옹이가 아주 촘촘하게 박혀있고 넓어
도끼질 한번에 쪼개질 것 같지않았다. 호기 부리듯
"이 사람아! 도끼질 경력 몇 년인데 이 정도 쯤이야!"
라고 큰소리를 치며 도끼를 내리쳤다. '쫘악~!'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조각으로 쪼개지는 나무를 보더니
"우와~ 영감탱이 아직 쓸만한데, 쓸만해!"라면서
도끼질하는 곳에서 조금 머지막한 곳에 서서 껄껄
웃고 있었다. 도끼질이 끝나기 무섭게 급히 다가와
쪼개진 나무토막을 장작집에 쌓는 아내는 신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게 한 시간 가까이 도끼질을
했더니 이젠 아내가 나무토막 쪼개느라 고생하지
않아도 되어 마음이 놓인다. 또한 간만에 도끼질을
하여 지난 추억까지 되살리는 듯하여 기분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