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골뱅이 소면무침
2020년 12월 11일
음력 庚子年 시월 스무이렛날
아내는 매 끼니마다 무얼로 밥상을 차릴까 고민을
한다고 했다. 메뉴 걱정을 아내 표현을 빌리자면,
"저녁 밥상은 뭘로 할까? 머리에 쥐가 날 정도야!"
라고 한다. "워낙 아무 음식이나 까탈없이 잘 먹는
남편인데 뭘 걱정이신가? 있는 식재료로 대충해!"
라고 대답을 하곤 한다. 그런데 아내는 하루에 단
한끼, 저녁식사를 집에서 하는 남편에게 뭐라도 좀
특색있는 것을 먹이려는 의중이고 배려일 것이다.
이런 아내의 마음을 잘 알기에 절대 반찬 투정이나
까탈을 부리지는 않는다. 아무거나 잘 먹는 타고난
식성이라서 걱정을 하지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그런 아내가 저녁식사에 골뱅이 소면무침을 했다.
때는 이때다 싶어서 맥주 한 캔, 소주 반 병을 꺼내
소위 말하는 쏘맥을 골뱅이 소면무침을 안주삼아
맛있게 마시고 먹었다. 거기에 뜨끈뜨끈 시원하고
개운한 무우국까지 아주 궁합이 제대로다. 고기를
넣지않고 아내만의 비법 육수로 끓인 무우국인데
차가운 골뱅이 소면무침과 제대로 어울리는 것이
촌부의 취향 그대로다. 요즘은 골뱅이도 비싸다고
한다. 한 캔은 많아 2/3만 무쳤단다. 아내가 만든
골뱅이 소면무침은 조금 특별하다. 무우채를 넣는
것이 아니고 사과를 채썰어 넣어 씹히는 식감뿐만
아니라 사과향까지 가미되어 새콤달콤 더 맛있다.
그런데 정작 이 맛있는 음식을 만든 장본인 아내는
골뱅이를 먹지않는다. 골뱅이는 촌부쪽으로 제쳐
놓고 소면과 채소, 사과만 골라서 먹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남편을 위해, 식구들을 위해, 손님을 위해
본인이 먹지않는 음식도 자주 만드는 아내가 너무
고맙다. 입이 짧아 편식을 하시는 엄마를 닮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먹지않는 음식까지
남편을 위해 정성껏 만들어 주는 그 성의와 정성이
고마워 맛있게 안 먹을 수 없는 것이 촌부 마음이다.
정성껏 음식을 만드는 아내의 불만 섞인 말을 하나
더 빌리자면, "당신은 비경제적인 사람이야! 아무
음식이나 맛있게 잘 먹어 좋긴 하지만 살이 찌지를
않으니..."라면서 웃곤 한다. 그러면 촌부의 대답은
40년 세월동안 똑같다. "타고난 체질인데 우짜노?"
젊어서도 그랬고 나이가 들어서도 먹는 양이 조금
줄었을 뿐이고 살은 찌지않는 촌부의 체질, 문제가
있는 것일까?
그건 그렇고 골뱅이 소면무침을 하면 늘 떠오르는
사람이 막내처제이다. 자매지만 큰언니인 아내와
달리 막내처제는 골뱅이 킬러다. 아주 오래전 인천
살던 때에 연안부두 수산시장에 갔다가 골뱅이를
발견하여 꽤 많이 사다가 실컷 먹으라고 했던 때도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땐 처제가 결혼전이라
골뱅이를 잘 먹는 모습이 참으로 좋아보였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이따금 골뱅이로 만든 음식을
먹으면 그때도 그 이후에도 골뱅이를 아주 맛있게
잘 먹는 막내처제가 생각나곤 한다. 오랜 세월동안
이곳에서 함께 같이 살던 추억까지 떠오르곤 한다.
장서방이 처제에게 골뱅이를 챙겨주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