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아내의 속마음을 읽었더니...


2020년 12월 7일 

음력 庚子年 시월 스무사흗날


하루종일 

인적이 드문 산중턱에서 혼자 집을 지키고 있는

아내는 입에 거미줄을 칠 것 같은 느낌일 것이다.

그래도 종일 종종거리며 집안일을 한다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흔적을 말하지 않아도 눈치챈다.

오죽 말이 하고 싶었으면 아침나절 걷기운동을

하면서 지난해 먼 하늘나라로 홀연히 떠나버린

처남에게 "어제는 올케하고 통화했어! 아이들도

잘 지내고 있고, 이사를 했다고 하더라. 엄마하고

영상통화도 했다네. 모두 잘 지내고 있으니 너무

걱정 안해도 되니까 잘 지내거라!" 하기도 하고,

또 지난해 봄 지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손아래 

시누이인 촌부의 둘째 여동생에게도 하늘을 보며

"애기씨! 잘있는거지? 애기씨 생각이 많이 난다.

소방관이 된 애기씨 두 아들은 늠늠하고 씩씩하게

잘 지낸다더라. 코로나19 때문에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애기씨 좋아하던 산나물 먹을 때마다

오빠하고 애기씨 이야기 많이 하고 있어. 아이들

걱정말고 잘지내~ 애기씨!"라고 말을 한다고 했다.


그런 걸 알기에

거의 매일 습관처럼 퇴근을 하고 현관문을 열면서

"나 왔네. 오늘은 뭐하느라 바빴는고?"라고 하며

느스레를 떨고 나면, 이내 아내의 답변도 전날과

같다. "어서 오시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느라

바빴지 뭐요. 별로 하는 일도 없이 하루가 갔네."

"그랬구나! 낮잠이라도 좀 즐기지 그랬는가?"

"그러게! 그게 그렇게 잘 안되더라니까.ㅎㅎ"

이런 대화는 거의 매일 습관처럼 오가고 있지만

이놈의 촌부 성질머리가 지랄이라 이따금씩 불뚝

성질을 내는 바람에 아내를 엄청 당혹스럽게 하여

그동안 쌓은 것을 하루 아침에 다 까먹기도 한다.

그래도 나름 아내의 적적한 마음을 달래주려고

노력은 하고 있으니 가상(嘉賞)하지 않은가?


예전의

우리 윗대 어르신들은 부부간의 대화라고는 거의

일상적인 것을 제외하곤 없었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또한 어릴때부터 경상도 출신의

부모님을 보며 자랐지만 별다른 대화가 없어셨던

것 같다. 촌부도 경상도에서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지냈지만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면서 부모님처럼

부부간에 대화가 없이 사는 것은 좋지않은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나는 그렇게 살지않겠노라고

다짐을 했었다. 그래서 가능한 아내와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것이라도 많은 대화를 하려고 노력을

하며 살아왔다. 다시 아내와의 대화로 돌아가자.


전날밤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고양이 장화의

먹이 이야기 끝에 아내가 뭔가 말을 하려다가 멈칫

하는 것이었다. 뭔 할 말이 있었구나 싶어 물었다.

"장화 사료가 떨어져서 사오라고 전화를 했을 때

함께 나가서 뜨끈한 짬뽕이나 한 그릇 먹고오자고

하려다 참았다우. 당신 일하느라 힘들 것 같아서..."

"이 사람! 함께 나가자고 하지 그랬어?"라고 했다.

아내가 뜨끈한 짬뽕이 먹고 싶은 모양이구나 싶어

어제 오후에 전화로 "이따 짬뽕이나 먹으러 가세!"

라고 했더니 또 한다는 말이 "가면야 나야 좋지요.

일요일이라 당신이 바쁠 것 같아서 망설였지요.

바쁠텐데 괜찮아?"라고 했다. 혼자 속으로 말했다.

"내가 당신 속마음을 다 읽고 있었네, 이 사람아!"

그렇게 하여 퇴근후 아내를 데리고 드라이브 삼아

우리가 이따금씩 가는 진부의 짬뽕집에서 아내는

바우짬뽕, 촌부는 해물잡탕밥을 맛있게 먹고 왔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젊은이가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내와 평온하게 살고싶으면 대화를 많이 하시오!

 아내와 함께한 40년 세월의 경험이라우."라고...


오늘은 큰 눈이 내린다는 뜻으로 24절기 중 스물한

번째 절기인 대설(大雪)이다. 어제까지 꽤 추웠던

날씨는 대설인 오늘은 푹하다 못해 겨울답지 않은

영하 1도의 기온을 기록하고 있다. 눈소식도 없다.

곤욕스런 눈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지만 꽤 건조한

날이 이어져서 건조주의보까지 내려져 있어 이따금

눈이 내려야 하지않을까 싶기도 하다. IMG_20201207_3.jpg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