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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겨울철의 효자


2020년 11월 22일 

음력 庚子年 시월 초여드렛날

산골살이를 하다보니 별의별 생각을 다하게 된다.

아마 아들 녀석이 보면 웃을 것이다. 아들 녀석은

물론 이 글을 보는 이들도 웃게 될지 모를 일이다.

자식을 하나밖에 두지않은 우리 부부는 나름 최선

다해 녀석을 길렀다. 촌부와 아내가 양가 맏이라서

아들 녀석 또한 태어나면서부터 양가 어르신들의

사랑은 정말 남다르셨다. 어르신들 말씀대로 표현

하자면 첫 손(孫)이고 첫 정(情)이라시며 애지중지

하셨다. 뿐만 아니라 고모가 셋, 이모가 둘, 삼촌과

외삼촌이 각각 하나씩이라서 첫 조카를 생각하는

마음들이 정말 남달랐다. 녀석이 태어나 네 살 될

때까지는 거의 우리 부부의 품보다 어르신들, 고모,

이모들 품에서 벗어나질 못할 정도로 가족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어려서부터 녀석은 성격이 참

온순했다. 달리 말하며 정말 착했다. 자식 자랑하는

것은 팔불출이라고 하지만 있는 사실 그대로이다.

오죽하면 대학에 입학했던 그해 고교 친구 몇몇과

함께 산골집에 꽤 여러 녀석들이 놀러왔는데 모두

당시의 아이들과는 달리 착해 빠진 녀석들이었다.

녀석들 노는 모습을 본 막내 동서가 웃으면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이 녀석들 모두가 박물관이구만!"

이라 하여 무슨 말인가 했다. 노는 것까지도 나이에

비해 천진난만하게 놀아서 그랬던 것 같다. 생각에

유유상종(類類相從)이란 말이 왜 생겼는지 알 것

같다고나 할까? 그랬던 녀석이 벌써 불혹(不惑)이

되었다. 장가를 들지않은 것은 큰 불효라고 할 수

있겠으나 요즘 젊은 아이들 세태라서 딱히 뭐라고

나무랄 수도 없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지금껏 우리

부부에게는 더 없는 효자이다. 고마운 아들이다.


아들 녀석 자랑이 길었나 보다. 자식 자랑 그만하고

또다른 겨울철의 효자가 무엇인지를 풀어 볼꺼나?

겨울철이 거의 반년이나 되는 산골살이를 하다보니

우리 부부에게는 난로가 큰 효자라고 할 수가 있다.

난방비 절감은 물론이거니와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것, 덤으로 운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산골스런 멋까지 누리게 되니 어찌 효자라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시도때도 없이 '난로가 효자야!'

라고 중얼거리면 아내는 '아구야~ 또 그 소리야?

올겨울에는 그 소리를 또 얼마나 들을까 모르겠네?'

라며 웃곤 한다. 


요즘은 하루 일과 시작이 아내가 잠에서 깨기전에

난롯불을 지피는 것이다. 아내가 전날 밤에 만들어

놓은 신문지빵을 먼저 쏘시개로 넣은 다음 그 위에

자잘한 나뭇가지와 장작을 차례로 얹어놓은 다음에

난로 아랫쪽 작은 구멍을 통해 가스 점화기로 불을

붙인다. 잘 마른 장작은 이내 불이 붙는다. 장작이

타면서 나는 타닥타닥 거리는 소리까지도 정겨운

느낌이 든다. 자그마한 주전자에 물을 부어 난로에

올려놓으면 이 또한 금새 김이 펄펄 나면서 끓는다.

실내 가습기 역할까지 톡톡히 한다. 그 뜨거운 물을

보온 물주머니에 담아서 아침 잠을 곤히 자고있는

아내의 품에 안겨주곤 한다. 난로에 이어 따뜻함이

꽤 오랜 시간 지속되는 이 보온 물주머니도 겨울철

우리 부부에게는 효자라고 할 수 있다. 저녁때 지핀

난롯불에 뎁힌 따뜻한 물을 넣은 보온 물주머니는

밤새 이불속에서 온기를 전해주어 숙면을 취할 수

있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난로와 함께 보온

물주머니는 이 겨울철에 산골 부부에게는 더 없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이라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오늘은 절기상 24절기 중에 스무 번째 드는 절기,

소설(小雪)이다. 첫눈이 내리고 얼음이 얼기 시작

하는 시기라는 뜻인데 이 산골은 이미 오래전부터

영하의 기온에 얼음이 얼었으나 아직 눈 다운 눈은

내리지 않았다. 예전에는 이미 하얀 설국(雪國)이

되었을 시기지만 지구온난화 영향인지 근래에는

추위도, 눈도 예전같지가 않은 기후이다. 어젯밤에

시작한 비는 소설답지않게 꽤 거세게 내리고 있다.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라는 옛 속담이

무색할 정도의 기온이다. 비가 내려서 그런지 영상

5도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네 서민들이야 따뜻한

날씨가 좋긴 하지만 비가 그친 내일부터는 또다시

영하의 기온으로 떨어져서 추워질 것이란다.20201122_024817.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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